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와백수이야기05편

DeTeam 작성일 04.12.28 15:5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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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_|104:+::+::+::+::+::+::+::+::+::+::+:백수♠

아....기분 더럽다.

또 최종 면접에서 떨어졌다....ㅜ.ㅜ



별별 생각이 다 든다.

도대체 멀쩡하게 회사 다니는 사람들은

무슨 능력으로 합격했는지 모르겠다.



모 내가 면접관이라 그래도 어느정도 이해는 한다.

같은 값이면 영어도 잘 했으면 좋겠고

컴터도 잘했음 좋겠고 기왕이면 제 2 외국어로 일어도 좀 하고

또 왠만하면 중국어나 러시아어도 읽기 만이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걸...



거기다 나이는 어리면서,

사회경험은 많으면 금상첨화겠지....



씨바.....

차라리 슈퍼맨을 뽑지 그러냐.....ㅠ.ㅠ



왜?

학창시절에는 리더였음 더 좋고

군대는 장교출신에다 운동은 옵션으로 만능이었음 좋겠지?



아...

자신없다...

물론 나 자신이 모자르다는 건 기본적으로 인정한다....



하지만 나도 열심히 살려고 노력은 했다.

학점 지랄 같은 건 내 잘못이지만

토익도 열심히 보고 한자 능력 검정시험도 보고

컴터도 남들 다루는 정도는 한다.



두들겨 맞으며 군대생활도 마쳤고

쫌만한 회사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열과 성을 바치며 사회생활도 했다.



근데...

취직은...!!!



먹고 살긴 너무 힘들다...흐휴~~~






다 좋은데,

제발 방송에서 일할 사람 없다는 얘기만 안 했음 좋겠다.

무슨 요즘 젊은 사람들이 일자릴 가린다고...?



그러면서 T.V를 통해서 공개구인 같은 걸 한다.

지네 회사는 누구나 와서 꿈을 펼칠 수 있다고...



아...진짜... 맛간다...

기준은 이미 정해놓고 무슨 사람이 없다고 난리람...



나이는 어리고 경력은 많은 속칭, 현장투입형이 그렇게 흔한감... ㅜ.ㅜ



부모님은 내가 배가 불러서 취직을 안 하는 줄 아신다.

아니다!!

쉬파~~ 배 고파 죽겠다.



젠장, 정말로 믿었던 데서 떨어지니까 죽고싶다.



면접관 이 인간은 왜 쌔끈하게 웃으면서 기대를 줬담... ㅜ.ㅜ

걍, 나가~~ 이 쉐야~~~ 그러는게 더 난데...



에이...화난다...






낼 그녀를 만나기로 한 날인데...

만나서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는데...

만사 귀찮다...



근데 술 한 잔 먹을라 했더니 왜들 바쁜 척이람.

존심이 있지...백수 주제에 직장인들에게 시간 구걸할 순 없지.



그녀에게 전화를 해 볼까?

하루 당겨서 만나자고 해도 괜찮으려나?







♡백조♡

낮잠을 자다 가위에 눌렸다.

무슨 저승사자 비슷하게 생긴 넘인데 흰 턱시도에 검은 넥타일 맸다.



그러면서 목을 누르는데,

아무리 꿈이지만 어이가 없어 피식피식 웃었더니

왜 웃느냐며 막 성질을 낸다...



그더니 "너 백조지? 이 인간아."하고 히죽히죽 웃는 것 이었다.

아무리 꿈이지만 참을 수가 없었다.



"이런~개쉐이가~~"

"니가 나 노는데 보태준거 있어!!!!" 하며 죽탱이를 날렸다.



순간 삘릴릴리~~하며 핸펀이 울렸다.

간신히 몸을 일으켜서 비몽사몽간에 전화를 받았다.







그 인간 이었다.

자다 받은 티를 안 내려고 일부러 저음으로 목소리를 깔았다.

왠지 그래도 눈치를 깠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눈치를 챈 것 같진 않지만 오늘 좀 보잰다.



낼 만나자면서요 했더니 낼은 낼이고 오늘 좀 만나잖다.

오~~ 쎄게 나오는데... *^^

근데 왠지 목소리의 분위기가 가라 앉아 있었다.



암튼......

아씨~~

그럴거면 진작 얘기하지~~!!!

애들한테 낼 못 나간다고 얘기해서 욕 절라리 먹었잖아....!!!



어쨌건 시청에서 만나기로 하고 후닥닥 준비를 했다.

근데 거울 앞에서 부은 눈과 산발한 머리를 보니

아무리 백조지만 오늘은 좀 튕길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배도 열라 고팠지만 참기로 했다.

가뜩이나 놀면서 붙은 군살이 괴롭기만 했다.

그래도 배는 고파온다...ㅠ.ㅠ



이씨~~ 배곱파 디지게따..........







♠백수♠

우울했는데...

잘록한 허리를 흔들며 걸어오는 그녀를 보자 기분이 무척 밝아졌다.

물론 허리만 그랬다...



며칠 안 본새 얼굴은 더 좋아진거 같았다.

식사 했냐고 물어봤더니 "아, 예..." 하며 들릴 듯 말 듯 대답했다.



여학생 많은 과를 다녀 경험상 안다.

