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우리는 폭스바겐이 얼마나 흥미진진한 차를 만들 수 있는지 잊어버리곤 한다. GTI나 R32 한 대가 태어날 때마다 그와 동시에 검정 플라스틱을 아래에 두른 1.4리터급 경제형 골프 한 대도 함께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범적이기는 하나 무척 지루한 운송수단이다. 파사트 R36은 또 어떤가? 이 차가 눈길을 끌며 도로를 스쳐갈 즈음이면, 어김없이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2.0 TDI의 대군들이 온 나라를 돌아다니곤 한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자. 다른 어떤 자동차 제조업체가 1.2리터 3기통으로부터 6.0리터 W12에 이르는 엄청난 범위의 차들을 생산해내고 있는가? 다른 어떤 자동차 제조업체가 블루모션 초절약형 자동차를 적극 홍보하는 한편 여전히 5.0리터 V10 디젤 엔진과 지구 자체를 완전히 말아 먹을지도 모를 무지막지한 토크의 투아렉 R50들을 은밀하게 출시할 수 있는가? 폭스바겐은 짐짓 무뚝뚝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자동차를 진정 사랑하는 사람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회사가 분명하다. 그리고 그 오랜 세월에 걸쳐 단지 부차적인 비밀 프로젝트로서 골프 GTi 1세대를 제작했던 엔지니어들과 마찬가지로, 지금도 여전히 그들은 우리에게 웃음을 주려고 노력한다.
그리하여 2008년, 우리는 시로코의 복귀를 보게 된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신차의 등장이 아니다. 그것은 1974년까지 거슬러 올라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즐거움을 안겨주었던 어떤 자동차의 3세대째 재탄생이자 멋진 리믹스다. 또한 과거를 기억하는 35세 이상의 모든 사람들에게는 한마디로 독이 든 성배나 다름 없다. 처음 탄생했던 주지아로 버전은 그 무엇과도 결코 견줄 수 없는 우상과 같은 존재로 자동차광들의 정신 속에 단단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 차는 여전히 위험의 정점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고 있다. 일종의 실용성이 약간 떨어지는 골프로서, 주로 외모로 자신을 부각시킨다. 그리고 조금 더 근소하게 스포티한 본성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심오한 부분을 느껴야 한다. 시로코가 ‘<톱기어> 카 오브 더 이어’라는 신성한 전당에 오른 근거는 2008년 출시된 자동차들 중 가장 멋진 외관을 가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또한 가장 정교해서도 아니며, 가장 균형이 잘 잡혀 있다거나 가장 강력해서도 아니다. 진짜 이유는 바로 폭스바겐이 역사를 파괴하지 않으면서도 멋있고 맵시 있으며, 무엇보다도 수용 가능한 수준의 가격으로 의미 있는 자동차를 극소수 부자들이 아닌 바로 우리, 일반인을 위해 만들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