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차는 최고시속 409㎞, 0→100㎞/h 가속 2.9초, 0→시속 300㎞ 가속 15.8초라는 경이적인 공인기록을 수립해 화제다. 물론 기록으로만 보면 세계 최고속도는 미국에서 달성된 트러스트 SCC의 시속 1,220㎞다. 그러나 SCC는 일반자동차에 사용하는 피스톤 왕복기관이 아니라 전투기 엔진인 롤스로이스 스페이 205라는 2대의 가스터빈을 장착해 무려 10만6,000마력을 내는, 사실상 땅바닥에 붙은 팬텀기였다. 운전자 역시 토나도라는 영국 공군의 전투기 조종사였으니 흔히 말하는 순수 자동차로 보기 어렵다.
그 동안 자동차로서 공식적인 세계 최고시속을 보유한 차는 402㎞의 부가티 베이론이었다. 물론 세계 곳곳에서 비공인, 혹은 자기들만의 기록 등을 앞세워 ‘세계기록’이라고 심심치 않게 주장하지만 진위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번 기록갱신으로 공인 세계 최고시속 자동차 명예는 9ff GT9의 몫이 됐다. 9ff GT9은 최고시속 기록갱신장소로 이탈리아 나르도 서킷을 택했다. 이 곳에서 GT9은 최고시속 409㎞를 내 현존하는 자동차 중 최고속도를 지닌 차로 인정받았다. 더불어 GT9은 상업용으로 제작, 판매한다는 점에서 다른 기록용 차들과는 확연히 구별된다.
GT9의 기록 중 주목할 만한 건 0→300㎞/h 도달시간이다.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명품 슈퍼 스포츠카도 순발력의 새로운 기준인 0→300㎞/h 도달시간이 대부분 20초를 넘어선다는 걸 감안할 때 15.8초는 경이적인 기록이 아닐 수 없다.
GT9은 엔진에 따라 750마력의 6기통 3.6ℓ 트윈터보를 얹은 스테이지1, 4.0ℓ 987마력에 최고시속 409㎞의 공인 세계기록을 보유한 스테이지2, 지난 연말 업그레이드한 1,120마력의 스테이지3가 있다. 9ff는 올해 스테이지3로 시속 414㎞에 도전한다. 자신들이 세운 기록을 다시 깨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gff GT9은 세계 신기록을 바탕으로 20대 한정 주문생산하는 전형적인 명품 마케팅을 고수한다. 물론 GT9은 최고 옵션이 붙은 독일 판매가격이 68만유로, 즉 한화로 약 12억원이 넘는 고가다. 물론 이 모델을 한국에 수입한다면 가격이 두 배 가까이 될 것이다. 주문자의 옵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엄격히 20대 한정판인 만큼 세계 어느 곳에서든지 문제가 발생하면 24시간 서비스를 해주고, 엔진 및 기타 다른 부분에서 일정기간 혹은 평생 업그레이드해준다는 점도 일반 명품 스포츠카와 다른 점이다.
엄청난 고가임에도 GT9을 생산하는 회사의 수익은 전망하기 어렵다. 9ff GT9은 9ff라는 회사가 처음으로 고유모델로 등록해 만든 수제품이어서 당장 회사의 수익성보다는 브랜드 파워를 키우는 차종으로 볼 수 있다. 말하자면 혁신적인 기술과 성능으로 신기록 수립을 통한 브랜드 이미지 구축 전략에 따라 개발한 셈이다.
또 다른 스포츠카 명품회사인 루프의 대표 알로이스 루프 씨는 9ff의 신기록 갱신이 "단지 기록을 위한 것일 뿐"이라며 애써 무시하지만, 지난 80년대 중반 루프 또한 그 유명한 옐로버드로 명명된 노란색 포르쉐 튜닝카로 이탈리아 나르도 서킷에서 최고속도 신기록 수립을 달성했다는 점에 비춰 보면 알로이스 루프의 말은 9ff를 경쟁자로 인식한 발언임을 짐작하게 한다.
GT9에 대한 독일 자동차언론의 반응도 뜨겁다. 독일의 유력 자동차전문지인 ams와 스포츠아우토, 아우토차이퉁 등은 9ff라는 회사의 특별취재를 통해 GT9을 극찬했다. 현존하는 최고기술로 정교하게 잘 다듬은 결정체라는 것이다. 4.0ℓ 엔진으로 무려 1,120마력을 뽑아낸다는 건 대단한 모험이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물론 단순히 기록을 위한 것이라면 독일 엔진 수준을 감안할 때 4.0ℓ에 2,000마력도 뽑아낼 수 있다. 그러나 양산을 위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적어도 10만㎞ 이상 내구성은 기본이고, 전문가들이 즐비한 독일땅에서 수많은 평가를 거쳐야 한다.