이렇게 어정쩡하게 대답할 경우 백푸로 쫄쫄이 타고 나왔다.



입 맛은 없었지만 그녀를 위해 스파게티를 먹으러 가자고 했다.

그녀의 눈이 반짝 빛나는 것 같더니 배시시 웃었다.



너무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사동 쪽으로 걷고 있을 때였다.

나름대로 분위기가 좋았는데 갑자기 누군가 앞을 가로 막았다.



"아니, 이게 누구예요?"

"어?...!!!"

"이야~~ 군대 제대하고 얼마만 입니까?"



군대 있을 때 후임병 이었다.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어...뭐...그냥...그렇지...뭐...넌?"

"저, 이 근처에서 일해요."

녀석이 명함을 내밀었다. 부근 언론사 기자였다.



"야, 난 명함이 없다. 미안하다. 야."

"에이, 뭐 그런 말씀을...근데, 어떻게? 애인이세요?"

놈이 그녀를 가리키며 물었다.



"어...그렇지, 뭐." 대충 얼버무리고 녀석과 헤어졌다.



초라한 기분이 드는 날이었는데 왠지 그녀 앞에서

더 작아진 것 같아 의기소침 해졌다.



그래도...재미있게 해 줘야겠지.







♡백조♡

스파게티 집은 정말 좋았다.

대학 때 오던 데라는데 이 놈은 어디 먹으러만 다녔나 보다.

그 시간에 공부 좀 하지.



아무튼 분위기도...맛도 모두 Good! 이었다.

녀석이 자기 몫까지 밀어준 마늘 빵도 넘 맛있었다. ^^*





거기 주인 아저씨가 놈과 잘 아는 사이인 것 같았다.

왜 이렇게 오랜 만에 왔냐고 같이 오던 사람들은 어떻게 됐냐고 물으며 반겼다.



근데 다 여자 이름이었다.

음...놈의 과거가 의심스러워졌다.

나는 이 인간이 데리고 온 몇 번째 여자일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건 그렇고 얘는 왜 이렇게 다운돼 있을까?

특히 아까 길에서 누군가를 만나더니 더 그런다.



얼핏 보니까 명함을 받으면서 기가 죽은거 같던데...

에이~~ 모야, 도대체...무슨 기자라도 되나?



내가 보기엔 프리랜서를 가장한 백수 같던데...

왕년에 명함 안 뿌리고 다닌 사람 있냐고!!!



식사 후 시킨 과일도 깔끔한게 좋았다.

어쨌건 가늘고 예쁘게 생긴 맥주잔으로 건배를 했다.

근데 이 인간이 오늘은 조금 진지하다.



오늘 갑자기 불러 죄송하다며 "괜찮죠?" 라며 히쭉 웃는다.

그럼, 안 괜찮다고 그러리?

아니, 안 괜찮으면 내가 나왔을까...?







♠백수♠

친구 선배가 하는 가게에 오랜만에 왔다.

학교 다닐 때 후배들하고 종종 오던 곳 이었다.



나만 보면 넌 언제쯤 진짜 니여자랑 함께 올 거냐고

농담섞인 핀잔을 주던 형의 모습은 여전했다.



그녀가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오늘은 그냥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른 것 같다.



뭐 안 좋은 일 있냐고 그녀가 물어 오는데

차마 취직시험에서 떨어졌단 얘긴 할 수 없었다.



좀 걷자고 했다.

바람은 선선했고 하늘은 맑은 오후였다.

그녀도 가끔씩 길게 숨을 고르며 늦은 오후의 거리를 즐기는 듯 했다.



창덕궁을 거쳐 창경궁으로 향하는 길을 걸었다.

그녀와 함께 있으니 우울함이 가시는 듯 했다.









♡백조♡



씨...아직 과일 많이 남았는데...



이 인간이 좀 걷잖다.

하긴 걷다보니 소화도 좀 되고 괜찮은 것 같았다.



근데 자꾸 트림이 올라와서 괴로웠다.

놈이 눈치 못 채게 입 안에서 삭여서 숨 쉬는 것 처럼

후~~ 하고 내 뱉었다.



전혀 눈치 까지 못 한 것 같았다.^^V



근데 이 놈이 뜬금없이 무서운 얘기 해 줄까요?

하더니 예전에 술 먹고 밤에 여기를 걷다가 귀신을 봤단다.



뭐 흰저고리에 검은치마를 입은 여자가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가더라나???!!!



황당한 놈이다...

대낮에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람...



근처 점집 하는 여자가 바람쐬러 나왔겠지...







♠백수♠

오랜만에 이 길을 걸으니

예전 후배들과 함께 귀신을 봤던 일이 생각났다.



달빛을 받으며, 한복을 입은 여자가,

미친듯이 길을 내달리는데...얼마나 무섭던지...

남자들끼리 껴안고 엉엉 울었다...ㅜ.ㅜ



근데 그 얘길 해 줬더니 열라 깬다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우씨...진짜루 무서웠었는데...



궁에서 일하던 여자 일거라고 우리끼리 얘기했었는데...



아무래도 기분이 쳐져서 그런지 잼있게 얘길 못 했나 부다...



정신차리자!

취직은 다시 알아보면 되지 뭐.



근데...취직이 되긴 되려나...?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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