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히딩크의 박지성 벤치론 이해된다

최백 작성일 06.01.06 16:3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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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히딩크 감독이 박지성 선수가 맨유로 가면 벤치가 될거라고 했는데 그게 히딩크 감독이 좋은 선수 놓쳐서 아쉬운 표현으로만 생각했는데..
그 이유가 바로 박지성 선수의 플레이 코드와 맨유의 코드가 맞질 않아서 주전으로 뛰기는 어려울거라는 히딩크 감독의 애정어린 표현이라는 걸 조금씩 느끼게 됩니다.
유럽에서 오랜 감독생활을 경험한 히딩크 감독은 그 누구보다 퍼거슨 감독의 전략을 잘 알고 있죠. 그래서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의 이적을 요청한 것을 알자, 히딩크 본인도 언론에 말하길 상당히 의외의 오퍼라고 표현했죠.
퍼거슨 본인이 박지성 플레이 코드가 자신의 전략에 거의 맞질 않는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박지성을 요청했기 때문입니다.

퍼거슨 감독의 맨유는 전형적인 양 윙포워드를 활용해서 치고들어가서 가운데로 쳐 올리면 두명의 스트라이커들과 골문 앞에서 받아서 넣거나, 어쩌다가 밖으로 흘러나오는 공을 미들필드들이 페널티어 근처에서 중거리슛을 넣는 스타일이고요.
사실 퍼거슨 감독의 이런 축구전략이 사실 영국 프리미어 리그를 거의 십오년간 지배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가 계속 경기를 지켜보며 논의를 했듯이 이러한 전략을 사실 박지성 선수의 짧은 패스를 통해 중앙을 파고드는 스타일에는 좀 안 맞는 편입니다.
그런 맨유 스타일과 박지성 선수 플레이가 안 맞기 때문에 박지성 선수를 아끼는 히딩크 감독은 맨유 가면 벤치라는 언급을 할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래서 그는 박지성 선수를 설득하면서 본인 입으로 1년후 첼시행을 언급했습니다.
그건 바로 첼시의 무링요 스타일이 박지성 선수와 적합하게 맞음을 히딩크 감독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첼시는 경기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맨유와는 상당히 다릅니다.
미드필더를 주축으로 서로 간결하게 주고 받는 패스를 통해 야금야금 상대방을 파고드는 전략을 구사하는 팀입니다.
그리고 이런 전략을 구사하는 팀들이 또한 바로 오늘 경기를 한 아스날이 또한 그렇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마틴욜 감독의 토튼햄도 맨유처럼 전형적인 영국축구를 벗어나서 중앙미드필더가 주고받는 패스를 통해 서서히 전진하며 중앙을 파고드는 스타일로 변모하면서 상당히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알다시피 이들 팀들은 바로 박지성 선수의 축구스타일과 맞는 팀들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제와서 보면 모든 건 박지성 선수 본인의 선택이고 우리는 그걸 믿어줘야 하는건 당연한 겁니다.

단지 우려되는건 이런 맨유의 퍼거슨 전략은 사실 박지선 선수와 제대로 맞질 않기 때문에 퍼거슨 감독도 박지성 선수를 빅게임에는 선발출장하기를 꺼려한다는 사실입니다.

그건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 선수의 뛰어난 능력을 못 믿기 때문이 아니라 본인이 15년간 고수한 그 전략을 더 믿고 버릴수 없기 때문일 겁니다.
박지성 선수 본인도 언제나 감독의 전략에 맞추어 플레이를 한다고 하지만 이제 이적한지 6개월 정도에 불과한 박지성 선수가 자신의 전략에 안 맞는걸 퍼거슨 감독 본인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감독은 15년간 고수해온 전략에 맞는 선수들을 큰 게임이나 중요한 경기에 선발로 보낼수 밖에 없을 겁니다.
우린 그런 감독을 이해해야 하고 또한 박지성 선수의 선택 또한 존중해줘야 하는 겁니다.
적어도 교체선수에 불과하더라도 맨유 유니폼을 입고싶다는 박지성 선수의 개인적인 소망은 존중해줘야 하니까요.

그러나 퍼거슨 감독이 괜히 70억원 이라는 거금을 써가면서 박지성 선수를 영입한 것은 분명코 아닐 겁니다.
그가 생각하는 팀의 재건과정에서 박지성 선수의 플레이 역할이 중요하다고 판단하니까 그를 이적시킨 겁니다.
그래서 제 생각에도 퍼거슨 감독이 자주 말하는 팀의 리빌딩은 바로 나이 많은 노장들을 서서히 젊은 선수로 대체시키는 것도 있지만, 그 과정에는 과거 전략을 버리고 요즘 첼시나 아스날, 토튼햄 등이 구사하는 짧은 패스와 미드필드의 강화를 통한 중앙공격 전략으로 변모하는 것도 포함되지 않을까 보여집니다.
가끔 약팀들과 상대할 때는 마치 맨유의 전형성은 없고 마치 첼시스타일처럼 경기하는 걸 종종 볼수 있습니다.
그 주축에 선 선수들이 바로 웨인루니와 비록 어설픈 움직음을 보여주지만 대런 플레처입니다.
또한 그 일환으로 박지성 선수를 영입한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단지 현재는 성적이 중요하고 퍼거슨 감독의 코가 석자이니 그도 현재로는 지금까지 써온 전략을 고수할수밖에 없을 겁니다.
앞으로도 종종 벌어질 아스날과 홈, 첼시 원정, 그리고 리버풀 일전도 마찬가지로 박지성 선수의 출장여부를 놓고 퍼거슨 감독은 상당히 고민할수 밖에 없을 겁니다.
어쩌면 일종의 계륵이라고 할까...
본인이 말하는 미래의 선수이고, 지금도 출전하면 좋은 찬스를 자주 만들어내지만 현재 구사하는 자신의 축구전략에는 어딘가 안 맞는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그냥 한번 생각하며 적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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