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첫 근무를 했던 설렘보다 소개팅도 아니고 미팅도 아닌 스스로 인연을 만들었다는 것에 너무 가슴이 벅찼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그녀에게 삐삐를 치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다.
거실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못하는 모습에 여동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제 주유소 알바 한다더니 기름 못 넣는다고 오늘부터 나오지 마라 카더나?”
“또 시비가? 나중에 첫 월급 받으면 반팔 티라도 하나 사 줄라고 했더만 필요 없나 보지?”
동생은 급 정색을 하며 장난삼아 어깨를 주물거리는 시늉을 했다.
“오라버니. 고생 많았어요. 티는 비싼 걸로.”
“뭐? 난닝구 사달라고?”
여동생은 피씩 웃으며 내 어깨를 툭 치고는 친구와 약속이 있다며 집을 나섰다.
대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고 소파에 가만히 앉아 생각을 해봤다.
-벌써 삐삐를 친다면 가벼워 보인다고 비웃는 건 아닐까?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내 삐삐 번호도 가르쳐 주는 건데... -
이런저런 여러 생각을 하다가 일단 자랑부터 할 겸 친한 동네친구 봉효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기로 했다.
날도 덥고 해서 같이 목욕탕도 가고 당구도 치며 놀던 중에 어제, 오늘 있었던 얘기를 봉효에게 해주었다.
부수입에 관한 얘기를 자세히 하고 여자가 있다는 얘기를 지나가는 투로 말했을 때 눈빛이 달라지던 봉효가 말했다.
“예쁘냐?”
“예쁘겠냐?”
“안 예쁘냐?”
“예쁘다.”
남자 둘이 한 단어로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게 나도 남자지만 신기했다.
후에 승재가 그만두면 자기가 들어오고 싶다는 말에 봉효에게 영화 비디오를 하나 빌리게 하고 같이 집으로 왔다.
이 시기에는 비디오 대여점에서 테잎을 빌려서 영화를 보던 시기였다.
영화를 보기 전에 봉효가 자꾸 보채서 설거지 그녀에게 삐삐를 쳤다.
영화를 보던 중에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심장이 두근두근 터질 것처럼 뛰었다.
벨이 3번 정도 울릴 때 전화기에 손을 가져다대고 목소리를 가다듬으려 흠흠 거렸고
그 타이밍에 친구는 영화를 일시정지 했다.
우리는 이런 콤비플레이에 서로에게 엄지척을 날려주었다.
그리고 내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달콤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했다.
“여보세요?”
엄마 친구였다.
“엄마 에어로빅 갔어요!”
통화 소리를 듣고 나 못지않게 실망한 봉효가 배고프다고 라면이나 끓여 먹자고 했다.
왜 친구가 실망을 했는지도 모르겠지만 출출하니 라면에 밥을 말아 먹을 겸 3개를 끓였다.
여전히 영화는 일시 정지한 상태로 접이식 밥상 앞에 친구랑 마주보며 앉아 라면을 먹던 중 또 전화가 왔다.
조금 전에는 굉장히 긴장하며 전화를 받았지만
엄마 친구 전화 후에 긴장이 풀려 입에 라면을 오물오물 씹으며 건성으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쇼요.”
누가 들어도 입에 뭔가가 잔뜩 들어있는 목소리였고 옆에서 고명처럼 올리는 친구의 작은 목소리도 들렸다.
“빨리 끊고 국물에 밥 말자.”
그 때 오물거리는 내 목소리에 놀란 듯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삐.. 삐삐가 와서 전화 드렸는데요. 4567 삐삐 치신분요.”
설거지 그녀였고 짧은 시간에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 라면 먹다가 말해서 바보처럼 들렸을 텐데... 입에 아직도 라면이 가득 들어있는데... 친구의 눈이 여자 전화 인 거 알고 갑자기 번뜩이기 시작하는데... -
짧은 시간에 여러 생각을 하다가 여전히 입에 음식물이 남아 있는 체로 내가 아닌 것처럼 말했다.
