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라니이벤트] 하늘이 시리도록 푸른 어느날

지반설계 작성일 20.09.03 10:49:04 수정일 20.09.03 10:5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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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여름 어느날 같은학번의 동대학원 다른연구실의 동기들은 국외에서 열리는 학회에 참석하기 위하여 여러가지 준비를 하며 들떠있었다 그 면면을 보자면 타고난 덩치가 좋은 친구 말을 잘하고 유머감각이 좋으친구 멋부리기 좋아하고 이성에 특히 열정적인 친구 그리고 약간 피부가 까무잡잡한 친구(절대 혼혈이 아니다 그냥 까무잡잡한거)가 있었다.

 

  한창때의 패기가 그여름 아스팔트위로 끌어오르던 아지랑이처럼 피어모르던 그 때 세상사 모든일들이 아직 가능성이란 무지의 희망아래 잔뜩 웅크려 있던 그 시절 해외여행 아니 학회라니 이기회를 어찌 순수하게 기뻐하지 않을수 있단 말인가 그렇게 잔뜩 들떠 다들 즐거운 기분으로 흥얼 거리고 있을때 장난을 유난히 좋아하던 A라는 친구가 시골청년같던 친구 B에게 대뜸 이렇게 말했다.

 

‘야 이새키야 넌 피부가 까매서 미국가면 현지인으로 오해하는거 아니냐? ㅋㅋㅋㅋ'

 

  그러자 친구 B는 A에게 그저 ‘미X놈’ 이라며 투덜거리고 말았다.

 

시간이 지나 외국으로 잔뜩 들뜬 마음으로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두명씩 아래 그림처럼 3줄로 앉아서 가던 그때

 

  │

  │친구 A 친구 C

통│친구 D 친구 E

로│친구 B

  │

  │

 

‘실례하겠습니다 음료가 준비되어있는데, 어떤 음료를 준비해드릴까요?’

‘오렌즈 쥬스, 탄산음료, 와인이 있습니다.’

너무 친절하고 깔끔한 멘트였다.

음료수를 써빙하는 친절한 여성 승무원께서 차례대로 음료를 건네고 

마침내 친구 B의 차례가 되었을때, 승무원께서 살짝 망설이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아… 그 익스큐즈미? ’

 

그 순간 친구 A 이하 3인의 낄낄 거리는 웃음소리가 비행기에 메아리 치고 말았다.

친구 B는 얼굴이 시뻘게 져서

 

‘아… 술주세요 술’을 외치고 말았다. 

물론 아주 작은 개미만한 목소리로

‘외국인 아니에요…’ 라고 소심하게 반박한건 덤이고 

ㅋㅋㅋㅋㅋ

 

아직도 14년전 그때 그 해 여름의 그 일은 동기모임만 하면 잊혀지지 않고 되새김질 되는 에피소드로 남아있다.

그친구에게 비행기 창문으로 보이는 하늘은 아마 ‘시리도록 푸른’ 하늘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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