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적응, 2% 부족 할 때

금돼지79 작성일 07.04.11 02: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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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어디예요?"

 

 

대학교 선배인 상현이 형과 만나기로 했었는데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아 급하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어디냐니깐요!!!"

 

 

거듭 된 나의 질문에 핸드폰을 통해서 들리는 목소리는 '곧 도착한다'

 

라는 말만 들릴 뿐.

 

 

"야! 어니야 미안하다..정말 오랜만인 걸.."

 

 

'곧 도착한다' 라는 말을 남겼던 상현이 형은.....

 

정확히 30분 후에 나타났다.;;

 

 

"형 뭐예요!!"

 

"자식..고생했다...전역 축하하고..."

 

 

사실 상현이 형과의 만남은 순전히 나의 전역때문이었다. 상현이 형

 

은 그래도 동생이 전역을 했으니 술 한 잔 사겠다고 했던 것이다.

 

 

"왜 늦었어요!!"

 

"아..얌마!!...남자가 좀 늦을 수도 있지..말이 많네..아...술집은 저기

로 가자..대신 내가 오늘 확실히 쏜다!!"

 

 

투덜거리는 나를 이끌고 상현이 형은 자주가던 술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소주 한 잔과 함께 대화는 시작 되었다.

 

 

"야..다시 말하지만 정말 고생했다..형도 군대를 다녀왔지만 솔직히

쉽지만은 않은 곳이지...혈기왕성한 사나이가 2년간 구속되어 사는 것

...다시 가라면 나 정말...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하..그런데 전역은 했는데...별다른 느낌은 없네요..안에 있었을 때는

정말 빨리 사회 나가면 좋겠다 이런 생각 많이 했거든요.."

 

"그래도 그 힘든 것...아무 탈없이..전역해서 자랑스럽구나.."

 

"에이..형 무슨...자랑스러운게 다 죽었나요.."

 

 

상현이 형은 나보다 2년 일찍 군대를 다녀왔던 사람이었고 술 한잔

 

하다 보니 자연스레 군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어니야..너 복학 할거지?"

 

"네..바로 해야지요.."

 

"그럼...정말 앞으로 사회에 적응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해라.."

 

"무슨 말예요?"

 

 

몸으로 술이 거하게 들어갔을 무렵, 상현이 형은 나에게 사회 적응을

 

빨리하라며 조언 아닌 조언을 하였다.

 

 

"아무리 군에 2년 있었다고 하여도...무슨 사회적응이 필요해요? 어차피

똑같은 거 아닌가?"

 

"아냐, 임마!! 내가 좀 유별나긴 했지만...사회 적응을 초반에 못해서..매우

고생했었거든"

 

"어떤 고생이요?"

 

 

나의 질문에 상현이 형은 술 한잔을 입안으로 털어 넣더니 아주 진지한 표정

 

으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2년 전 내가 막 전역 했을 때였어....난 전역 후 바로 복학을 했지"

 

 

 

[1]

 

 

상현이 형은 05년 2월에 전역을 하게 되었고 바로 정신없이 복학을 준비하

 

기에 바빴는데 그때쯤 입대 후 연락이 잘 되지 않던 친구들이 연락을 해 오

 

고 있었다.

 

 

"아..다들 정말 오랜만이다..."

 

"그래..상현아...고생했다..우리보다 조금 늦게 가서 내심 걱정했는데.."

 

"아냐...하하..뭐 해보니까 할말 하던데..."

 

"그래도 군대 다시 가라고 하면 안 갈거잖아..."

 

"당연히....죽어도 안 가지..."

 

 

어디 풍경에서나 그렇듯 남자들 몇명이 모이니 군대 이야기를 한동안 하였

 

고 상현이 형 친구들은 상현이 형의 전역 축하겸 겨울 바다를 보러 가자고 했다.

 

 

"시원한 바닷 바람도 쇠고...마음도 다시 잡고...열심히 살아야지 이제.."

 

"그래..공부도 열심히 하고...군대도 다녀왔는데..."

 

 

상현이형과 친구들은 이내 의기투합을 하였고 날짜까지 정하며 바다를 보러

 

가기로 약속을 했는데 상현이 형은 그 순간 차가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했다.

 

 

"애들아...누구 차 있어?"

 

"아...우리 어머니 차 타고 가면 될거야..."

 

 

상현이 형 친구 중 한 명이 어머니 차를 가지고 온다길래 다들 안심하는 분위

 

기였는데 유독 상현이 형만은 고심스러워 했다. 

 

그래서 친구 한 명이 상현이 형에게 물었다.

 

 

"왜? 무슨 문제 있어.."

