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차 디자인하는 한국 여성

슈퍼스탈리온 작성일 08.07.05 20:5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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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 자동차 업계에 한국인 여성 디자이너들의 활약이 눈에 띄고 있다. 섬세한 손길로 차가운 강판에 한국적인 감성을 불어넣으며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 여성 디자이너 두 명을 만나 보았다

지난 2003년 네티즌들 사이에서 한안순이란 이름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녀는 일본에서 활약하고 있는 패션 디자이너로, 재일교포 3세다. 한국과 일본의 양식을 조합한 독특한 디자인이 특징인 그녀의 옷들은 2003년 오사카 및 뉴욕 컬렉션에 데뷔해 크게 주목받았고, 이후 그녀는 일본의 유명 패션 컬렉션 ‘르 시엘 블루’와 전속계약을 맺어 자신의 이름으로 만든 브랜드의 패션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한안순 씨를 시작으로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많은 한국인 여성 패션 디자이너들이 주목을 받았다.

최근에는 한국인 여성 디자이너들의 활약이 패션에 이어 자동차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GM 허머 HX를 디자인해 주목받은 강민영 씨, 닛산 믹심을 만든 유은선 씨, 포드 링컨 MKT의 디자인을 한 조앤 정과 에이미 김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자동차 디자인에 한국적 감성을 불어 넣음으로써 이전의 패러다임을 깨고 있다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녀들의 섬세한 손끝에서 시작하는 디자인의 재구성은 ‘자동차 디자인에 대한 르네상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많은 한국인 여성 디자이너 가운데 컨셉트카 허머 HX로 주목받은 GM의 강민영 씨와 닛산의 믹심을 디자인해 알려지기 시작한 유은선 씨를 만나 보자.

GM 허머 HX의 디자이너 강민영
자동차 디자이너는 내 인생 2막의 시작
디자이너가 되기 전 이력이 독특하다
제주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자마자 투자신탁회사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조건이 좋은 직장이었지만 그다지 큰 흥미를 느끼지는 못했다. 전공과 관련이 있는 분야라서 자연스럽게 연결되었을 뿐, 나의 관심 분야는 아니었다. 직장에 다니는 동안 내내 뭘 하면 가장 잘할 수 있는지, 그리고 열정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했다. 어려서부터 예술 분야에 관심이 많았고, 특히 디자인 분야를 동경했기 때문에, 고민 끝에 ‘아, 이거면 내가 정말 잘할 수 있겠구나’ 하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회사에 입사한 지 2년 만에 본격적인 유학 준비를 했다.

어릴 때부터 자동차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나
어려서부터 예쁜 인형이나 옷보다 남자애들이 가지고 노는 자동차나 로봇과 같은 장난감에 더 흥미를 느꼈다. 특히 도로에 다니는 자동차의 디자인에 많은 관심을 가졌었다. 어렸을 적 관심이 내가 새로운 것을 찾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

유학길에 오른 후 CCS에 입학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입학허가서를 얻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들어가서 졸업하기가 어려웠다. 입학한 학생들간에 경쟁이 너무 치열했고, 4학기를 마치면 자동차 디자인과에 들어갈 학생들을 30명 선발하는데 여기에 끼려면 정말 열심히 공부해야 했다. 투자신탁회사에 다닌 지 2년이 될 무렵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사설학원에 다녔었다. 내가 과연 디자인 분야에 재능이 있는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두 달쯤 지나자 디자인에 흥미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점차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그 길로 바로 회사에 사표를 내고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데 5개월간 집중했다. 그리고 얼마 후 CCS로부터 입학허가서를 받았다.

디트로이트모터쇼에 출품한 허머 HX의 디자인은 어디서 영감을 얻었나
허머 HX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을 때 H3보다 작을 것이라는 것과, 디자인을 하는 데 제약이 적을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 허머 드라이빙 아카데미에서 H1, H2를 타고 오프로드를 달려 보면서 리서치를 했다. 이때 얻은 데이터베이스와 어렸을 적 가지고 놀던 장난감에서 영감을 얻었다. 변신 로봇과 같이 다양한 기능을 가진 모습으로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여러 가지 생각들을 정리해 보았다. 그래서 탄생하게 된 모델이 다양한 도로에서 즐길 수 있는 역동적인 SUV 허머 HX 컨셉트이다.