“자암시만 기다리세요오. 혀엉 전화받어.”
휴지를 잽싸게 꺼내서 입에 들어있던 라면을 뱉고 몇 초 정도 시간 틈을 두고 깔끔한 목소리로 다시 전화 받았다.
“네, 전화 바꿨습니다.”
“제게 호출 하신 분 같은데 누구시죠?”
“에이 제 목소리 벌써 잊으셨어요?”
“아, 오빠시구나. 첨에 어떤 분이 받으셨는데 첨 듣는 목소리라서 놀랐어요.”
“제 동생이 받았는데 그 녀석이 좀 아파요. 그래서 목소리가 듣기가 좀 그래요”
남동생은 없었지만 그냥 그렇게 말해야 할 것 같아 둘러대고
고개를 옆으로 돌려 앉아 있는 친구의 얼굴을 안쓰럽게 쳐다봤다.
전화 통화를 하며 허리를 숙이고 인사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그걸 이해 못했지만 지금은 충분히 이해가 됐다.
말을 그렇게 해서 그런지 친구가 진짜 아픈 사람인 양 잠시 착각했다.
순식간에 아픈 사람이 된 친구는 라면 면발을 젓가락으로 집고
시간이 멈춘 것처럼 멍한 표정으로 움직이지도 않고 날 지켜보고 있었다.
친구의 표정을 보니 여자와 통화 100% 확신하는 얍삽한 표정으로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간 채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손에 든 거 입에서 나온 거 같은데..”
별로 웃긴 말도 아니었는데 통화 중에 웃음이 나오려 해서
억지로 참으며 수화기를 손으로 막으며 친구를 보고 고개를 두 번 가로 저었다.
“저 새끼 지가 아픈 거 같은데..”
또다시 고개를 웃음을 참으며 두 번 가로 젓고 다시 통화를 했다.
“전화목소리가 너무 예뻐서 얼굴을 보지 않았더라도 지연씨 얼굴이 머리에 그려지는 듯한 목소리네요.”
통화를 듣던 봉효의 감탄사가 들려왔다.
“캬. 이런 건 적어야 돼.”
전화기 너머에서도 달콤하게 들리는 그녀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근데 저는 오빠 이름도 모르는데 이름이 뭐에요?”
“강승훈이에요. 강수지랑 성이 같고 신승훈과 이름 같아요.”
또 다시 그녀의 웃음소리가 전화기 너머에서 들리고 친구의 감탄 소리가 옆에서 작게 들려왔다.
“캬. 저런 거 어떻게 생각해내지? 나는 삼국지 곽가의 자가 봉효던데 소개팅 나가서 삼국지의 조조 쫄다구 곽가의 자가 봉효인데 이렇게 얘기하다간 싸대기 맞겠지?”
통화를 방해하려고 계속 농담을 던지던 친구의 말에 웃음이 터지는 걸 참으려다 수화기를 손으로 막고 코로 웃고 말았다.
“크킁풋.”
다시 수화기에 귀를 댔을 때 여전히 웃음소리가 들리는 그녀에게 능청스럽게 말했다.
“제 삐삐 번호 궁금하시죠?”
그녀는 웃음소리를 섞어 장난치듯 말했다.
“글쎄요?”
“제발, 제 번호 좀 물어주세요.”
애교 섞인 말투가 그녀는 그리 재미있는지 계속 웃어댔다.
“그럼 오빠 번호가 어떻게 되요?”
그녀가 너무 잘 웃고 리액션이 좋으니 나까지 기분이 좋아져 괜히 장난치고 싶어 삐친 말투로 말했다.
“안 가르쳐 줄래요.”
등 뒤에서 젓가락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리니 친구는 손가락을 오글거리는 시늉을 하고 있었다.
