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르랠리 우승제조기 미쓰비시 `파제로`
올 1월 국내 자동차 회사의 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2009 다카르랠리'에서 완주에 성공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다카르랠리가 얼마나 대단한 대회이기에 완주만으로도 기삿거리가 될까.
다카르랠리는 1978년 시작됐다. 첫 대회에선 프랑스 파리에서 출발해 지중해와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을 건너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까지 달렸다. 이후 종착지 또는 기착지를 바꾸거나 왕복하는 등 랠리의 코스가 변하기도 했다. 레이스의 총 길이는 6000~1만5000㎞다. 이 엄청난 거리를 2~3주 동안 폭염 속에서 정해진 코스 없이 주행하기 때문에 '지옥의 랠리' 혹은 '죽음의 랠리'로 불린다. 실제로 1978년부터 지금까지 수십 명의 레이서와 관전객이 대회기간 중 죽음을 맞았다.
악조건 속에서 코스를 완주했다는 것은 SUV로서의 기술적인 우위를 증명하는 것이다. 엔진 과열 등의 차량 고장은 물론 험로 탈출 실패,또는 레이서의 부상이 흔히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죽음의 랠리에서 지겹도록 우승컵을 거머쥔 차가 있다. 27년 연속 참가했고 12회 통합 우승이란 기록을 작성한 미쓰비시의 파제로가 그 주인공이다. 파제로는 다카르랠리에서 2001~2007년 7회 연속 우승하면서 명실공히 '랠리의 황제' 자리에 올랐다. 파제로는 이를 배경으로 일본에서 SUV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170개국에 수출돼 전세계 시장에서 250만대 이상 판매됐다. 우리나라에서는 한때 현대정공에서 '갤로퍼'란 이름으로 별도 제작해 판매하기도 했다.
수십 년간의 다카르랠리 경험은 전세계에서 판매되고 있는 파제로 양산기술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기본적인 차량의 무게 배분이나 경량화,알루미늄 후드를 통한 저중심 설계 등은 독보적이다.
상황에 따라 네 바퀴에 출력을 자유자재로 분배하고 제어하는 4륜 주행 기술을 포함해 오프로드에서도 안정적 자세를 유지할 수 있는 독립 서스펜션 기술,운전자의 핸들링까지 모니터링해 적극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능동형 안정제어장치(ASTC) 등 첨단 랠리 기술이 접목됐다. 개발자들은 에어 필터까지도 흙과 먼지 투성이가 되는 상황을 감안해 설계했다고 말한다.
남들보다 빠른 차도 좋지만,강한 차에 대한 매력 역시 이에 못지 않다. 길이 아닌 길을 개척해나가는 매력,'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에게는 도전,뒤따르는 사람에게는 꿈'이란 다카르 랠리의 정신처럼 말이다.
크로스오버를 표방하며 그저 예쁘게만 포장하고 있는 SUV의 홍수 속에서 파제로는 정통 오프로더로서 그 자리를 변함없이 지키고 있다.
(출처 - 한국경제, netcarsho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