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 속에서 면발이 밀려나온다 국수호박집 [초가집]

강한사람이다 작성일 06.01.12 10:3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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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휴일 오전 침대 속에서 계속 뒹굴대며 TV 리모콘만 마구 돌려대던 브라운 메뚜기. 그러다가 멈춘 채널에서 어떤 식당의 주방 안이 나오는데, 길쭉한 노란 호박을 반으로 잘라 삶은 후 두 손에 힘을 줘서 호박을 비비니깐, 신기하게도 면이 쭉쭉 밀려나오기 시작, 몇 번 더 비비니깐 호박 속이 전부 면발로 쏙 빠져나오고 호박 껍데기만 덩그러니 남았다. 그리고 바로 식당 홀로 장면이 바뀌어 호박에서 나온 면을 얼음 띄운 국물에 말아 입맛 다시면 맛있게 먹는 사람들의 모습이 나오는 데, 어찌나 먹고싶던지 당장이라도 TV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그래서 벼르고 벼르다가 그 집으로 향했다. 아직도 오너 드라이버의 대열에 합류하지 못한 저액 연봉자 브라운 메뚜기, 블랙 메뚜기, 분주한 나비는 청평 가는 기차를 타고, 내려서 또 버스로 갈아타고 오직 그 TV 속 국수호박만을 생각하며 아침고요수목원 가는 길목에 있다는 그 집으로 향했다

“여기가 TV에 나왔던 그 국수호박집 맞죠?” “네, 맞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둘러보니, 아무래도 TV속 그 집 보다는 허름하고 썰렁한 것이 아무래도 잘못 찾아온 게 아닌가 싶다. 오늘의 원정을 기획한 브라운 메뚜기는 다른 메뚜기들의 질타가 두려워 감히 티는 내지 못하고 혼자서만 의심하며 계속 두리번대는데, 아저씨 부대 한 팀이 이 집이 TV에 나왔던 집이야라며 큰 소리로 떠들면서 들어온다. 휴~ TV에 나왔던 집이 맞구나. 안도의 숨을 내쉬며, TV에 나왔던 그 신기한 국수호박과 호박냉면을 주문했다. 국수호박은 호박 속살이 면발인 그 국수이고, 호박냉면은 면반죽에 호박을 넣은 거라고 한다.

국수호박이 먼저 나왔다. 부드러운 호박 속살의 감촉을 상상했는데, 예상 외로 무채처럼 사각사각거리는 면발이다. 상상과 어긋나 살짝 실망했으나, 얼음 동동 띄운 시원한 국물이랑 그 면발이 잘 어우러져 한 그릇 시원하게 비웠다. 국수호박은 국물에 말아 먹기만 할 것이 아니라, 양념 넣고 무쳐 나물처럼 먹거나, 샐러드로 먹어도 맛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박냉면은 쫄깃쫄깃한 기는 없으나, 진한 노란색이 정말 호박 맞구나란 생각이 확 들게 한다. 나중에 물어보니 호박을 30%나 넣었기 때문이라고. 면에서는 익숙한 단맛이 희미하게 느껴지는 데 이 맛이 어디서 나던단맛인지 계속 기억을 더듬다가 그릇을 다 비울 때쯤에서야 그게 뭐였는지 생각났다. 그것은 바로 어린 시절 즐겨먹었고 지금도 보일 때마다 한 무더기씩 사는 쫀뜨기의 단맛! 그래서 이렇게 맛있게 느껴졌구나~

계산하면서 주인 아주머니에게 TV에서 봤던 내용을 이야기하니 TV에 나왔던 집은 근처 현리라는 곳에 따로 있고 이 집은 식당이 허름해 그림이 안 나오기 때문에 국수호박을 키우는 밭만 잔뜩 촬영해 갔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기네 집이 국수호박의 원조라는 것을 무지 강조하셨다. 아뿔싸! 역시 이 집이 아니었구나.

이 국수호박을 상품으로 팔기도 하는데, 초창기에는 그 씨를 도둑 당할 것을 염려해 호박을 갈라 씨를 파낸 후에만 팔았었다고. 이 국수호박은 금방 상해버려 저장이 힘들기 때문에 국수호박의 제철인 7,8월을 포함한 하우스 재배가 가능한 5월부터 11월까지만 국수호박을 맛볼 수 있단다.
휴일에 많이들 찾는 아침 고요 수목원 가는 길목에 있으니, 메뚜기떼처럼 일부러 국수호박 먹겠다고 갈 것 까진 없지만 수목원 오고 가는 길에 들리면 아주 좋을 집이다.

● 영업시간 : 8시부터 10시 반, 연중 무휴
● 찾아가는 길 : 가평 아침고요수목원 가는 길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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