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사는 그놈.. 4#

후랑셩 작성일 05.05.14 10:4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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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날이 밝았습니다..



또 학교를 가야하다니..



든 것도 없는 머리는.. 왜 아침마다.. 그렇게 무거워져선.. 베게에서 떨어지지 않던지..



그렇게 죽을 인상을 쓰며.. 어김없이 집을 나섭니다..




뭐.. 아침은 안 먹고 가니까.. 대충.. 초코파이를 먹으며.. 등교를 합니다..



참.. 제가 너무 배가 고팠던 탓이었을까요..??




보는 사람도 없다고 생각해서..



어김없이 초코파이를 뜯어선.. 허겁지겁.. 입에 쑤셔넣기가 바빴습니다..



참.. 초코파이를 틀어넣기 위해.. 일그러지는 얼굴이란..



거울도 없는데도.. 직감상.. 내 얼굴이 망가지고 있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왕만두 하나를 통째로 집어넣은듯이.. 양쪽 볼이 초코파이로 불룩합니다..



초코파이가 꽉 차서.. 씹을려고 해도.. 잘 씹혀지지 않았죠..




뱀 한 마리가.. 쥐를 통째로 삼키곤.. 천천히 휴식을 취하며 소화시키는 것처럼..



저도 입에 가득차 있는 초코파이를 천천히 소화나 시킬려 했습니다..




" 새벽 6시 반인데.. 설마.. 누가 나랑 같이 엘리베이터를.. "




이럴 줄 알고 빨리 나왔기 때문에.. 전 이렇게 느긋할 수 밖에 없었나봅니다..




문이 닫힐려 할 때쯤.. 또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




" 잠깐만요.. "



" (뭐.. 뭐야.. 사람이 있잖아..) "




아직 삼키지도 않은 초코파이가 가득 있는데..



사람이 있다는 걸 미처.. 생각지 못한 저는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 휴우.. 안 늦었다.. 고맙습.. 어..?? 너 옆집.. "




전 고개를 숙였습니다..



흉칙한 몰골을 보이고 싶지 않으니까요..




" 맞다.. 우린 남남이 아니지..?? 야.. 혜정아.. 어젠 미안했다.. 못알아봐서..



내가 그 말 듣고.. 학교 끝나고 집에 와서.. 당장 앨범부터 살폈잖냐..



근데.. 말야.. 우리 졸업앨범은 없드라..?? 이상하지..?? "



" ......(너 중3때 이사갔잖아..!! 졸업앨범이 있을리가 없지..!! 맹꽁이..) "



" 아.. 그래서 말야.. 이왕 사진 본 김에.. 다른 것들도 좀 봤지.. 근데 그거 있드라..??



중2때 소풍가서 찍은 사진.. 잘 훑어보니까.. 내 옆에 확 눈에 띄는 애가 한명 있더라구..



그게 바로 너더라구.. 아.. 진짜.. 난 사진빨 잘 받았는데.. 넌 그게 뭐냐..?? 키키.. 이상하게 나오고 말야.. "





제가 고개를 숙여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사이..



성민이는 뭐가 그리 좋은지.. 지혼자서도 잘 나불거리더군요..




" 야.. 만난 것도 인연인데.. 이제 아는 척 좀 하고 살자.. 알았지..?? 더군다나.. 옆집 사는 사이끼리..



그나저나.. 너 어디 아프냐..?? 왜 말을 한 마디도 안 하냐..?? "




" ..... (나도 말하고 싶어..!! 근데 그럴수가 없어..) "



" 이야.. 너 심각하게 아프구나.. 왜 나오니.. 그냥 집에서 쉬지.. "




고개를 숙이고 있던 전.. 그래도 어느정돈 먹어야겠다 싶어..



그냥 무작정.. 입 근육을 억지로 움직이며.. 초코파이를 삼키고 있었죠..



우물우물 거리고 있는 저를 본 성민이가..



" 토할려고 그래..?? 야.. 야.. 여기선 안돼..!! 조금만 참아..!! 참아라.. 제발..!!! "




졸지에 초코파이 덕에.. 환자 신세를 받게 되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엘리베이터가 2층을 지나쳤을무렵..




놀라운 저의 입 근육은.. 그 많던 초코파이들을 식도로 다 넘겨주셨더군요..



" 후우.. 이제.. 입에 공간이 좀 생겼네.. "



" 야.. 다왔다.. 다왔어.. 여기서 아직 토하지마..!! "



" 나 토 안해..!! 걱정하지마..!! 참나.. 깔끔떨긴.. "



" 토.. 안 해..?? 괜찮아.. ?? 진짜.. ?? "



" 그래.. 안해..!! 안 한다구..!!! "



" 그럼 아까부터 왜 자꾸 입.. 우물우물 거렸어..?? "



" ..... 그게.. 사정이 좀 있었어.. 아.. 우물우물 할 수도 있는거지..!! "




어김없이 엘리베이터는 1층에 멈춰섰습니다..