그런 친구를 보며 윙크를 하자 바닥에 떨어진 젓가락을 주워 던지는 시늉을 했다.
“통화가 끝나면 너 라면 면발로 목 졸라 버릴 거야.”
친구에게 조용하라고 눈치를 주고 지연에게 말했다.
“지연씨, 적어 봐요. 015-123-9876”
“오빠도 015 쓰시네요?”
보통 삐삐는 012 아니면 015 였기에 당연히 똑같을 수밖에 없었지만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연관을 지어보려 말했다.
“이런 인연이 다 있네요?”
또 그녀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짧은 통화는 아니지만 짧은 듯 아쉬운 통화를 끝냈다.
가슴이 시원하게 뻥 뚫린 느낌에 여태껏 느껴보질 못한 그런 설렘이 느껴졌다.
다시 라면을 마저 먹으려고 앉았을 때 봉효가 무관심한 듯 라면을 먹으면서 내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누군데?”
봉효의 목소리 떨림과 억양에서 지연이의 친구를 한명 소개 시켜달라고 하는 간절함이 느껴졌다.
봉효의 반응을 지켜보려고 무심하게 말했다.
“응 있어”
“여자가?”
빙긋 웃어보이곤 평소에 말버릇처럼 하던 말을 했다.
“들켰나?”
봉효가 불쌍한 표정으로 불안한 시선을 내게 던지며 말했다.
“나는?”
“나는 뭐?”
“나는 뭐 없나?”
“잘되면 친구 하나 소개해 달라고 해줄게.”
전화 통화 때문에 퍼진 라면을 다시 먹으려고 젓가락질을 할 때 봉효는 내 손을 잡으며 농담처럼 말했다.
“우리 승훈이 라면 먹고 되겠나? 짜장면 시켜줄까?”
“짜장면 받고 탕수육 더.”
“콜!”
봉효와 이런 말장난을 하며 서로 크게 웃었다.
친구가 시켜준 중화요리를 먹으며 영화를 다보고 나서
집에 갈 때까지 한 명을 꼭 소개 시켜달라고 신신당부를 하는 봉효를 보냈다.
소파에서 새우잠을 자다 여동생이 집에 들어오는 대문 소리에 눈을 떴다.
시계를 보니 제법 시간이 지나 있었다.
깊게 잔 것도 아니었지만 짜장면에 탕수육까지 배불리 먹어서 그런지 얼굴이 부어있었다.
오후에 만날 수도 있는 설거지 그녀에게 그나마 예쁜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얼굴이 부어있어서 신경이 쓰였다.
샤워를 하고 스킨을 듬뿍 손에 담아 뺨을 세게 치면서 발라 봐도 얼굴은 여전히 커 보였다.
일단 가르마를 살짝 예쁘게 타서 빗으로 머리를 살살 넘겼고 사과 향이 나는 스프레이로 고정을 시켰다.
거울을 보니 얼굴은 부어서 통통한데 머리칼로 커버하니 괜찮아 보였다. 아니 잘 생겨 보였다.
거울을 보며 이렇게도 비춰보고 저렇게도 비춰보니 옆에서 가만히 구경하던 여동생의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쯧쯧, 오빠야. 기름 꼬시러 가나? 왜 거울보고 생지.랄인데.”
“진짜 생지.랄 한 번 보여줘? 아니 생지옥 보여줘?”
동생에게 다가가 뽀뽀하는 척 입술을 내밀며 다가가니 기겁을 하며 자기 방으로 도망가 방문을 잠가버렸다.
그렇게 동생을 간단하게 제압을 하고 집을 나서서 출근 시간보다 약간 일찍 주유소에 도착했다.
소변이 마렵지는 않았지만 혹시나 그녀가 있을 것 같아 공용화장실로 갔다. 하지만 오늘은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설거지 안하나?”
혼잣말로 아쉬워하며 세면대 거울을 보며 머리 살짝 만지다 나왔다.