남성적인 이미지로 굳어진 허머를 여성 디자이너가 디자인했다는 것이 더욱 관심을 모은다. 디자인 과정 중 가장 어려웠던 점은?
처음 허머 스튜디오에서 일하게 되었을 때 너무나 흥분되었지만 사실 강인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차세대 허머를 어떻게 만들지 걱정이 많았다. 아무래도 여성이 생각하는 차의 라인이나 외형은 남성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남성적인 와일드한 이미지로 알려져 있는 허머의 전통적인 틀을 깰까 봐 은근히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허머 HX를 디자인할 때 마음 속으로 늘 두 단어를 곱씹곤 했다. 바로 ‘터프’(Tough, 강인함)와 ‘어그레시브’(aggressive, 호전적인 혹은 마초적인)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서부터 잠들기 전까지 이 두 단어를 끊임없이 생각했고, 이를 컨셉트카 디자인에 반영하려고 노력했다.

GM의 디자이너 중 한 사람으로 GM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허머를 예를 들어 설명하면, 허머는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강한 브랜드 이미지를 가진 자동차다. 누군가 길에서 스치듯 지나가는 허머를 보더라도 이 차가 허머인지 다른 차인지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게 만드는 강렬한 디자인을 갖고 있다. 허머의 디자인 요소 중 일곱 개의 슬롯그릴, 직각에 가까운 윈도, 어그레시브한 타이어 등은 허머와 자동차 브랜드 허머를 말하는 요소들이다. GM은 허머를 비롯해 다양한 디비전을 갖고 있는 자동차 메이커다. 그만큼 각 디비전마다 특징을 잘 살리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GM은 이를 잘 알고 있고, 허머와 같이 각 브랜드마다 디자인의 특징을 잘 살리고 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최고의 디자인’을 갖춘 자동차는 무엇인가
지난 북미오토쇼에서 선보인 캐딜락 CTS 쿠페가 최근 나에게 가장 어필하는 디자인이다. 전통적인 캐딜락의 브랜드 이미지를 지키며, 진보한 디자인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마치 잘 커팅된 다이아몬드를 연상시키는 CTS 쿠페는 GM 자동차 디자인의 결정체이기도 하다.

영향을 끼친 자동차 디자이너가 있다면?
나에게 영향을 끼친 사람은 자동차 디자이너가 아닌 발레리나 강수진 씨다. 그녀는 타고난 재능도 있지만 영락없는 노력형이다. 자동차 디자인을 하면서 노력하는 자는 따를 사람이 없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CCS에 다니는 동안 급우들과 공부하면서 배운 것은 그들의 열정과 노력이다. 어디든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자동차 디자인 분야에서는 열정과 노력이 없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나 또한 아직 성장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우습지만, 자동차 디자이너로서 성공하고 싶다면 끊임없이 노력하고, 일을 사랑할 수 있는 열정을 가져야 할 것이다.

닛산 믹심의 디자이너 유은선
드로잉에서부터 시작한 자동차 디자이너의 꿈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어야겠다는 계기가 있었는가
어렸을 때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 미술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그래서 회화를 그리는 화가를 꿈꿔 왔는데, 성장하면서 디자인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라이프스타일과 관련된 제품을 디자인하는 것이 더 흥미롭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는데, 공부를 하다 보니 자동차 디자인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특별히 일본 닛산에 입사하게 된 이유는?
여러 문화가 공존하는 일본에서 자동차 디자인 경험을 쌓고 싶어서 일본행을 택하게 되었다. 일본 메이커 중에서도 닛산을 선택한 이유는 자동차 디자인에 일본의 현대와 과거가 적절하게 조합되어 있고, 닛산만이 추구하는 뚜렷한 디자인 철학이 있기 때문이다.