" 야.. 혜정아.. 넌 오랜만에 보는 동창이.. 별로 반갑지가 않은가보구나..?? "



" 뭐.. 그럭저럭.. 그래서..!! 지금 칭찬받고싶어..?? "



" 아..뭐야.. 그럼 떡 괜히 줬네.. 떡 다시 돌려줘..!! "



" 치사하게..뭐야..!! 넌 진짜.. 중학교때랑 변한 게 없구나.. 휴우.. "



" 내가 원래.. 나이를 거꾸로 먹그든.. 히히.. "



" 그게 자랑이겠다.. 임마.. "



" 야.. 그건 그렇고.. 너 폰 있지..?? 폰 번호 좀 알려주라.. "



" 폰 번호는 왜..?? "



" 왜긴 왜야.. 동창끼리.. 알아놓는것도 좋잖아.. 친목다짐에도 도움되고.. 안 그래..?? "



" 무슨 얼어죽을 친목다짐이야..!! 그냥 전화번호 딸려는 거잖어..!! "



" 진..진짜.. 친목다짐을 목적으로.. 아.. 아무튼..!! 좀 가르쳐줘.. 나.. 이 동네 오랜만이라 적응안돼..



친구가 너밖에 없어.. 히잉.. "




뭐 거의 구걸수준이라서.. 불쌍한 마음에.. 폰 번호를 가르쳐주었습니다..




" 히힛.. 장난전화 해도 되지? "



" 하지마..!! 하면 죽어.. 알았어..?? "



" 죽기 싫어서.. 안 해야겠네.. "




성민이는 내 폰번호를 자기 핸드폰에다가 저장을 해놓더군요..



무심코.. 성민이가 내 번호를 " 9번 " 에다가 저장해 놓는걸 본 나..



남자친구와 있던 본성이 튀어나와버렸습니다..




" 야.. 내 번호를 왜 9번에 저장해..!! "



" 뭐 잘못됐냐..?? "



" 그많은 번호 중에 왜 하필 9번 이냐구..!! "



" 그냥.. 차례대로 번호 저장해놓는다고 그런건데..잠깐..!! 가만있어봐.. 내가 꾸중을 들어야 할 처지가 아니네.



내가 내맘대로 번호 저장도 못 하냐..?? 너 성격.. 아주 이상하게 변했다..?? "



" ..... 그.. 그게.. 미안.. 나도 모르게.. 야.. 그래도.. 좀 9번은 심하지 않냐..?? 한 3번 쯤에 저장해라.. "



" 그럼 진작 그렇게 말을 하든가.. .... 자..!! 됐냐..?? 3번..!!! "



" 어.. 됐어.. 히히히.. "




그렇게..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는 사이.. 시간이 너무 지나버렸습니다..



" 그럼.. 내가 좀있다 전화 해줄께.. 꼭 받어라..!! 이 오빠가 전화해주는데 안 받으면.. 오빠 섭섭해한다..!! "



" x랄.. 놀고있네.. 키힉.. "




점점 멀어져가는 그의 형체..




물끄러미.. 전 핸드폰을 쳐다봅니다..




왜 은근히.. 그의 전화가 그리워지는 걸까요..??




- 학교에 도착했습니다.. 어김없이.. 짜여진 각본인.. 시간표에 따라.. 하루를 시작해야 합니다..




첫째 시간.. 수학..



저희 학교는.. 이동식 수업이라.. 수학시간때는.. 각자 배정받은 교실로 가서 수업을 받습니다..



전 제 교실에 남아있고요.. 교실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공부를 잘 한댑니다..



저도 제 자신이 놀랍습니다..이윽고 옆반에 있는 제 남자친구.. 태근이가 오는군요..




아무 서스럼없이.. 제 옆자리에 덥썩 앉습니다..



이놈도.. 공부를 잘하는 반에 들어오게 될줄이야.. 절 만난 덕택이죠..





우리 반의 좌석 배치중.. 저와.. 태근이.. 둘을 빼고는..



전부 남녀 따로가 앉습니다.. 저희만 커플석이죠..



뭐.. 좌석은.. 자기가 앉고싶은곳에 앉는.. 자유지만..



뭐.. 남녀끼리 앉아있는데.. 그리 꼴불견스럽게 보는 애들은 없더군요..



이렇게.. 첫째시간을 출발로.. 저의 일과는 시작합니다..






- 점심시간.. 집에 가는 시간 다음으로.. 좋아하는 시간..



