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다니는 메밀국수집2

귀여운배 작성일 17.06.12 21: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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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로는 두번째지만 다루는 종류는 전편에 말씀드렸다시피 우리나라 강원도 지방에서부터 출발해 우리 입맛을 지배해온 막국수타입입니다. 춘천으로 시집간 둘째 누나 덕에 당시 고속도로도 제대로 뚫리지 않았을 시절 옛 경춘가도를 낡은 자동차로 세시간 가량 운전하여 왔다갔다 해야했죠. 하지만 그 덕에 소위 춘천사람들만 가는 지역의 숨은 막국수집들은 거의 섭렵할 수 있었지요. 대부분 국도 구석진 곳의 옛 민가를 개조하여 장사를 하는 곳이 많습니다. 작년에도 양수리까지 갔다가 필받아서 그대로 남춘천역인가? 앞의 유명한 막국수 집을 가기도 했더랍니다. 비빔 형태로 나오는 면을 어느 정도 먹다가 동치미 베이스 국물을 듬뿍 부어서 마무리를 하는 방식이 옛 방식 그대로고 맛도 그대로여서 감탄했지요.

 

 첫 게시물에 말씀드렸다시피 초기 막국수는 지금처럼 물막국수와 비빔막국수가 따로 분리된 형태가 아니었고 가게마다 개성이 다 달랐습니다. 어디는 들기름 자작하게 부워주는 완전 비빔 스타일이라면 어디는 처음부터 물에 말고 갈아져 있는 다데기로 매운정도를 조절할 수 도 있었고 아예 육수가 빨간 경우도 있었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그냥 옛날 그 유명한 집들 다 돌아다니면서 먹고 소개해드리고 싶지만 현실의 벽 앞에 다녔던 집들 제외하고 실제 집 부근의 현재 다니는 집들을 중심으로 소개하려 합니다.

 

첫번째 집은 전날 마신 술에 위장이 위태위태할 때 잽싸게 달려가는 일산 미관광장 앞의 봉평메밀막국수집입니다. 이 일대가 워낙 임대료가 비싼 번화가다보니 이 동네서 10년 이상 버틴 마지막 집이 되어버렸네요.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서 주인공 허생원이 꽃다운 처녀와 꿈같은 하루를 보낸 그 곳이 봉평이여서 이름을 저렇게 지으신 건데 요즈음 아이들은 잘 모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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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에 해장국 시리즈에서 말씀드렸던가요. 저는 우리 나라 음식이 재료의 비린 맛을 덮기 위해 매운 자극 적인 맛으로 가는 것에 비판적입니다. 마치 매운거 잘먹으면 즐거운 중독인 것처럼 메스컴에서 얘기하지만 위장과 혀에는 사실 고통을 주어서 잠시 분비되는 엔돌핀에 중독된 것에 불과하지요. 여기도 다대가기 넣어 나오는 데 보기와는 달리 꽤 매운 편이라 저렇게 따로 달라고 해서 매운 정도를 구별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적당한 탄력의 면에 적당히 우려낸 육수에 아삭한 열무와 무우가 조화를 이루는 집입니다. 뭐랄까요 하나만 무지하게 잘하는 천재가 아니라 국영수 모두 탄탄한 늘 책상위에서 무언가를 공부하고 있는 모법생의 느낌이랄까요? 임대료 비싼 이 동네에서 어떻게 묵묵히 버티고 있냐하면 이 별거 아닌 듯한 7000원의 우직한 맛때문입니다. 고마운 곳입니다.

 

 

