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나의 핫바노점상 썰

짱공만이십년 작성일 20.12.16 11: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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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25살. 

워낙에 핫바를 좋아했고 노점상에서 파는 핫바만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한번 먹으면 대략 5개정도를 먹으니 당연히 핫바파시는 

아주머니와 친해질 수 밖에 없었지요.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핫바 그냥 내가 만들어서 팔면 안될까???

그럼 언제든지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상당히 무식했고 용감했고 대책없는 결단으로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종로3가 노점상 밀집지역으로 갔습니다. 

 

한 떡볶이 노점에 무작정 들어가서

“저도 노점상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할 수 있는지요?”라고

여쭤보니 뭐 이런 미.친놈이 다 있나 싶은 눈으로 쳐다보더군요.

 

그도 그럴게 생판 모르는 사람이 다짜고짜 노점상을 하고 싶다고 하니 

경계심이 들 수 밖에 없었을 것 같습니다. 

 

25살의 치기는 저를 끈질기게 만들었고 그렇게 매일같이 들린 떡볶이노점상

아주머니와 친해져 결국 구석진 자리에서 장사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던 조직폭력배에 상납해야 하는 영화속 사례는 없었습니다. 

한달에 회비만 꼬박 꼬박 내면 그뿐일 뿐.

 

아무런 기술도 없이 그저 쉽게만 생각했던 핫바는 개시 일주일동안 

거의 야구방망이만하게 만들어 졌습니다. 

이내 금방 사그러들어 쭈글쭈글 못생긴 핫바만 만들어졌지요. 

 

그렇게 한달이 지나자 제법 모양새를 갖춘 핫바가 만들어졌습니다. 

아무런 기술도 없이 시작했던 핫바장사는 

한달새만에 길게 줄을 늘어서서 사먹는 노점이 되었고 

핫바장사 한물 갔다며 다른 거 준비하라던 근처 노점상인들이 

핫바장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노점상 상도덕 중 하나가 겹치는 같은 블럭에서는 겹치는 아이템을 하지 않는 것이 도리이나 먹고 사는 일이니 그게 그리 쉽게 지켜지지는 않았지요. 

 

우후죽순 생겨난 근처 핫바 노점 때문에 당연히 소비층이 분산되었고 

하루에 40만원 넘게 벌던 소득이 10만원대로 뚝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시작한 일이니 끝을 봐야겠다는 생각에 버티고 버텼는데 

경기불황과 겹치면서 핫바장사는 막을 내려야 했습니다. 

 

아무런 기술도 없이 시작했던 핫바장사는 명동 노점상인에게 기술도 전수해주고 기술전수비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아직도 가족과 친구들은 제가 만들었던 탄력좋은 핫바 맛이 그립다고 합니다. 

 

제가 노점상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비바람을 맞으며 길바닥에서 장사를 해야 했던 점,

노점상 단속 때마다 최전방에서 몸빵을 해야 했던 점,

장사하고 있는데 옆에서 노숙자가 바지내리고 똥을 싸고 있던 점,

그 바닥에도 카르텔이 존재하여 양반과 천민이 구분되었던 점 등 

여러가지가 있네요. 

 

지금 생각해보면 쉽게 도전하기도 어려웠을텐데 뭔 깡으로 도전했는지 

실소가 나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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