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기사를 읽고 여러분들의 생각을 듣고 싶어 여기에 글을 올립니다. 우리 사회가 동성애에 관해 관대하지 못하다는 사실은 잘 알고 계실 겁니다. 많은 분들이 게이나 레즈비언에 대해 안 좋은 시각을 넘어서 혐오스럽다는 선입견을 갖게 마련인데 제 생각은 다릅니다. 그들도 사람이고 단지 다른 사람에게 감정을 느끼는 것일 뿐입니다. 전 왜 우리 사회에 동성애에 관대하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없더군요.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청소년 동성애는 위험하다. 동성애를 고민하는, 동성애를 하는 청소년들을 어른들은 걱정한다. 1990년대 후반부터, 청소년 동성애는 한국 사회의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내 아들이 게이(남성 동성애자)이면 어쩌나, 우리 딸이 레즈비언(여성 동성애자)라고 커밍아웃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더 이상 미국 중산층만의 공포가 아니다. 한국은 이제 청소년 동성애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90년대 중반 동성애 인권운동이 시작되고, 90년대 후반 인터넷을 통한 동성애 문화가 활성화되면서 더 이상 한국에도 청소년 동성애자는 ‘없는’ 존재가 아니다. 청소년 동성애자는 오늘도 인터넷을 통해 동성애 정보를 접하고, 동성애 커뮤니티에 나와 친구와 만나고 있다.
통계로 봐도 성 정체성을 고민하는 청소년이 적지 않다. 장재홍 등의 2003년 연구에 따르면, 자신이 동성애 성향이 있지 않을까 고민해본 청소년이 11.0%(남성 4.1%, 여성 12.2%)에 달했다. 이처럼 성 정체성을 고민하고, 나아가 동성애자로 살아가는 청소년들은 늘고 있지만, 청소년 동성애자를 둘러싼 현실은 변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동성애에 대한 의심의 촉수가 발달하면서 조용히 살고 싶어도 숨어살기 힘든 사회가 됐다. 청소년 동성애자들은 자신을 표현하고 있지만, 사회가 청소년 동성애를 받아들일 준비는 부족하다. 역설적으로 청소년 동성애자에게 한국 사회는 안전지대가 아니다. 청소년 동성애자가 위험하다.
성인 동성애자조차 몰랐던 학교의 검열
올해 5월 인권영화제에서 처음 상영된 은 이성애자뿐 아니라 동성애자들에게도 충격을 주었다. 성인 동성애자들조차 잘 몰랐던 현실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은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이반(동성애자)에 대한 검열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은 중3인 ‘천재’(가명·여성)가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찍고, ‘여성영상집단 움’의 이영 감독이 연출했다. 천재는 텔레비전 안테나에 나란히 앉은 참새만 보아도 “둘이 사귀는 거야? 좋겠다”고 부러워하는 사춘기 ‘청소녀’다. 하지만 천재에게는 ‘자유’가 없다. 학교에서는 감시당하고, 집에서는 갇혀 지낸다. 중1 때부터 ‘이반’으로 찍혔기 때문이다. 천재는 “(이반으로 의심되는) 친구들과 밥만 같이 먹어도 교무실로 불려간다”고 말한다. 교사는 ‘지도’의 명목으로 부모에게 천재에 대해 알렸다. 어머니는 천재의 등하굣길에 동행하고, 주말에도 친구들과 만나지 못하게 한다. 천재와 친구들은 “술·담배는 지도해서 되지만, 레즈비언은 지도해서 되는 게 아니잖아”라고 하소연한다. 천재는 “막 화나. (여자들끼리는) 왜, 왜, 왜 안 되는 거야”라고 혼자 분통을 터뜨린다. 그리고 천재는 “도대체 몇 개야, 몇 개” 하면서 자신의 손목을 내보인다. 가녀린 손목에는 15개의 ‘금’이 뚜렷하게 보인다. 자해의 흔적이다.
