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가게.

나를돌아봐 작성일 21.01.17 22:54:52 수정일 21.01.17 22:5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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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 훌쩍 지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20살때 친구따라 사행성 오락실에서 알바를 한적이 있어요.

가게에서 일할 사람 한명 더 있어야 겠다고 해서 이틀 먼저 시작한 친구의 연락을 받고 갔습니다.

 

업무는 오후 4시에 출근해서 밤10시까지 가게 청소와 지폐교환, 손님들 잔심부름을 했습니다.

손님들 담배심부름이나 커피심부름갔다오면 거스름돈을 팁으로 주는데 꽤 쏠쏠했습니다.

 

저랑 친구는 주로 가게뒷편 동전교환소에 있었는데 거긴 최실장이라는 형이 있었고 가게에서 부르면 

저랑 친구 돌아가면서 가곤 했어요.

교환소안에 TV도 있고 성인만화책도 있어서 지루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최실장이라는 형이 나름 잘나가는 형이라

썰푸는거 듣는게 너무 재밌어요.

 

지금도 기억나는게 최실장이 커피가 땡긴다고 해서 ‘나가서 사올까요?’ 하니까 ‘왜 나가서 사오냐 부르면 되는데’

하면서 다방아가씨를 불러 같이 커피마신게 기억나네요.

저랑 친구는 다방은 처음이니 둘 다 뻘쭘해하니까 최실장이 이시키들 아직 애기들이라 이런 거 잘 몰라~ 하면서 놀리니,

다방아가씨가 ‘다방 이런거 처음인가봐?’ 하면서 제 허벅지안쪽을 만질때 커피 뿜은것도 기억나네요.ㅋㅋㅋ

 

밤10시 퇴근할때 최실장한테 일당을 받아갔습니다.

그 당시 시급보다 천원인가 더 받았고 손님들 거스름돈 팁까지 해서 나름 괜찮았습니다.

 

가게안에는 좀 다이나믹했습니다. 

조용히 게임하다가 가는 손님도 있는 반면 확률 너무 개판이다, 내 돈 내놔라, 조작신고한다 하는 진상손님 꼭 있죠.

그럴때마다 가게에서 일하는 형들이 정리해주는데 무력으로 진압할때마다 좀 무서웠습니다.

손님들끼리 시비가 붙어서 싸울때가 제일 무서웠어요.

둘이서만 싸우면 큰 문제는 없는데 몸싸움하다가 다른손님에게 피해를 줘 싸움이 커지면 일하는 사람 전부 다 와서

싸움 진압을 할때가 제일 무서웠어요. 그럴때마다 저랑 친구는 최실장을 대신해 교환소를 지켰고 좀있다 

옷과 머리가 엉망이 되어 돌아온 최실장의 싸움진압 썰을 기다립니다.ㅋㅋㅋ

 

일한지 일주일째 되던 날, 퇴근하는데 최실장이 가게수리때문에 문닫는다며 3일뒤에 오라고 하더군요.

3일동안 쉬다가 출근 하니 어라? 가게가 없어졌어요!!

간판이 없어졌고 가게는 잠겨있는데 창문을 통해서 안을 보니 엉망진창으로 되어있고 교환소는 문잠겨있고…

최실장한테 전화하니 없는 번호라고 하고…오락실근처 최실장이 자주가던 호프집에 가서 물으니

오락실신고들어와서 갑자기 정리되었다고 하더군요.

마지막으로 일했던 그날, 일찍 문닫고 다들 퇴근하는걸 봤는데 황급히 도망가는 듯한 분위기였다고 말해줬어요.

 

최실장이 왜 일당으로 챙겨줬는지 이해가 되더군요…

자기는 무조건 일당으로 준다며 퇴근할때 받아가라고 강하게 이야기하던게 이런 일 때문인듯 합니다.

친구랑 둘이서 문닫은 가게를 보며 허무함을 느끼다가 집에 갔지요…

시간이 꽤 흘렀지만 친구랑 술마시면 최실장은 잘 살고 있을까? 하면서 술안주삼아 오락실알바했던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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