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경 겨울 어느 주말 강원도 민간인통제선 안의 어느 최전방 부대에서 있었던 실화입니다. 낮에 저는 생활관에서 누군가가 갖다 놓은 단편 귀신이야기 모음집을 읽었습니다.(제목이 “쉿" 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책 중간중간 심령사진이 있었고 상상력을 총동원해서 읽었더니 지레 겁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그 날 밤 자정 무렵... 저녁때 건빵에 말아먹은 우유가 문제였는지 배에서 급격한 신호를 느끼고 잠에서 깼습니다. 하지민 낮에 본 책 때문에 밤에 화장실 가려니 너무도 무서웠습니다. 이유인즉슨 계곡물을 받아쓰는 막사의 수원지 계곡이 얼어버리면서 생활용수가 없어 야외의 전구 하나없는 조립식 푸세식 화장실을 이용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쪼그려 앉아서 일을 봐야 합니다. 두려움보다는 배설욕구가 강했기에 손전등을 챙겨 화장실로 달려가 바지를 내리고 자세를 잡았습니다. 그 때!!! 이 세상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차가운 손길이 엉덩이에 닿았습니다. 밑을 보려니 귀신이 똥통속에서 저를 쳐다볼까봐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너무 놀라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우당탕탕 넘어지며 화장실을 탈출했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화장실에서 10미터 정도 떨어진 화단에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며 주저앉아 있었습니다. 나오려던 똥은 팬티에 살짝 지리고 어느새 쑥 들어갔구요. 화장실을 확인해볼까 하던 그 때 후임병 하나가 그 화장실로 들어갔습니다... 아니다다를까 화장실에서 비명이 들리더니 후임병이 뛰쳐나왔습니다!! 저는 두려움을 잊은채 후임병에게 달려갔습니다. "야 무슨일이야?!" "김병장님!! 화장실이... 화장실이...." 후임병은 화장실을 가리키며 횡설수설했고 그래도 후임병 앞이라 저는 두려움을 참고 화장실을 확인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화장실을 문을 열고 손전등으로 안을 비추자 변기에 사람 머리처럼 보이는 형체가 있었습니다!! 정황상 그건 귀신이 변기 위로 머리를 내민걸로 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비명을 지르며 다시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이 때 후임병이 말했습니다. "김병장님 너무 놀라시는거 아닙니까?" 당당한 후임병에게 놀라 이녀석도 귀신인가? 하는 생각에 공포는 극에 달했습니다. "너 저거 안보여? 귀신이 얼굴 내밀고 있잖아!!!" 후임병은 잠시 말이 없더니 터져나오는 웃음을 애써 참으며 말했습니다 "김병장님. 화장실 막혔습니다...." "응?!" 바닥의 변기쪽을 손전등으로 비추어보니.... 계속되는 폭설로 똥차가 오지못해 똥은 쌓이고 쌓여 변기 위까지 차 있었습니다... 400명이 10개의 변기를 쓰다 보니 양이 어마어마 했나봅니다. 변기 높이까지 똥이 찼으면 뒷동산에라도 올라가서 싸야하는데 얼마나 급했는지 똥 위에 휴지를 깔고 그 위에 다시 싸는게 반복되어 똥은 변기위로 50cm는 족히 쌓여있었고 휴지로 덮인채 얼어서 눈덮인 에베레스트를 연상케했습니다. 제 엉덩이에 닿은 것은 바로 언 똥이었던 것입니다...(항문을 찔리기라도 했으면 말그대로 똥침이네요.) 창피함에 이 일은 후임병과 둘만의 비밀로 약속하고 다음 날 아침 태연하게 소대원들에게 화장실 막혔으니 사용하지 말라고 공지했습니다. 지금도 최전방에서 고생하는 후배들 힘내라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