그런데 어제 보지 못한 여자애가 화장실 입구에 서 있었다.
아마도 화장실에 들어오려 했지만 공용 화장실에 남자가 있으니 나올 때까지 기다린 듯 보였다.
일단 얼굴을 봤다.
쌍꺼풀 진 눈, 도톰한 입술, 설거지 그녀보다 조금 더 긴 생머리 등등 보다가
설거지 그녀와 똑같은 회사 점퍼를 입고 있는 것을 보고 같이 일하는 여직원인 걸 알았다.
내 눈길에 쑥스러운지 말없이 눈을 깔면서 머리를 까딱거리며 인사를 했다.
지연이가 내 기준에 귀여운 얼굴이라면 지금 이 여자는 내 기준에 섹시하게 보이는 얼굴이었다.
까딱 인사를 하는 그녀를 보고 환하게 웃어 보였다.
“지연씨는 사무실에 있는 모양이죠?”
“예? 언니 아세요?”
눈동자의 움직임에서 당황함이 엿보이는 그녀에게 우리는 보통사이가 아니라고 전하고 싶은 맘에 생색을 내듯이 말했다.
“그럼요. 삐삐 번호도 아는걸요.”
까딱녀는 미소를 지으면서 화장실 안으로 들어갈 테니 자리 좀 비켜달라는 손짓을 했다.
까딱녀에게 자리를 내주고 주유소 사무실로 갔더니 친구가 출근해 있었다.
화장실 앞에 까딱녀와 같이 서 있는 것을 본 모양이었다.
“여자면 환장을 하는구나.”
“무슨 환장까지야. 그냥 처음이니깐 인사를 한 거지. 난 상냥하니깐.”
“상냥은 여자한테 붙이는 단어 아닌가?”
“승재 오라버니 왜 그러셔요.”
친구에게 팔을 부여잡고 농담을 던지자 승재는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며 종이컵에 1회용 커피를 타서 내게 주었다.
“쟤는 안된데이. 여럿 쟤 찍었데이.”
“너도 찍었나?”
“당연하지.”
승재는 좀 겉늙어 보이고 반 곱슬머리에 여자에게 관심을 받지 못하는 인상이라
그 역시 관심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그럼 저 애 몇 살이고?”
“알아서 뭐하게?”
“그냥.”
내 눈치를 살피던 승재는 피씩 웃으며 말했다.
“21살이라고 들었는데 이름은 신 뭐라고 하던데 잘 몰라. 그냥 우리 사무실 사람들은 미스 신이라고 불러.”
좋아한다면서 이름도 모른다기에 의아해서 다시 물어봤다.
“설마 말도 안 붙여봤나?”
“........”
“내가 삐삐 번호 따줄까?”
삼고초려 끝에 제갈량은 얻은 유비처럼 승재는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얼굴이 환해지고 있었다.
“정말? 승훈아 번호 좀 따주라.”
“번호 따주면 뭐 있나?”
“저녁에 탕수육 쏠게”
점심에도 탕수육을 먹었지만 또 탕수육을 얻어먹을 기회가 생겼다.
주간 근무자들은 퇴근을 다했고 친구와 둘만 남았다.
오늘은 어제보다 손님이 더 많았고 부수입 차량도 더 많이 들어왔다.
주유 차량이 뜸해진 시간에 중국집에 음식을 시켰고 때마침 차량 한 대가 들어왔다.
승재는 번호를 따 준다는 말을 들은 후부터 미리 테이블 위에 음식 값을 올려놓고 차가 들어오면 본인이 뛰어나갔다.
난 음식이 오기 전 미리 테이블에 신문지를 깔아놓고 사무실 밖 마당을 주시하며 지연이가 지나가길 기다렸다.