 

"그..그게....야..."

 

"뭔데..."

 

 

친구의 물음에 상현이 형이 고심하던 생각을 말했는데 그 순간 분위기는 급속도

 

로 냉각 되고..이내 웃음이  폭발했다.

 

 

"그..차 말이야....배차 냈어?"

 

 

 

-_-;

 

 

 

...그 후 상현이 형은 친구들 사이에서 '배차' 라고 불린다.-_-;

 

 

 

 

 

[2]

 

 

배차 사건 이후 겨울 바다까지 다녀 온 후 마음속 답답함을 털어 버린 상현이 형은

 

이내 복학을 하였고 첫 강의시간에 설렘을 안고 수업에 임했다.

 

 

"으응...2년 여만에...수업이라.."

 

 

입대 전 학점이 쌍권총이었던 상현이 형은 전역 후 마음을 잡고 A+를 향해 열심히

 

공부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래서 강의실에서 교수가 서 있는 바로 앞 자리에 앉아서 첫 수업을 맞게 되었는

 

데 이내 곧 교수가 들어와서 출석을 확인하였다.

 

 

"강감찬"

 

"네!"

 

"고주몽"

 

"네"

 

"김하나"

 

"네"

 

 

교수는 한 명씩 이름을 불러 출석을 확인 하였는데 이내 곧 상현이 형의 이름이 불렸

 

고 2년 여 만의 출석 부름에 너무 긴장 했던 상현이 형은 크나큰 실수를 범하게 되었다.

 

 

"김상현"

 

"병장! 김!상!현!"

 

 

 

-_-;

 

 

 

관등성명-_-

 

이내 곧 강의실에 있던 사람들은 배를 잡고 웃었고 상현이 형은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날 이 후 수업에 출석하지 않고 '드랍' 을 시켜버렸다.

 

 

 

 

 

[3]

 

 

군대에 있으면서 가장 그리운 건 뭐니뭐니 해도 여자가 아닌가 싶다. 상현이 형도 말년

 

때부터는 온갖 자기관리를 통해 전역 후 여자친구를 사귀겠다는 원대한 꿈(?)이 있었다.

 

전역 후 복학을 하면 꽃다운 여자 신입생들과 썸싱을 만들겠다는 우리의 상현이 형의

 

꿈은...막상 사회에 나오니 아주 큰 괴리가 있었다.

 

 

"생각해보니....나 공대잖아..;;"

 

 

그랬다. 특히 상현이 형의 과는 여자 신입생들이 가뭄에 콩나듯이 들어온다고 하였다.

 

물론 여자 신입생들도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_-;

 

더구나 남자같은 여자 신입생들은 그저 예비역 오빠님들이 자신들의 일용할 양식을 사

 

주는 '호구' 일 뿐..-_-;

 

 

"상현이 오빠..배고파요...밥 사줘요^^*"

 

"으..음...야..."

 

"왜요 오빠^^*"

 

".....형이라 불러.."

 

 

더구나 전역  후 머리가 돌이 되어 있던 상현이 형은 학과 공부도 따라가기에 벅 차 더

 

이상 여자를 신경 쓸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상현이 형은 첫눈에 반할만큼의 이상형의 여인을 길에서 보게 되는데 

 

이 여자를 놓쳐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바로 대쉬를 하게 되었다.

 

 

"저..저기..말입니다"

 

"네..무슨 일이죠?"

 

"으..음...시간 좀 내주지 말입니다"

 

"왜요?"

 

"할 말이 있거든 말입니다"

 

"할 말요?"

 

"저기가서 차나 한 잔 하지 말입니다..."

 

 

상현이 형의 간절한 눈빛 때문이었을까..여자는 흔쾌이 동의를 하고 인근 카페에 가서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무슨 할 말예요?"

 

"에...엣...잘 못 들었거든 말입니다.."

 

"저기 할 말 있다면서요?"

 

"아...단도직입적으로 연락하고 지내고 싶거든 말입니다.."

 

"에?"

 

"첫 눈에...느낌이 왔거든 말입니다.."

 

".....킥킥"

 

 

그렇게 그녀와 대화를 한동안 나누던 상현이 형은 그녀와 연락처까지 주고 받게 되는데

 

당시에 그녀가 계속 '킥킥' 웃던 이유를 눈치채지 못했다.

 

'말입니다' 체-_-;

 

 

"그러면 제가 조만간 연락 드리겠거든 말입니다."

 

"네 그러세요..."

 

 

그렇게 그 날은 헤어졌고 상현이 형은 수시로 문자를 보내며 데이트 날짜를 잡으려고 

 

애를 쓰며 지내게 되었다.

