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때 여러 알바를 했었는데 가장 오래한게 호프집이네요.
그동네에서 오래 있었고 깐풍기와 치킨으로 꽤 인지도가 있던 집이었습니다. 포장이랑 주변 모텔 배달도 했었네요.
처음에는 어리버리 많이 타다 일이 익숙해 지니 다른것들이 눈에 보이더군요.
2. 술 시킬때 놀래켜드리기
한 2달쯤 일하니 대충 무슨테이블에 안주 뭐먹고 술 뭐먹는지~ 벨 누르고 술시킬때 몇병씩 시키는지 외워지더라구요. 그때 생각했습니다. 술시키는 촉이오는 벨 타이밍에 미리 가져다주자! 그림처럼 맥주냉장고(갈색)는 손님들 눈에 들어오니 손님들 놀래키는데 어려움이 있고 소주(녹색)는 쉬웠습니다. 몇병씩 시키든 촉이오면 알바가 건방지게 뒷짐지며 소주를 숨기고 손님에게 접근합니다.
떨떠름한 표정으로 손님이 술을 시키면 걍 바로줍니다. 적중률 90% 이상. 손님은 엄지를 듭니다.
또래 친구들은 난리가 나고 여자들은 허그도 해줬습니다. 좋네요.
호프집 옆에 성인 나이트 클럽이 있는데 밤 12시 정도 지나면 아저씨 아줌마 손님들이 들어옵니다. 불륜같아요. 그 손님들에게도 시전했더니 팁을 주네요.
3. 팁에 미친 남자
어른 손님에게 팁을 받으니 쥐꼬리만한 월급에 더 보태고 싶은 마음이 생기네요. 사장이라는 인간은 옆가게 사장들과 술먹으로 사라집니다. 남은건 저와 주방이모님 뿐인데 안그래도 일도 힘들고 짜증나는데 일손까지 부족하니 혈압이 오르더라구요. 그래서 황도 서비스 제 맘대로 풀었습니다. 일단 타겟은 30대 정도로 잡고 안주를 많이 시키면 주다가 새벽쯤에는 그냥 줍니다. 또래나 20대 정도는 음료수~ 그냥 줍니다. 뒷일 생각 안했어요. ㅎㅎ
위에 말했던 불륜커플은 과한 서비스에 귀찮아지니 눈치껏 빠지라고 만원씩 줘요~ 그럼 다신 그 근처 안갑니다. 수저가 떨어져도~ 벨 누르기 전까진 안갑니다. 보통 저 2인 테이블에서 간혹 쩝쩝대는 소리가 들립니다. 스킨쉽 열정적으로 하는 커플이 많았네요.
일하던 호프집은 아침 7시까지 였네요. 손님없으면 5시나 6시에 마감도 하는데 대부분 7시입니다.
한 4시 이후부턴 근처 일하는 직원들이 퇴근하고 오는데, 어느날은 물장사 하시는 여사장님과 남자가 들어오더군요. 위와같이 서비스 막 주고 말걸면 농담도 걸어주고 음료 막 까주고… 1주일 정도 공들이니까 지갑에서 10만원이 나왔습니다. 사장이 술먹으러 사라지니 이건 좋네요~ 주방이모랑 나눕니다.
4. 손님들 기분 맞추기
워낙 술을 좋아하니까 새벽에 안바쁘고 사장없을땐 제 세상입니다. 나이 있는 손님 형 누나들이 귀엽다고 술을 막주네요. 받아먹고 기분 맞춰주면 좋아해줍니다. 저도 기분 좋구요. 정신차리니 일하면서 1~2병씩 매일 먹은 것 같네요.
결국에는 담즙이 역류되어서 1달 고생한적도 있었어요. 아무튼 그정도로 손님들과 가까이 지내려고 했습니다.
어느날 피자헛 알바 친구가 찾아왔습니다. 자기 알바 동료들 대리고 왔더군요.
위와같은 스킬 시전해주고 서비스 풉니다. 그랬더니 진짜 단골이 되어서 일주일에 4번이상 술먹으로 왔네요. 형동생 누나 친구 하며 놀다보니 여기가 좋은지 거의 매일 왔어요. 사장이 어떻게 단골되었냐고 물어볼때는 황도서비스 맘대로 푼걸 이야기 못하겠더라구요.
암튼 짜증과 동시에 너무 즐거운 7개월 정도의 호프집 알바 풀이었습니다.
이것 말고도 진상들이나 좋아하던 누나가 고딩동창이랑 와서 쩝쩝대는것도 본 적이 있었는데…
이글 쓰면서 하나하나 생각이 나네요. 서비스 직종에 계시는 분들… 힘네시고.. 특히 사장님들 이 시국에 정말
고생 많으십니다.
다들 조금이나마 맘 편한게 한해를 마무리 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