청소년 동성애자의 자살률은 높다. 미국에서는 청소년의 자살 중 30%가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됐다. 청소년 동성애자의 자살 시도율이 이성애자 청소년보다 2~3배 높은 것이다. 실제 미국의 청소년 동성애자 중 48~76%가 자살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고, 29~42%가 실제로 자살을 시도했다. 하지만 한국의 청소년 자살은 대개 ‘성적 비관’으로 간주돼왔다. 언제나 동성애자 청소년은 ‘없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여고생 두 명이 손을 잡고 투신 자살을 해도 성적 비관으로 취급됐다. 하지만 ‘성적 비관’은 알고 보면 ‘성적 정체성 비관’인 경우가 적지 않았다. 최근 한국에서도 청소년 동성애자의 심각한 자살 시도율을 보여주는 논문이 나왔다. 강병철, 하경희(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대학원)씨는 올해 13~23살 청소년 동성애자 10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청소년 동성애자의 동성애 관련 특성이 자살 위험성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한국의 청소년 동성애자들도 심각한 자살 위험에 노출돼 있다. 조사 대상자의 70% 이상이 자살에 대해 생각해본 경험이 있고, 18.1%가 ‘매우 자주 해봤다’고 응답했으며, 실제 자살을 시도해본 경우가 45.7%로 절반 가까이에 이르렀다.
다큐멘터리 은 앞으로 다른 청소녀 이반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천재가 주인공인 의 마지막 부분에는 예고편 형식의 증언들이 나온다. 앞으로 다큐멘터리를 찍을 청소녀들의 증언과 이영 감독의 전언을 토대로 구성해본 상황은 심각하다. 19살인 청소녀 이반은 “후배가 반쯤 미쳐 살다가 자살했다”고 증언했다. 그에 따르면, 그의 후배가 이반이라는 소문이 학교에 돌았고 교사는 부모를 불러서 ‘아우팅’(원하지 않는 커밍아웃)을 시켰다(물론 ‘보호’의 명분, ‘지도’의 의도였을 것이다). 부모는 후배를 자퇴시키고 정신병원에 데려갔다. 결국 후배는 우울증에 시달리다 자살을 하고 말았다. 고3인 청소녀는 친구들에게 집단구타를 당했다고 증언했다. 10여 명의 동급생이 “레즈비언이 어떻게 학교에 다닐 수 있어?”라며 교무실 앞에서 구타를 했다는 것이다. 그는 어깨가 탈골되고 발목 인대가 늘어나는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정작 처벌은 피해자가 받았다. 그는 집단구타 재발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한 달 동안 수업도 들어가지 못한 채 교무실에서 근신해야 했다. 그는 부당한 처우를 부모에게 말할 수도 없었다. 자신의 억울함을 하소연하면 커밍아웃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절반 이상 언어폭력, 20% 신체적 폭력 경험
이처럼 한국은 반동성애 폭력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특히 학교에서 집단으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청소년 동성애자에게 폭력의 위험은 커지고 있다. 강병철씨의 논문에 따르면, 조사 대상 청소년 동성애자의 절반 이상(52.9%)이 욕설 등 언어폭력을 당한 적이 있고, 20% 정도는 신체적인 폭력을 당하거나 소지품이 망가진 적이 있으며, 신체적인 구타나 무기로 공격하는 심각한 수준의 폭력을 당한 경우도 10%가 넘었다. 아우팅도 심각한 문제였다. 32명(32.4%)이 아우팅을 당한 적이 있고, 이 중 14명이 아우팅으로 친구와 교사에게서 부당한 처우를 받았다고 응답했다.
부당한 처우로는 ‘교무실에 불려가 반성문을 썼다’ ‘따돌림을 당했다’ 등이 있었다. 에서 한 청소녀는 “성경책 한 권을 그대로 옮겨적을 때까지 수업에 들어가지 말라는 처벌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아우팅은 자퇴로 이어지기도 한다. 올해 18살인 재민(가명·남성)은 탈학교 청소년이다. 그는 중학교 3학년 때 가족에게 커밍아웃을 했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고1 때 그를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 그가 다시 학교에 돌아왔을 때, 학교에는 동성애자라는 소문이 퍼져 있었다. 학생들은 수군거렸고, 교사들도 불편해했다. 재민은 학교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가족의 몰이해와 또래집단의 왕따는 청소년 동성애자를 학교 밖으로 밀어낸다. 자퇴를 넘어서 가출로 내몰기도 한다. 강병철씨의 논문에서도 커밍아웃시 상대의 수용도가 부정적일수록, 반동성애 폭력 경험이 많을수록, 아우팅을 당한 경험이 있을수록, 동성애자 친구가 적을수록 자살의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성애자 인권운동가들은 청소년 동성애자들이 극단의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철저하게 숨죽이고 살거나 모든 관계에서 탈출하거나, 둘 중 하나라는 것이다. 이처럼 청소년 동성애자들은 변했지만, 사회는 여전한 가운데 ‘충돌’이 일어난다. 성인뿐 아니라 청소년들의 동성애에 대한 태도도 여전히 보수적이다. 장재홍 등의 연구에 따르면, 조사 대상 청소년들은 동성애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34.7%)는 반응을 가장 많이 보였다. 그 뒤를 ‘징그럽다’ ‘정신병이다’ 등이 차지했다. 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나와는 다르나 그럴 수 있다’는 긍정적인 대답은 9.3%에 그쳤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는 2005년 10월 서울의 고등학생 101명(여성 49명, 남성 54명)을 대상으로 동성애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이 조사에서도 63%의 학생들이 ‘남자와 여자만 서로 사랑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다’라고 믿고 있었고, 44%의 학생들이 ‘동성애는 정신병’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커밍아웃은 쉽게 아우팅으로 이어지고, 자칫 재앙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동성애자 인권운동가들은 “준비되지 않은 커밍아웃은 차라리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충고한다.