 

그런데 한동안 그녀에게 반응이 없다가 어느날 상현이 형에게 처음으로 전화가 왔다.

 

 

"앗..그녀"

 

 

핸드폰 발신번호를 보던 상현이 형은 기뻤지만 너무 긴장했던 탓일까...

 

행정병 출신답게...깍듯한 예의를 차리며 그녀의 전화를 받았다.;;

 

 

"통신보안 제1중대 병장 김상현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_-;;

 

 

 

...뚜...뚜...뚜

 

 

 

...그리고 그녀는 다시는 연락을 받지 않았다.-_-;

 

 

 

 

 

[4]

 

 

어느날은 상현이 형의 기철이라는 친구가 축구를 하다가 다쳐서 병원에 실려 갔는데 

 

진성이라는 친구가 상현이 형에게 연락을 취했다. 

 

 

"야..기철이가 축구 하다가 다쳐서 나서 병원에 실려 갔데.."

 

"어? 많이 다쳤데...?"

 

"아니...가봐야겠다..나 지금 가고 있거든...너도 빨리 와라.."

 

"알았어... 그런데 어느 병원에 입실했냐?

 

 

-_-;

 

입실..;;

 

 

어찌 됐든 기철이라는 친구를 병문안 하게 된 상현이 형은 생각보다 말짱한 친구의 모습

 

에 안도를 하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다 커서 축구하다 다치냐?"

 

"하하...그래도 이 정도로 다행이다...백태클이 들어왔는데..."

 

"그래..다행이네..."

 

"빨리 다리가 나아야...축구를 다시 할 텐데..."

 

"이렇게 다치고도 또 축구 하고 싶어?"

 

"하하하....축구만큼 단합하는 운동이 어딨냐?"

 

 

사실 상현이 형도 한 축구를 하는 몸이라 기철이라는 친구가 다 나으면 함게 축구를 하고 싶

 

은 마음에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어디에서 축구를 하냐?"

 

"너도 우리 팀 가입할래? XX고등학교에서 주말마다 하거든.."

 

"그래? 거기 연병장 상태가 괜찮나 보지?"

 

 

 

연병장;;

 

 

-_-;

 

 

 

...그렇게 상현이 형은 말 실수는 계속되어졌다;;

 

 

 

 

epilogue.

 

 

"하하하하...그런 실수를 했었어요?"

 

"자식 말도 마라...빙산의 일각이다...그건..."

 

 

상현이 형이 해주는 이야기는 정말 재미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나 역시 같은 실수를 

 

할까봐 조마조마 했다.

 

 

"지금 말한 것을 제외해도 꽤 많은 말 실수가 있었지....한 한 달정도 그랬지 아마.."

 

"말 실수도 아니네요 뭐...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

 

"그래도 나름대로 군대에 대한 추억이 있기에 그런 실수가 나오는 것 같아..."

 

"저도 그래요...벌써 약간은 그립기까지 하는데요.."

 

"나도 그래...아주 가끔은...힘들었던 곳이지만....아주 가끔은 매우 그립더라고.."

 

"그러면 다시 입대하세요...완전히 말뚝 박아 버리면 되겠네.."

 

"어니야..?"

 

"네?"

 

"너...미쳤어?"

 

"네?"

 

"그래도.....그리워도 다시 가라면....죽어도 싫다.."

 

"하하하...사실 저도 그렇죠....한 번이니 했지...두 번은 죽어도 못해요..."

 

 

그렇게 상현이 형과 즐거운 마음으로 술 잔을 기울였고 형은 몇 잔의 소주를 연거푸 마시더니

 

말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하면...그런 실수들이..나름대로 자랑스럽기도 하다..."

 

"뭐가요?"

 

"가기 싫은 곳이었지만...그렇게 익숙해질만큼 국방의 의무를 다 했으니..."

 

"그렇기도 하네요.."

 

"지금 이렇게 우리가 술잔을 부딪히는 것도 우리 후임들이 열심히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

기때문이 아닐까?"

 

"하하하...그러면 마지막 잔은...우리나라 국군을 위해서 하지요"

 

"그럴까?"

 

 

짠~

 

 

그렇게 상현이 형과 나는 마지막 술잔을 지금도 나라를 위해 힘을 쓰고 있는 국군을 생각

 

하며 건배를 하였다.

 

 

전역 후, 사회적응이 잠시나마 되지 않는 것.

 

그건 부끄러운 것도 수치스러운 것도 아니다.

 

우리가 우리의 가족과 나라를 위해 열심히 했다는 자랑스런 결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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