혈세-1

사랑방거지 작성일 19.01.05 15: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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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구리에 아리한 느낌이 전해져 왔다. 파고드는 날카로운 칼날. 아무런 빈 틈도 없던 곳을 억지로 가르고 들어온다. 숨이 딱 멎어버린다. 숨쉬기가 곤란하다. 아주 오랜만에 느껴보는 느낌. 

나이가 들고 서른이 넘어서 부터는 칼 맞는 일이 없었다.

6평정도 되는 널직한 방이었다. 들창이 한쪽에 면해 있고 천정은 보통의 방보다 높다.

화려하진 않지만 일반 여염집에서는 보기 쉽지않은 구조.

들창 아래에 꽤나 큰 책상이 놓여져 있다. 그 앞으로 둥근 탁자와 몇개의 의자가 놓여져 있다.

벽을 장식하는 것은 그림과 서화였는데 대부분 채색된 것이 아닌 수묵만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나쁘게 말하면 칙칙했도 좋게 말하면 차분했다. 그리고 몇개의서가가 있어서 이 방은 주인의 서재내지는 업무실이라고 불러도 좋을것 같았다. 그런 방안에 놓인 탁자에는 안주로 보이는 음식과 술병과 술잔이 놓여져 있다. 진세방은 자신의 옆구리를 뚫고 들어온 칼을 잡은 손을 보다가 그 칼의 주인을 올려다 보았다.

그 눈은 위문을 표시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탁자 건너편에 앉아있는 아내를 보았다.

아내의 표정에서 아무런 감정도 찾을수 없었다. '그런건가?'

"왜?"

그는 칼의 주인인 친구이자 동업자의 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칼날이 점점 숨을 막아왔다. 몸을 숙이지 않고는 숨쉬는게 쉽지 않았다.

친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칼에서 손을 떼고는 가만히 아내의 옆에가 선다.

그때까지도 아내는 아무런 말이 없다. 친구가 손을 아내의 어깨에 얹자 아내가 친구를 돌아본다.

순간 아내의 무표정한 얼굴에 살짝 주름이 진다. 내게 보이던 미소가 친구를 향하고 있다.

"이제 마무리를 지어야죠?"

"그래야 겠지."

서로 바라보는 눈길이 따듯하다. 진세방은 친구를 이해했다. 아내 송교교는 아름다웠다. 특히나 성격 자체가 화려해서 어느곳에서나 주인공이고 싶어했다. 교교와 그의 나이 차이는 13살이었는데 교교가 막 20살이 되었을 때 처음 보게 되었다. 진세방이 항주에 정착해서 여러가지 성공과 10년의 세월이 흐른다음 항주의 사교계에 얼굴을 내밀수 있는 자격이 부여 되었다.

항주의 진정한 사교계는 업종을 따라 여러 조합이 존재했고 계라는 이름의 상인 모임이 있었다.

주루, 객잔등의 모임, 포목상들, 거간꾼들, 무역상들등등이 모여 있었고 이런 사람들의 대표들이 항주 상계를 이끌고 있었는데 공식적인 모임이 아니라 그들중에 하나가 사적인 공간인 자신들의 집에서 벌이는 연회에 초정을 받게 되면 사실상 항주 상꼐에서 인정을 받은 하나의 징표가 되는 것이었다. 송교교의 아비는 그 모임들중에서도 거간꾼들의 모임의 수장이었다.송교교의 아비 송철홍은 거간들의 특징인 상당한 규모의 정보 조직을 이끌고 있었고 관계, 상계를 불문하고 항주에서 발이 넓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진세방이 거간꿈들의 세계에 발을 디딘것은 타고난 바에 의한것이 컸다.

인상이 우선 선하고 또렷했다. 그리고 목소리가 깊고 차분해서 상대방의 신뢰를 쉽게 획득할수 있었다. 무엇 보다 진세방은 그런 선입견을 상대방으로 하여금 사실로 받아들일 충분한 이유가 되는 행동을 결과로서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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