9ff는 2001년 설립된 신생회사다. 회사명 9ff는 ‘9 For Fatthauer’의 약자다. 즉 포르쉐의 911을 기본으로 정비 및 튜닝사업을 시작한다고 해서 ‘9’를 따왔고, ‘f’는 독일어 ‘fur(영어로는for)’, 뒤의 'f'는 창립자이자 사장인 '파트하우어(Fatthauer)' 이름에서 따왔다. 수제작회사의 이름으로 독일 내에선 그다지 생소하지 않지만 짧은 역사로 인해 아직 명품 브랜드 가치를 갖기엔 인지도와 역사성에서 포르쉐나 페라리는 물론 루프나 AMG에 비해 조금 밀린다.
그럼에도 한겨울 공장에는 주문제작과 정비 및 튜닝업무가 밀려 3월말까지 작업일정이 꽉 찼다. 본격적인 스포츠카 계절인 4월을 준비하는 고객들이 동절기에 정비와 튜닝, 점검 등을 위해 예약해서다. 자동차시장이 불황이라고 아우성이지만 그 것은 양산업체에나 해당하는 얘기일 뿐 프리미엄 튜닝제작회사는 불황을 모른다. 아니 불황이란 단어가 없어 보인다.
gff는 정비와 튜닝은 기본이고 자체 고유모델인 GT9 그리고 기존 포르쉐 모델을 기본으로 한 여러 컨버전 모델을 개발했다. 또 드레그레이스 전문용으로 개발한 4.0ℓ 1,300마력짜리 드랙스터를 비롯해 레이스와 공도 겸용인 G 터보, 카레라 GT 컨버전 모델인 GTT 900 등 고객의 운전특성과 개성을 만족시키는 여러 모델을 혁신적인 기술로 무장시켰다.
9ff는 개발과정에서 프리미엄 튜닝업체의 브랜드 가치는 물론 슈퍼카 수제작업체로서의 가치도 꾸준히 높이고 있다. 혁신적인 기술과 뛰어난 디자인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한다면 머지 않은 장래에 틀림없이 수제 스포츠카 명품 브랜드 반열에 오를 것이다. 프리미엄이란 반드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혁신적인 기술과 창의적인 디자인 그리고 뛰어난 품질로만 이뤄질 수만은 없어서다.
9ff는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퍼포먼스 능력도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9ff만의 독특한 디자인으로도 각광받는다. 특히 GT9은 뒷모습을 유선형인 포르쉐 특유의 앞선을 연장해 공기흐름을 따라 매끈하게 마무리하면서 2개의 머플러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를 통해 묘한 카리스마와 알 수 없는 섹시함을 풍기는 뒷태의 마무리가 특히 돋보인다. 뿐만 아니다. 시동키를 돌리면 특유의 낮은 배기음이 운전자를 자극한다. 그냥 운전석에 앉아 시동키만 돌려봤을 뿐인데 숨이 가빠오고 손에 땀이 배어난다. 그 동안 '슈퍼'라는 글자가 붙은 온갖 차들과 조우해 왔지만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9ff의 대표 얀 파타우어는 전형적인 독일의 자동차 엔지니어 출신이다. 우리에겐 전문대학과 비슷한, 그러나 결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독일의 FH 출신의 엔지니어다. 물론 실제적인 사항보다 이론과 학문적인 가치에 더 많은 비중을 두는 우리나라의 4년제 대학과 비교되는, 그러나 역시 그와 전혀 비교할 수 없는 독일의 UNI 출신은 아니지만, 그는 벤츠 전문튜닝회사인 브라부스와 최고의 명품 스포츠카회사인 루프에서 오랫동안 경력을 쌓았다.
그는 또 프로레이서를 능가하는 레이스 실력을 갖고 있다. 직접 개발한 모델을 테스트하고 세계 기록에 도전했다. 외견 상 아마추어 레이서라는 점에서 그가 세운 기록은 더욱 돋보인다. 다른 신기록업체들이 전문적인 프로 레이서를 고용해 세운 기록과 대비된다. 웬만한 레이스 실력을 갖춘 마니아뿐 아니라 운전좀 한다는 일반인이 GT9을 탄다면 세계 신기록을 직접 만끽(?)할 수 있다. 이게 바로 수제품 스포츠카의 매력이며 동시에 최고 장점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