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라니 이벤트] 기갑 부대 훈련 경험담

마가린522 작성일 20.09.03 14:32:50 수정일 20.09.04 14: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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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얘기를 짱공에 적었었는지 아닌지 기억이 가물하군요…하지만 일단 적어 봅니다.

 

때는 바야흐로 20년 전쯤 군생활 시절…저는 경기도에 소재한 모 기갑부대 방공중대에서 군생활을 보냈는데

기억에 남는 2개의 에피소드를 적어볼까 합니다.

 

첫번째 에피소드

 

기갑부대에서 방공중대의 역할은 저고도로 날아오는 적기로 부터 아군의 전차를 방어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K200 장갑차 위에 20mm 발칸을 얹은 K260 자주발칸으로 운용하였습니다.

 

제가 중대에서 비교적 풀린 군번인지라 상병 1호봉에 벌써 소대(1개 소대는 15명 정도) 에서 서열 3위였고

전투소대 (수송병, 통신병 소대 제외) 전체에서도 제법 높은 서열이었죠.

그래서 장갑차 이동시 선탑을 하게 됩니다. (보통 전차는 선탑자가 부사관급 부터로 알고 있음)

이동시 방탄모가 아닌 통신 헬멧을 쓰고 다니는데 그래서 지상에서 선탑자를 보면 계급이 잘 안보이는 탓에

다른 부대의 저보다 계급 높은 유도병들이 저에게 거수경례를 하곤 했네요 ㅎㅎ

 

한 번은 대규모 훈련에 참가하면서 훈련장 인근의 야영지에 집결하기 위해 해가 질 무렵에 이동을 시작했습니다.

전차대대 속에 섞여서 자주발칸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언제나 그렇듯 앞서가는 전차를 따라가며 장갑차 내부 통신으로

운전수와 부사수와 함께 잡담을 나눴습니다. 

 

한참을 달렸나…해는 이미 기울었고 깜깜하더군요. 조용한 시골 국도에는 이동하는 부대의 불빛과 시끄러운 엔진소리,

그리고 궤도소리만 들렸습니다. 중간 중간에 유도병들이 유도봉으로 방향 지시를 하고 있었죠.

 

그렇게 주행을 하다가 쭉~ 뻗은 오르막길이 하나 나왔습니다. 앞서가는 전차가 굉음을 내며 오르막을 치고 갑니다.

그런데 제가 탑승한 차량은 살살 다뤄줘야 하는 노후(?)한 녀석이었고 운전수였던 일병은 그런 녀석을 퍼지지 않게

하려고 저단기어에서 서서히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끼리 가자 가자~ 힘내라~면서 키득키득 하다 오르막 정상을 올라왔는데 길이 굽어지면서 앞서간 전차가 

보이지 않더군요.

 

내리막이긴 했으나 코너들이 있어서 속도를 붙이지 않고 조심히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조금 내려가며 길이 곧게 난 구간들이 나오며 속도에 탄력을 붙여서 가기 시작했는데 이상하게도

앞서간 전차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거리차이가 많이 났나보다 싶어 평지에 내려와선 조금 가속을 하기 시작했죠.

 

그렇게 가다가 어느 지점에 갈림길이 나오는데 유도병이 서있더군요. 그런데 유도 신호를 하지 않고 멀뚱멀뚱…

뭐지 뭐지? 하는 순간 갈림길에 다가왔고 운전수가 물어보더군요. 어디로 가냐고…

저는 좌측길을 지시했고 운전수는 서서히 방향을 틀어 좌측으로 빠지는데 유도병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기에

제대로 가는게 맞나보다 하고 지나쳐 갔습니다.

 

그렇게 다시 탄력받아 주행을 하는데..이상합니다. 이쯤이면 앞서간 전차의 후미등이라도 보일법한데 안보입니다.

불길한 예감이 드는 와중에 뒤를 돌아보니 아뿔사..제 뒤로 교량전차 몇 대가 따라옵니다 ㅋㅋㅋㅋㅋ

길을 잘못온거 아닌가 하는 불안함을 운전수와 논의하며 소대장님과 통신 가능한 주파수를 맞추고 불러도 답이 없습니다.