초코파이가.. 아침식사가 될리 없는만큼.. 점심식사를 통한 영양보충은..



잘 먹고 열심히 공부하긴.. 개뿔..



급식비 낸 게 아까워서.. 본전을 뽑을려고 아마.. 미친듯이 먹는건지도 모릅니다..




급식을 다 먹고 나면.. 그나마.. 자유의 시간..



공학도.. 그다지 다른 건 없습니다.. 이야기 하는것.. 뛰어노는것.. 자는것.. 다 똑같습니다..




저 멀리서 저의 사랑스러운 친구가 달려오는군요..




" 야.. 들었냐.. 들었냐..?? 오늘 야자 안 한대.. "



" 오늘 만우절 아니다.. 절로 가..!! "



" 진짜래두.. 기지배야..!! 첨단통신망인 내가.. 긴급히 정보를 입수해왔잖냐.. "



" 너한테 한 두번 속냐..?? 아.. 그만 나불거리고 절로 좀 가..!! "



" 망할 계집년.. 정보를 가르쳐줘도.. 아마 넌 후회하게 될거다.. "




때론 점쟁이의 예언이 맞을수도 있습니다..



화창한 점심시간.. 저의 담임선생님이 들어오시더군요..



들어오라고 해도 안 들어오시는.. 학생들에게 관심이 없는 그 우리 담임선생님이..




" 에.. 반장..이랑 청소당번들.. 지금 청소 좀 해둬라.. "



" 지금 청소하는 시간 아닌데요..?? "



" 짜식이.. 청소 한 두번 하냐..?? 하라면 하는거지..!! 오늘 야자 없으니까.. 미리 청소해놓으라고..!! "



순간 전 제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야자를 안 한다니.. 얼마만에 들어보는 달콤한 소리이던가..



야자를 안 한다는.. 그 한 마디에.. 저의 정신상태는 최고조를 향해 치닷고 있었고..



처음으로 수업시간에 졸지도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맨날 조는 건 아니고..




마지막 8교시가 마쳤습니다..



원래 8교시 후엔.. 야자가 기다리고 있었지만..



오늘은 그렇지 않습니다..



후훗.. 청소도 했겠다.. 집으로 튀는 일밖에 없구나..




태근이는 언제 또 나와 기다리고 있었는지.. 물끄러미 저쪽에 벽을 등지고 서 있습니다..




둘이서.. 또 오붓하게 하교길을 걸어갑니다..




" 아.. 저녁 노을이 눈부시다.. 나 저녁 노을 지는 거 처음 봐.. "



" 야자 안한다니까.. 그렇게 좋냐? "



" 아무렴..!! 그럼 안 좋아..?? 아... 맨날 이렇게 집에 갔으면.. "




둘이서의 오붓한 시간을 방해하는.. 한 정적을 깨는 제 폰이 요란하게 울려댑니다..



" 여보세요.. "



" 야..!! 나다..!! "



" 니가 누군데..!! "



" 얘 좀 봐.. 나야.. 나.. 성민이.. 내가 전화한댔지..?? "



" 진짜 전화하네.. 그건 그렇고.. 웬일로..?? "



" 오빠가.. 우리 혜정이한테 장난이나 좀 칠까 하고.. "



" 놀고있네.. 난 너처럼 한가한 사람이 아니니까.. 끊어..!! "



" 야.. 야.. 잠깐..!! 넌 어떻게 된 애가.. 매너가 그게 뭐니.. 남자가 기껏 이렇게 전화해줬는데.. "



" 아씨.. 빨리 용건이나 말해..!! "



" 내 폰번호 저장해 놓으라고.. 이게 용건이다.. "



" 참.. 너도 정말.. 할짓.. 디게 없는가보구나.. "



" 그러게말이다.. 키히힛.. 심심해서 그래.. 나랑 놀자.. "



" 우린 야자 끝나서 집에 가는데.. 넌 공부하지..?? 어떻하니..?? "



" 뭐어..?? 야자 안 해..?? 뭐야..뭐야..!! 치사해..!! "



" 넌 남아서 공부 좀 해라.. 난 열심히 집에 갈테니까.. 알았지..?? 끊는다..!! "






" 누구야..?? "



" 아.. 아는 친구.. "



" 목소리가 남자같던데.. "



" 아.. 내 친구중에 알잖아.. 목소리 남자같은 여자애.. 그.. 그 누구더냐.. 그래..!! 순지..!! "



" 그.. 그런애도 있어..?? 특이하네.. "




물끄러미 액정 화면을 바라봅니다..



통화내역에 찍혀있는 그의 핸드폰 번호..



그 번호를 보며 살며시 미소를 짓습니다..





" 전화 올 줄 알았어.. 기특한 자식.. "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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