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 데이트하다 쪽 팔렸을때

후니우니? 작성일 04.07.20 21: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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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이 카드를 알아?

시험이 끝나고 모처럼 여유롭게 게임을 즐기던 일요일. 오후에 갑자기 걸려온 그녀의 벼락같은 전화로 그날이 우리가 사귄 지 1백일째 되는 날이라는 걸 알게 됐다. 이미 근사한 저녁식사를 준비했다며 그녀를 안심시키고 나가려는 찰나, 지갑 속의 돈은 고작 7천원. 잠이 덜 깬 형이 건네주는 번쩍거리는 카드를 무작정 받아들고 나갔다. 분위기 좋은 압구정동의 이탤리언 레스토랑에서 화기애애하게 저녁을 먹고 계산을하기 위해 카드를 내민 순간, 정중한 직원의 설명. “손님, 이건 극장 멤버십 카드입니다. 혹시 다른 카드는 없으십니까?” 그날 무려 9만7천원이나 되는 식사비와 영화 티켓, 그리고 3천원짜리 테이크아웃 커피까지 모두 그녀가 돈을 냈다.(ID ibluefever0320)

참아보려 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딱 죽고 싶은 그날의 점심식사. 매운 음식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그녀 때문에 그날의 메뉴는 고추장 쌈밥이었다. 난 그나마 청양고추로 만든 고추장이 아니기를 바랄 뿐. 그런데 그날따라 고추가 유난히 맵다 싶더니 드디어 일이 벌어졌다. 처음엔 식은땀이 흐르고 침이 고이더니 나중엔 눈물과 콧물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죽죽 흘러내린 것. 가뜩이나 매운 거 못 먹는 남자라며 구박하는 그녀 앞에서 일생에 딱 세 번 울어야 체면이 산다는 남자인 난 그만 엉엉 울어버렸다. 급기야는 재채기가 쏟아지더니 한심해하는 그녀의 얼굴에 결국 입 안의 매운 것들을 일제히 방사해버렸다. 비명 지르는 그녀와 주위의 키득거림. 알고 보니 난 매운 고추 알레르기였다.
(ID lara0938495)

정말 죽을 뻔했을 때

나를 둘러싸고 걱정스레 바라보고 있는 많은 사람들과 도로 한복판에 뻗어 있던 나. 그런 나를 보며 눈물 흘리는 그녀. 방금 내게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혹시 내가 죽은 걸까? 다음날 그녀로부터 전해들은 말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한강으로 바람을 쐬러 나간 우리는 팔짱을 끼고 한참을 걸어다녔단다. 그리고 추워 보이는 그녀를 위해 나는 음료수를 사러 갔고, 음료수를 사들고 돌아서는 순간 그만 전봇대를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들이박고 말았다는 것. 꼬박 20분을 그대로 땅바닥에 기절해 있었던 것이다. 기억은 안 나지만 안 봐도 뻔한 일이다. 그녀는 내가 걱정되기도 했겠지만 한편으론 얼마나 한심해 보였을까?
(ID psychenano)

난 스파이더 맨이야

친구들 여러 명과 떠났던 바다 여행. 난 평소부터 관리해온 깔끔하고 멋진 이미지로 오랫동안 짝사랑하던 그녀에게 프로포즈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해변가에서 물놀이를 하던 중 짠물이 내 코에 흘러들어왔고, 그녀에게 온통 신경이 집중되다 보니 아무 생각 없이 코를 풀고서 손을 흔들어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문제는 내 코와 손 사이로 콧물이 주~욱 늘어져버린 것. 급히 일을 수습하기 위해 손을 뿌리쳐봤지만 일은 더 커져버렸다. 늘어진 콧물이 옆에서 수영하고 있던 여자의 등에 찰싹 붙어버린 것. 경악을 금치 못하는 여자와 주위의 따가운 시선. 창피해하는 그녀 앞에서 난 영원히 잠수해버리고 싶었다. (ID extra_ordinary00)

생리 현상은 막을 수 없다

축제의 하이라이트, 과 대항 농구 시합이 있던 날. 우리 과는 나를 비롯한 다섯 명의 드림팀으로 무난하게 결승전까지 올라갔다. 오랜만에 멋있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에 그녀와 그녀의 친구들까지 초대한 나. 필승을 다짐하며 시작 휘슬과 함께 코트를 펄펄 날아다녔다. 나의 현란한 드리블과 가로채기에 상대편은 사기를 상실한 듯 보였으나 후반전에 경기가 무르익은 순간, 급하게 찬물을 들이켠 탓인지 갑자기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아랫배가 아파왔다. ‘조금만 참자’는 마음과는 반대로 몸에 식은땀이 흐르고 시야는 점점 흐려져만 갔다. 급기야 절대절명의 동점 상황에서 나는 패스받은 공을 상대팀에게 넘겨주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배출의 카타르시스를 느낀 후 기분이 안정되자 도저히 그녀 앞에 나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ID purplered)

화장한 남자

꽃미남 K, 숯댕이 눈썹 S와 함께 생애 첫 미팅을 하게 된 나. 가뜩이나 피부가 검고 여드름 자국 심각한 난 친구들에게 밀려도 한참 밀릴 것이 뻔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피부를 좋아 보이게 하려고 고민하다 누나의 화장품을 살짝 훔쳐 바르기로 했다. 파운데이션을 얇게 펴 바르고 누나가 하던 대로 파우더를 톡톡 열심히 두드렸더니 결과는 엄청났다. 친구들은 신경 좀 쓴 것 같다며 나를 한껏 띄워줬고, 상대방 퀸카들도 거의 눈치를 못 챈 듯했다. 클럽에 간 우리는 신나게 한바탕 놀았다. 화장한 것을 깜빡 잊은 난 연신 옷과 손에 땀을 닦았다. 만천하에 드러난 내 피부의 진실. 기겁한 여자들과 한바탕 놀릴 거리가 생겼다고 좋아하는 내 친구들 앞에서 정말 죽고 싶었다.
(ID make_upboy82)

세 살짜리와 키스한 기분

풋풋했던 스무 살에 두 살 연상의 여자를 만났다. 어른이 된 듯 폼을 잡고 싶었던 난 청순하고 순진한 그녀 앞에서 모든 걸 다 아는 척 행동하곤 했다. 사귄 지 1주일째, 그녀의 집 앞에서 우린 키스를 했다. 생애 첫키스의 황홀함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내게 그녀의 폭탄 선언. “너 정말 키스 처음이구나? 세 살짜리하고 키스한 기분이다, 얘.” 내 생애 그렇게 죽고 싶었던 순간은 없었다. 그 뒤로 난 키스가 두렵다.(ID unkissable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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