인터넷, 동성애 사회에 접속하는 통로
물론 커밍아웃이 비극으로 이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올해 고3인 해준(가명·남성)이는 올 2월 어머니에게 커밍아웃을 했다. 그는 “언제까지 속일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서”라고 말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어머니는 아직 아들의 성 정체성을 받아들이지 못하지만, 정신과 치료를 받으라는 강요를 하진 않는다. 해준이는 학교 친구들에게도 커밍아웃을 했지만, 친구들은 비밀을 잘 지켜주고 있다. 하지만 해준이는 겉보기에 친구 많은 학생이지만, 속으로는 ‘외톨이’라고 느낀다. 친구들이 끝끝내 동성애자인 자신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떨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해준이의 외로움을 풀어주는 사람들은 동성애자 친구들이다. 해준이는 중2 때 처음 동성애자 사이트에 접속했다. 고2 때부터 동성애자 모임에 나가기 시작했고, 고3 여름에는 동성애자 인권단체가 주최하는 청소년 동성애자 학교에 참여했다. 수능 시험이 끝난 주말에 해준이는 친구들과 오랜만에 ‘나들이’를 나왔다. 동성애자 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친구들이다. 이들처럼 동성애자 청소년들에게 인터넷은 동성애 사회에 접속하는 통로이자, 동성애자 친구를 만나는 길이다.
이송희일 남성동성애자 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회원은 21세기의 청소년 동성애자들을 “비트 퀴어 세대”라고 부른다. 이송희일씨는 “90년대 세대가 인권운동, 퀴어 퍼레이드, 이태원 게이 문화 등을 통한 가시적이고 대면적인 체계에 의존했다면, 2000년대의 청소년들은 인터넷 카페와 화상 채팅 등 비트 입자 속에서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구성한다”며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가상 공간에서 시작해 가상 공간에서 완결시키는 새로운 세대”라고 말했다.
해준이와 친구들은 모두 중2 때 인터넷을 통해 동성애자에 대한 정보를 얻었고, 고2 때 인터넷 모임을 통해 동성애자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강병철씨의 논문에 따르면, 청소년 동성애자들은 대부분 인터넷(70%)이나 친구(23.1%)를 통해 동성애 커뮤니티에 접근한다. 이송희일씨는 “학교가 이성애를 재생산하는 포디즘(전통적인 대량생산 시스템)의 공장이라면, 인터넷은 자율학습을 지원하는 섹슈얼리티의 학교”라고 분석했다. 한편 조사 대상 청소년들이 동성애 성향을 인지한 시기는 중학교 때가 60.0%(63명)로 가장 많았고, 초등학교 18.1%(19명), 고등학교 11.4%(12명) 순서였다. 남성 동성애자들이 일반적으로 성경험을 통해 정체성을 깨닫고 정체성을 고민하는 시기가 빠른 반면, 여성 동성애자는 성 정체성을 깨닫는 시기가 남성 동성애자보다 늦은 편이다. 여성의 동성애는 ‘우정’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도움주지 못하는 상담 시스템
이날 해준이와 함께 다닌 병욱(가명·남성)이는 충청도의 중소도시에 살고 있다. 고3인 병욱이는 고1 때부터 성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기 시작했다. 병욱이는 “남자도, 여자도 좋았다”며 “혼란스러웠지만 상담할 사람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병욱이는 여자친구도 사귀어봤지만 친구 이상의 감정이 들지 않았다. 그는 고민 끝에 고2 때부터 동성애자 사이트에 접속해 다른 동성애자를 만나기 시작했다. 송윤옥 청소년 상담전문가는 “동성애 고민을 상담하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고 연령대도 낮아지고 있지만, 학교 안팎에 상담 시스템은 전혀 갖춰져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상담자부터 동성애에 대한 편견에서 자유롭지 않고, 정확한 정보도 부족해서 상담을 꺼리게 된다”고 말했다. 교사와 상담가에 대한 성 정체성 교육부터 절실하다는 것이다.
