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라니이벤트] 내가 겪은 이상한 이야기(약간 귀신?)

곰돌이십자수 작성일 20.09.01 21:16:37 수정일 20.09.01 21:3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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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팅만 하던 짱공유 회원이다. 사실 고라니이벤트가 뭔지도 모른다. 그냥 누가 귀신이야기를 이벤트 달고 올렸기에

내가 겪었던 이상했던 일에 대한 썰이나 풀고자 몇 자 적는다. 미리 밝히지만 귀신은 등장하지 않으니 노약자? 분이나 

무서운 걸 싫어하는 분도 그냥 부담 없이 보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대학 강사다. 20대 후반부터 대학들과 연을 맺었는데 많은 시간강사가 그러했듯 보따리 장사(이 대학 저 대학에

강의하러 다니는 것)로 떠돌아 다녀야 했다. 그러다 2011년 경에 급작스럽게 서울 모 대학에 강의하게 되면서 거의 맨몸으로 상경하게 되었는데 강의 날짜는 얼마 안 남았고 방학 마지막 무렵이다 보니 좋은 방은 다 빠진 상황이었다. 그래서 아쉬운대로 3층에서 4층으로 한 층 올리는, 공사 중인 방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계약하였다. 그 때 겪었던 이야기이다.

 

  1. 1. 긴 머리카락이?

 

 처음 들어서서 봤던 그 방의 모습은 6평 내외로 좀 작지만 새로 올려 그런지 나름 깨끗하고 마음에 들었다. 일주일에 서너 번 방바닥을 물걸레로 닦곤 했는데 좀 이상한 점이 있었다. 옵션으로 가구나 인테리어 등이 없어 정말 방 밖에 없는 공간이었는데 청소할 때마다 긴 머리카락이 나오는 것이었다.(물론 나는 짧은 머리 남자다.) 처음에는 방을 마감할 때 일하는 분들 머리카락이 남아서 나오나 보다 했는데 그렇게 한 달, 두 달이 지났는데도 계속 나오는 게 영 찝찝하였다. 그래서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졸려 하면 잠 깨울 겸 그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그 머리카락은 6달이 넘도록 계속 나왔다. 동료 강사 선생님들한테 이야기하니, 주변에 여자 선생님이나 여학생이 많으니 그들의 머리카락이 옷에 붙어 있다가 떨어져 그런 게 아니겠냐는 그럴듯한 답을 주었지만, 나온 머리카락들은 하나 같은 약간 밝은 갈색의 손 두 뼘 길이인 동일한 머리카락이었으므로 납득하기 힘들었다. 그 당시는 여친도 없었으니…….

 

 

2. 물소리는 뭐임?

 보통 잠들기 전에 샤워하는 편인데 샤워기를 사용하고 위에 걸어두면 여분의 물이 고여서 화장실 바닥에 떨어진다. 그 때의 방은 작은 편이라서 그 물 떨어지는 소리가 유난히 잘 들렸는데 불끄고 누워 있으면 고여 있는 물이 저렇게 많았나 싶을 때도 있다. 참고로 화장실을 발 아래 방향에 두고 창문 쪽을 머리 방향으로 두고 자는데, 하루는 화장실 물소리가 끊임 없이 들렸다. 톡..   ㅌ톡…   ㅌ톡…     (ㅌ 은 이상하게 계속 눌려서 어쩔 수 없이 적힌 거다. 내가 무섭게  ㅎ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ㅇ유난히 길게 이어지니 자려고 해도 너무 거슬려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살짝 잠들었을까? 괜시리 뒤척이다 깼는데 아직도 화장실에선 고인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  ㄴ내가 물을 제대로 안 잠궜나?   ㅅ생각하며 화장실을 가서 확인할까 말까 고민하던 쯔음..   ㅎ화장실에서 들리던 물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ㅌ톡.. 톡… 

그 소리가 가까이 들린다고만 생각했는데 발 아래서 들리던 소리가 어느덧 몸 가까이 타고 오더니 어느덧 내 귀 오른 편에서 거슬릴 만큼 크게 들렸다. 난 밖에 비가 와서 방으로 비가 새는 줄 알고 얼른 일어나 불을 켜고 방 바닥을 확인했으나 물이 떨어진 곳은 없었다. 또 찝집하여 여기저기 물어봤는데 아버지께서 나름 결로현상 때문이 아니겠냐고 말씀하셨다. 초 겨울쯤? 되었으니 벽에 물이 고여서 그런 소리가 났을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아직도 찝찝한 것은 그 물 소리가 벽이 아닌 방 한 가운데 였다는 점이다.