고민합니다…결국 갓길 여유공간이 있는 위치에 정차했습니다. 뒤로는 교량전차들이 줄줄이 정차합니다 ㄷㄷㄷㄷ

 

저는 상병, 저쪽은 선탑자가 최소 부사관급일텐데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누군가 다가와서 왜 이쪽으로 왔냐고 물어보면 어떻게 하나 고민하던 약 30초 정도 찰나 저 멀리 불빛들이 보였습니다.

앞이 아니고 저~ 옆에서 ㅎㅎㅎ

 

일단 누가 다가오기전에 다시 출발해서 ㅌㅌㅌ 합니다.

교량전차들도 또 뒤따르기 시작합니다 ㅎㅎㅎ

열심히 달렸더니 아까 갈라진 그 길과 다시 합류하는 지점이 나왔습니다.

조금 더 가니 넓은 공터로 부대가 집결하고 있더군요. 겨우 중대와 합류해서 아무탈 없이 넘어갔습니다. 

 

(나중에 알게된 것은 이게 미군과 함께하는 독수리 훈련이었고, 다음날 날 밝은 뒤 이동하는데 머리위에 A-10 이

저공 비행으로 막 날아다니고 블랙호크 여러대 뜨고 멋있었던 기억이 나네요..조종수랑 저 A-10이 적기였으면

우린 이미 죽었겠다 라고 농담했던 ㅎㅎ)

 

 

 

 

두번째 에피소드

 

또 훈련을 나가게 되었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부대 근처로 장갑차들을 이동했는데 기차가 있었습니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화물열차의 화물칸이 여럿 있었죠. 갑자기 열차위로 장갑차를 올리라고 합니다 ;;

(물론 제가 할 건 아니었으나)

 

그렇게 2일정도? 전차들과 장갑차들을 열차 화물칸에 강철 와이어와 고임목 등으로 단단히 고정하는 작업을 끝내고

다음날 새벽 열차 객실칸에 개인화기와 군장을 챙겨 탑승했습니다. 

열차가 출발 한 후론 딱히 할 일이 없어서 다들 졸고 있었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체 그렇게 눈을 붙이고 있다가 아침햇살이 밝아져 눈을 떴는데 시가지를 통과하고 있더군요.

다들 창문으로 보이는 세상 풍경을 구경하고 있던 찰나 열차가 잠시 정차를 했는데 지하철역인지 기차역인지

사람들이 밖에 서있더군요 ;;

 

출퇴근이나 등교를 하는 사람들 같았는데 우리도 놀랐지만 바깥에 사람들도 놀란 표정이었습니다.

갑자기 정차한 열차 안에는 군인들이 잔뜩 타고 있는데다 그 뒤로는 전차와 장갑차들이 줄줄이 비엔나 소시지 처럼..

그때는 어려서 지금 바깥에 사람들이 우리를 멋있다고 생각하겠다 싶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이불킥 하겠군요 ㅋㅋ

 

아무튼 그렇게 시가지를 지나 강원도 어느곳에 도착해 일주일 정도 훈련을 했습니다.

겨울이 오기 전이라 추운 날씨에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결국 못 참아서 차가운 강물에서 샤워도 하고 ㅎㅎ)

(아 그리고 저는 담배를 며칠 못 핀 사람이 담배를 피우면 뻗는 다는 사실을 이때 알았습니다.

고참들 담배가 떨어져서 며칠 못 피우다가 옆부대에서 한 개피 얻어서 장갑차 안에서 돌아가며 피우는데

뒤로 다들 쓰러지더군요 ㅎㅎㅎ 류승범 짤로 돌아다니는 그 장면 ㅎ)

 

그렇게 지내다가 새벽 일찍 또 부대로 복귀하는 열차를 탔는데 (이때 운전수들은 열차에 또 고정한다고 남고

다른 병력만 먼저 이동한…;;) 철모끈에 눌려 떡이된 머리와 지우지도 못한 위장크림 등 엉망인 꼴로

또 도심지로 통과하게 되었데 사람들이 우릴 보고 거지라 생각하겠다 싶었던 ㅎㅎㅎ

다행히 이번엔 플랫폼에 멈추진 않더군요..

 

 

이렇게 군대 시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남깁니다.

부족한 글솜씨에 읽느라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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