올해 대학 1학년인 정혜(가명·여성)도 청소년기의 혼란을 혼자 감당해야 했다. 교회에 다녔던 정혜는 중학교 시절 고민을 감당하기 어려워 목사에게 상담을 요청했다. 목사에게 “여성인데 여성을 사랑해서 너무 힘들다”고 호소했지만, 목사는 “이 어둠의 자식아, 당장 이곳을 떠나라!”는 ‘응답’을 받았다. 정혜의 고민은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도 풀리지 않았다. 정혜는 고등학교 시절에도 친구를 사랑했지만 고백하지 못하는 고통을 받았다. 몇 번이나 학교 상담실의 문을 두드렸지만 발길을 돌려야 했다. 정혜는 “상담이 절실히 필요해 찾아갔지만, 막상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털어놓지 못한 채 엉뚱한 이야기만 늘어놓다가 돌아왔다”고 말했다. 고백해도 이해받지 못할 것이라는 공포가 그의 말문을 막아버린 것이다.
정욜 동성애자인권연대 활동가는 “미국 매사추세스츠주 교육위원회의 경우, 위기에 놓인 성 소수자 청소년을 위해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동성애자를 보호하기 위한 이성애자-동성애자 연합 모임을 지원한다”며 “한국에서도 서둘러 청소년 동성애자를 위한 상담과 지지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소년 동성애자들은 이중의 굴레에 놓여 있다. 청소년은 아직 무성적 존재라는 나이주의와 동성애는 비정상이라는 이성애주의가 청소년 동성애자들을 둘러싼 현실이다. 하지만 청소년 동성애자는 어른들의 기대와 달리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헤매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자신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는 사람들조차 없다. 지금 여기에서, 청소년 동성애자가 위험하다.
동성애 표현물이 위험하다?
‘팬 픽’ 등을 규제하려는 한국 사회의 ‘동성애 공포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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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를 하는 아이들을 어찌할 것인가?’
청소년 동성애는 뜨거운 감자다. 청소년보호법의 청소년 유해매체물 규정은 한국에서 유일한 성 소수자 차별 법률 조항이었다. 청소년 유해매체물 규정에 수간 등 변태적 성행위와 함께 동성애가 들어 있었다. 동성애 인권운동 진영의 항의로 동성애 조항이 삭제됐다. 하지만 이 조항은 ‘청소년’의 이름으로 ‘동성애’를 규제하는 단면을 보여준다. 청소년 동성애에 대한 공포증은 ‘팬픽 이반’에 대한 염려로 드러나기도 했다. 팬픽은 ‘팬 픽션’(fan fiction)의 줄임말이다. 10대들이 좋아하는 스타들을 주인공으로 자신들이 직접 쓰는 소설을 일컫는다. 팬픽은 대개 남성 아이돌 스타들끼리의 사랑을 그리고 있어 동성애 소설의 성격을 띤다. 한때 팬픽은 동성애 확산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청소년들이 팬픽을 즐기면서 동성애에 물들게 된다는 것이다. 동성애 인권운동가들은 “한국에서 청소년 동성애는 동성애의 약한 고리”라고 입을 모았다. 동성애 인권운동의 영향으로 무조건 동성애가 나쁘다고 비난하지는 못하지만, 청소년 보호의 명분을 빌려 동성애를 비판하는 새로운 형태의 동성애 공포증이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송희일 친구사이 회원은 역질문의 전략으로 청소년 동성애 공포증을 비판했다. 그는 “누군가 ‘동성애를 하는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묻는다면, 반대로 ‘이성애를 하는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질문이 이미 이성애주의에 포박돼 있고, 대답을 하는 즉시 이성애 젠더 체계 안으로 끌려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으로 질문을 던져 문제를 해체해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청소년기에 성 정체성은 모호하고, 청소년이 동성애를 접하면 동성애에 감염된다는 논리가 남는다. 한채윤 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부대표는 “청소년기에 동성애자가 없다면 이성애자도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성애 표현물을 규제하자는 움직임에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동성애 표현물을 보면 동성애자가 된다면, 이성애 매체만 보면 이성애자가 돼야 한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