- 벌써 퇴근했나? 오늘 못 봤는데. -
그녀가 퇴근을 벌써 했는지 궁금해서 사무실 전화로 삐삐를 치던 중,
주유소 옆길로 흰 원피스를 입은 까딱녀가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까딱녀에게 지연이 퇴근 했는지 물어보기 위해 큰소리로 불렀다.
“저기요!”
저 앞에 있는 까딱녀가 손가락으로 자기를 가리키며 불렀는지 확인을 했다.
“네! 잠시만 이 쪽으로 와 보세요!”
고개를 살짝 갸우뚱 거리더니 까딱녀는 걸어오고 있었고 그 타이밍에 중국집에서 자장면 2개와 탕수육이 도착했다.
배달원이 음식을 꺼내고 계산할 때까지 기다린 그녀가 내게 물었다.
“왜 불렀어요?”
가까이서 본 그녀는 퇴근한다고 화장을 한 것 같았고 사무실 안의 형광등 조명발에 사복 입은 그녀가 너무 예뻐 보였다.
아득해지려는 정신 줄을 죽기 살기로 부여잡고 탕수육을 보면서 말했다.
“음식이 왔는데 양이 너무 많아서 식사 전이면 좀 같이 드시자고 불렀어요.”
“괜찮아요.”
“지연씨는 퇴근 했나요?”
“오늘 일찍 갔어요.”
지연이가 퇴근했다는 말에 적당한 변명이 생각났다.
“아....지연씨도 퇴근하고 없고 탕수육은 2명이 먹기엔 많고 남으면 버려야 되는데..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이 만큼 콩기름도 썼는데...”
까딱녀는 눈과 입을 귀엽게 움직여 가며 웃으며 말했다.
“그 기름이 이 기름은 아닐 거요?”
“진짜에요? 왠지 우리나라에 기름 나는데 뉴스에서 안 난다 카더라.”
일부로 크게 놀라는 척 하는 내 행동을 보고 손으로 입을 막으며 한참을 웃고는 말했다.
“약속이 있긴 하지만 그러면 시간이 좀 있으니깐 조금만 먹고 갈게요.”
이 때 친구가 사무실로 들어와 까딱이를 보고는 당황한 얼굴로 시선을 내리깔았다.
그리고 데면데면 까딱이와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았다.
그녀가 자리에 앉기 전 퍼포먼스 겸해서 의자에 휴지 한 장을 깔아 놓았고 그 위에 까딱녀가 앉았다.
당황하는 표정으로 음식의 랩을 벗기는 친구의 얼굴을 보며 눈치를 주고 까딱이에게 말했다.
“저 아주 궁금한 게 있는데요. 아까도 제가 저기요 라고 불렀는데 앞으로는 그렇게 말고 이름 부르고 싶은데..”
까딱이는 내 말을 듣고 흥미가 있는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제 이름이 뭐냐고요? 많이 궁금하신가 봐요?”
승재는 이 순간에도 관심을 들켜서는 안 된다는 듯이
까딱녀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덜 비벼져 군데군데 하얀색이 보이는 짜장면을 먹고 있었다.
승재를 한번 건너다 본 후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네, 이왕이면 삐삐 번호도 좀..”
적극적으로 반응을 하는 모습에 까딱녀는 좀 놀란 듯 보였고 나는 다시 물었다.
“혹시 남자친구 있으세요?”
“그냥 만나는 사람은 있는데 정식으로 만나는 사람은 없어요. 근데 왜요?”
“아, 그냥 제가 궁금해서..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 시켜드릴려구요.”
그녀는 깔깔깔 웃었고 그녀의 시선 또한 내 얼굴에 간질간질하게 와 닿았다.
“보통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더 관심 있어 하던데?”
일부로 명랑하고 귀엽게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소개시켜 줄 사람이 옆에 덜 비벼진 짜장면을 먹는 이 남자라고 외치고 싶었다.
하지만 평소에 입버릇처럼 말하던 농담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튀어나왔다.
“들켰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