 

3.선생님, 전 귀신 보는데여…

  앞서 1번에서 잠시 언급했듯, 이런 것들이 난 그리 무섭지도 않고 오히려 수업이 지루해지거나 느슨해질 때쯤 학생들 분위기 전환 겸 꺼내서 들려 주었는데 나름 반응이 좋았다. 학생들 중엔 귀신인 것 같은데 무섭지 않냐고도 했지만 긴 머리카락인 것 보니 여자 귀신인데, 나야 좋다고  ㅎ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던 어느날 학생 한 명이 쉬는 시간에 찾아와 이런 저런 것을 물어봤다. 근데 질문 내용이 딱히 학구열에 의한 거라기 보다는 뭔가 이야기를 꺼내려고 질문하는 느낌? 이 들었다. 일본 학생이었는데 한국말을 썩 잘해서 칭찬을 많이 해줬었다. 그런데 그 학생이 공적인? 질문 뒤에 넌지시 물어보는 말이 학교 후문에 세븐일레븐 위에 있는 4층 건물이 선생님 집이 맞냐고..  ㄷ당시 후문 근처라 출근할 때 학생들을 많이 만났는데 그게 퍼졌던 모양이다. 그래서 딱히 숨길 것도 없고 해서 그렇다고 했더니 그 학생이 하는 말..  “ 선생님, 전 귀신을 보는데여…. 일본에서만 보는 줄 알았는데 한국에서도 보였어요.  ㅎ한국 생활 첫 날 자려고 누웠는데 천장에서 귀신이 내려와 옆에 눕는 것 보고 깜짝 놀랐어요. 그런데요..  ㅇ있잖아요 … 하교 길에 선생님 사시는 4층 건물에서도 본 것 같아요. 아!!  ㄱ그렇게 놀라지 않으셔도 돼요. 귀신 중에는 나쁜 귀신도 있고 좋은 귀신도 있는데 나쁜 귀신 같지는 않았어요.”

퍽이나 위로가 되겠다…

 

4. 와 씨..  ㅇ이건 정말 무섭네..

  이런 저런 일들이 많았다. 수업 중에 동영상을 정지 시켜 놓고 설명하려는데 저절로 플레이가 계속된다거나 학생들 종강파티에 들러 노래방 기계로 노래하려는데 유독 내 노래만 취소가 안 된다거나 하는 사소한 일들이 계속 되었는데 일상이 나름 신선하고 재밌었다. 그런 내게도 이삿짐을 꾸리게 만드는 가슴 철렁한 순간이 있었다. 10월이 넘어가도 몸에 열이 많아서 선풍기를 미풍으로 켜 놓고 자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시끄러운 소리에 자다가 깼는데 보니 선풍기가 강풍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자다가 내가 더워서 강풍을 틀었나? 싶었지만 좀 이상했다. 아무튼 선풍기를 끄려고 정지 버튼을 눌렀는데, 정말 당시에 섬뜩했던 건 정지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텔레비전이 켜졌단 것이었다. 아직도 그 때가 생생한데, 당시 인터넷으로 보고 싶은 걸 다 볼 수 있다 보니 집에 유선 티비 방송은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데 티비가 켜지면서 어떤 프로그램이었던 것 같은데 방청객들이 하하호호 웃고 있는 장면이 나왔다. 얼른 티비 코드를 빼버렸지만 그때 얼마나 놀랐던지 태어나서 처음으로 식은땀이란 걸 흘렸던 것 같다. 그리곤 얼마지나지 않아 나는 이사하기로 맘 먹고 방을 알아 봤다.

이사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그걸로 끝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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