두번째 집은 다들 아시는 파주 유명한 막국수집 오두산 막국수집입니다. 이미 식객을 통해 유명세를 탄 곳이지요. 맛 고수분들은 꼭 본점으로 가라고 충고해주시는 데 거기는 교통과 주차가 힘들고 대기줄 길어서 힘들고.. 걍 자유로타고 시융 드라이브하다가 통일동산가서 전망한번 보고 거기 분점서 한그릇 뚝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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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만한 분의 블로그에서 퍼온 사진인데 이분 맛집 블로그보면 저말고도 사진 잘 못 찍는 분이 있다는 점에서 대리만족이 됩니다. ㅋㅋㅋ 긴 얘기 필요 없이 맛있습니다. 면의 식감도 좋고 동치미 베이스라기보다 고기 베이스라고 말해야 어울릴 듯한 육수의 비율도 멋집니다. 매운 다대기를 따로 넣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 맛을 그대로 느끼게 하기 위해서여서 완전 제스타일입니다. 재료의 순수한 맛을 살려서 음식을 제대로 만들면 매울 필요 없습니다. 사람들의 혀는 귀신같아서 유명해질 집은 유명해지기 전부터 알아챈다고들 하던데 이집에 대한 오랜 단골분들의 평가가 그러시더라고요. 뭐랄까 막국수를 고급스러운 레벨로 끌어올린 맛이라는 박수를 드립니다.

 

 

세번째는 지난 게시물에도 나온 망원정 사거리 메밀국수집의 물메밀입니다. 이름은 물메밀이지만 B타입의 가스오부시베이스의 육수가 아닌 새콤달콤한 베이스 육수가 들어갔기에 막국수로 분류합니다. 제가 알기로는 바로 이집이 이 일대에서 처음으로 이렇게 판모밀과 물모밀 비빔모밀을 구분해서 팔기시작한 최초집으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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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에서 사진을 다운해놓지 않았네요 걍 식식님 사진 올립니다. 다대기가 넣어서 나오는 스타일이지만 아주 매운정도는 아니어서 그냥 다 풀어먹습니다. 양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게 보통사이즈입니다. 무한리필이 되므로 육수를 드링킹 해가면서 더 부어달라고 하며 꾸역꾸역 먹어댑니다. 보통인데도 이날도 먹다먹다 배가 터질 때 쯔음 포기하고 남깁니다. 뭐 살짝 인스턴트 느낌이 나는 인위적인 육수지만 가격 5000원을 생각하면 무한 행복입니다.

 

 만약 제가 한달 전에 이 글을 썼다면 글은 여기서 끝이났을 겁니다. 그런데 최근에 식식님이 원당 시장 내의 5000원 막국수집을 계속 얘기합니다. 거리는 꽤 되지만 대중교통보다는 운전을 해가면 빠르게 갈 수 있는 곳이라서 금요일 밤새 달리고 토요일 오후 느즈막히 출발합니다. 아뿔싸 옛날 시장 골목이라 주차할 데가 없어서 빙빙 돕니다. 점점 위장에서 위산이란 놈이 너 이딴식이면 나 위장 벽을 녹여서 단백질로 섭취해버린다? 라고 협박하기 시작합니다. 한번 댑따 고생해봐서 이놈 성격을 잘 아는 저는 그냥 두블록 떨어진 빌라촌에 주차하고 투덜대면서 걸어 갑니다. 전 매운거 못먹는다고 그렇게 얘기했는 데 비빔으로 먹으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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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국물이 따로 나오기 때문이랍니다. 한 입 넣자마자 오옷! 이게 5000원이라니?하고 감탄합니다. 그렇다고 뭐 특별한 맛은 전혀 없고 육수도 밍밍하고 비빔장도 밍밍합니다. 왜냐면 천연재료만 썼기 때문이죠. 저 위에 김치가 잘 안나온게 정말 아쉽습니다만 열무와 얼갈이로 만들어진 겉절이가 익히지 않은 채 나와서 아삭아삭합니다. 각자 덜어먹을 수 있게 작은 항아리에 담아주시는 데 사진 찍을 때 옆자리분이 가져가셨더라고요. 저 김치를 아예 면에 부어서 같이 비벼먹습니다. 메밀 특유의 성격 때문에 투덕투덕 끊기는 면의 식감과 덜익은 김치 야채의 아삭한 식감이 조화를 이룹니다. 지난번 비빔국수때 소개한 헌법재판소 앞의 8500원 비빔국수에 견줄만 한 스타일입니다. 단숨에 페보릿이 되어버렸네요.

 

다음에는 원래는 혼종인데 요즈음은 트랜드가 되어버린 한국과 일본의 만남 막국수처럼 말아먹는 데 묽게만든 쯔유를 육수로 쓰는 집들을 소개하겠습니다. 다들 맛있는거 드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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