어떠한 과정을 통해 닛산에 입사하게 되었나
2004년부터 한국인 자동차 디자이너들이 국제사회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고, 다양한 해외 자동차 메이커들이 국내 대학교 중 디자인을 전공한 학생들을 영입하기 시작했다. 그 중 닛산이 가장 적극적이었다.
닛산은 유명한 대학교의 산업디자인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를 줬다. 대학교 3학년을 마치고 겨울방학을 이용해 일본에 있는 닛산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그때 좋은 성과를 거둬 닛산으로부터 입사 통보를 받았다. 대학을 졸업함과 동시에 닛산에 입사하게 되었다.

차를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자동차를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소비자다. 모든 디자인은 소비자가 중심이 되며, 소비자의 욕구를 파악하고 그들의 요구를 수용해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소비자가 디자인한 차를 샀을 때 즐거움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지, 자동차의 크기와 퍼포먼스, 차값 대비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자신이 디자인한 자동차에 여성적인 감성이 묻어 있다고 생각하는가
자동차 디자인에 있어서 여성적인 감성과 남성적인 감성이 따로 구분되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성별을 나누는 것이 디자인을 하는 데 벽이 되지 않을까? 최근의 자동차 디자인 트렌드를 보면 성별의 감성에 따른 벽이 사라지고 있다. 물론 세심하고 꼼꼼한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특별히 여자 디자이너가 만든 차라고 해서 차에 여성적인 특징이 묻어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내 개인적인 감성이 디자인에 잘 반영되어 있다.

디자인 영감은 어디에서 얻는가
생활의 모든 것에서 디자인 영감을 받는다. 과거의 미술품을 비롯해 책, 소설, 영화, 음악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접하는 것들이 디자인의 든든한 밑천이 되고 있다. 또한 내 구미에 맞지 않는 분야도 디자인을 하는 데 중요한 소재가 되기도 한다.
디자이너로 일을 하다 보면 언제나 개인적인 입맛에 맞는 프로젝트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다양한 것을 접해야 한다. 따라서 역사책을 비롯한 심리학책, 하이틴 소설까지, 편식하지 않고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양한 각도로 디자인을 바라보고 반영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노력 중이다.

최근 자동차 디자인의 트렌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개인적으로 지금 세계 자동차 시장은 전환기를 맞고 있다고 생각한다. 전통을 고수해온 자동차 메이커들은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디자인을 하기 시작했고, 역사가 얼마 되지 않는 자동차 메이커들은 자사에서 생산하는 자동차 디자인의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또한 이미 많은 모터쇼를 통해서도 알려졌지만 환경과 대체에너지도 디자인의 흐름을 좌우하는 요소 중 하나다. 이 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엔지니어 부분뿐만 아니라 디자인도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 숙제를 풀어내는 자동차 메이커가 앞으로 강자로 떠오를 것이다.

개인적으로 디자인이 괜찮다고 보는 차와 앞으로 자신이 만들고 싶은 차가 있다면?
워낙 괜찮은 디자인의 차들이 많아져 특별히 하나만 고르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앞으로 하고 싶은 자동차 디자인은 친환경적인 차와 저가 자동차 디자인이다. 기회가 닿으면 더 이상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고 재활용할 수 있으며, 소비자에게 부담 없는 값으로 이용될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드는 작업에 참여할 것이다.

끝으로 유은선 씨와 같은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꾸는 후배들을 위해 하고 싶은 말은?
본격적인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기 전에, 학창시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이 무슨 디자인을 할지 충분히 고민하는 일이다. 디자인은 단순히 트렌드에 맞춘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내우외환에도 흔들리지 않는 심지 곧은 디자인 철학이 있어야 한다. 아울러 도전하는 마인드와 함께 다양한 디자인을 접해 트렌드를 읽는 눈을 가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좋은 디자이너가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자료제공 : 야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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