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일이다.
지금은 매우 만족스럽게 수습이 되어 이제서야 마음을 가다듬고
밝은 마음으로 써본다.
모든 남성들이 느끼는 고충중엔
탁탁탁,군대,여자친구,갈갈이.....아 미안-_-
뭐 수많은 고충등이 있겠지만
이발하러 갈때의 고충은 매번 엄청난 압박을 준다.
여자들이야 잘라봐야 거기서 거기지만
남자들은 일순간 실수로 딸룡이가 되어
주변 교우관계에 금이가고
여자친구마저 떠날정도로 매우 심각하다-_-
예상컨데 미용실을 박차고 나온 후 자신의 모습을 보고 만족스러워 하는 자는
그리 많지 않을것이라 믿는다.
특히나 나는 大心하기로 유명한 a형의 남자로써
그에 대한 스트레스는 뻥안까고 존내 심각하다.
어느정도냐 하면
집에가서 밥안먹고-_-
투정부리고
꿈에서는 그 미용실을 찾아가 불 지르고 포크레인으로
개박살 내는 꿈까지 꾼다.
병;;신 아니냐고?-_-
음;;;;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한 3주전쯤?
찌는듯한 무더위를 이겨내며
힘들게 길러 유지해온 장발스타일에 태클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주변 직원들의 공익답지 못한 두발상태를 지적하며 존내 압박을 주길래
어쩔수 없이 조금 다듬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그래서 어떡게 다듬을까 고민하며 메신져의 대화명을
머리스타일 추천해줘-_- 라고 바꾸었더니
평소에는 관심도 없던 미친인간 몇 기가
자꾸 나에게 스포츠로 밀것을 권하였다.
미친놈1 : 넌 짧은 머리가 훨씬 나아
미친놈2 : 한여름에 장발이라니 덥지도 않니?
개새퀴 : 넌 뭘해두 구려 쓉새퀴야!
"닥쳐!!!!!!!!!!"
뭐 아무튼 스포츠머리는 좀 오바고
지금머리에서 딱
절반씩만 잘라서 요즘 간지맨들에게 필수품인
헤어왁스? 맞어 이거?
그거 한번 발라보려고 했다.
그리하여 거금 7천원을 거머쥐고 미용실로 출발하였다.
이곳 저곳 둘러보다가 마치 젊은이들이 많이 다녀갈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현수막을 달아 놓은 미용실이 눈에 띄었다.
"샤기컷,샤기펌 가능합니다."
그래 저곳이다!
일말의 꺼리낌도 없이 들어간 그곳은 손님이 한명도 존재 하지 않았다.
늦은 밤이라 그러겠거니 하며 전혀 미용실 아가씨의 실력을 의심하지 않은체
일단 자리에 앉았다.
미용실 아가씨가 다가온다.
마치
북한 이산가족을 상봉한듯한 미칠듯한 미소로
얼씨구나 하는듯한 표정이였다.
그때 눈치 챘어야 했는데..... 실력이 엿이라 손님이 없었다는것을-_-
의자에 앉는 순간부터 난 고난의 연속이였다.
"손님 어떡게 해드릴까요?"
"머리 기장을 정확하게 반 만 잘라주시오."
대충 이해를 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아가씨는 내 안경을 벗겼다.
참고로 난 고도난시라 시력때문에 4급판정을 받고 공익을 뛸정도로
눈이 좋지 않기에 안경을 벗으면 1미터 앞의
부모도 알아볼수없는 후레자식이다-_-
그래서 난 머리하는 중간중간의 물음에는 무조건 그렇게 해주세요 라고 한다.
매번 안경 쓰기가 귀찮고 미안하기 때문이다.
근데 앞으론 매번 귀찮고 미안해도 중간중간에 안경을 쓸 생각이다.
아.....
씨-_-뷀
내 머리를 만진지 20초쯤 되었나....
손님과 미용사 단둘이 적막흐르는게 참 어색해서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저기 친절도가 참 과분할정도로 넘처나시네요 이렇게 반겨줄줄이야."
"호호호 뭘요 당연히 반갑죠 오늘 첫손님인데."
"뭐요?-_-"
"요즘 경기도 어렵고.....날도 덥고.....아...아무튼;;;"
"아....."
그리고 얼마간 우린 말이없었다-_-
"저기 근데요 손님께서 하겠다는 머리는 촌스러 울것 같은데
머리를 좀더 잘라보는건 어때요?"
"괜찮습니다. 그냥 그렇게 해주세요."
"머리에 뭐 바르고 다니실건가요?"
"네"
"어머 그럼 절대 안돼요! 더 짧게 자르셔야 해요."
"아 안돼는데....."
"정말 그래야 된다니까요~ 나중에 후회하세요~"
"아 그럼 그렇게 하세요-_-"
말을 참
존나
안들어 쳐먹는다.
미용이고 나발이고 기초개념확립부터가 시급한듯 싶었다.
아무튼 미용사가 내 의견에 토달고 자신의 주장을 드넓게 펼처보이는 곳에
입장하게 될때
난 세상에서 제일 불안하다.
근데 더웃긴건 저 대화가 끝나기가 무섭게
한 10초쯤 걸렸나?
다 짤랐다고 머리를 털어주는것이었다.
알고보니
미리 존내 짧게 스포츠급으로 밀어놓고선
자른머리 다시 붙히지도 못하고 욕먹을꺼 싫으니까
수작 부린거였다-_-
뭐 그래도 대충 봐줄만 하면 참을 요량이였다.
머리털리기가 무섭게 안경을 쓴 순간.....
당연히 여러분들도 예상되는
아주 슬픈 결과가 내눈 앞에 펼처졌다.
"저기요?"
"네?"
"거울이 이상해요."
"무슨 말씀?"
"거울에 왠 70년대 일본 만화책에 나오는
폭주족 개찐따꼬봉새끼가 보여요-_-"
"당신 이자나요."
"믿어도 되요?"
"아.....간지나는데?"
"지금 장난?"
"멋있는데요?"
"멋있는데 인상은 왜 찌뿌??"
"진짜에요."
"떨리는 손부터 감추고 말하시지-_-"
더 있다간 국내 최초 여자 미용사를 후두려 깐 남자손님이 될까 두.려.워...
일단 계산하고 밖으로 나갔다.
대충 머리 스타일을 설명 하자면
구렛나루가 있고 앞머리 윗머리는 스포츠 급으로 짧은데
그래 여기까진 좋다.
양쪽 구렛나루가 마치 형제처럼 기장이 다르다-_-
오른쪽 구렛나루가 동생 구렛나루 인지..
왼쪽 형 구렛나루보다 기장이 눈에 띄게 짧다-_-
존내 우애있어 보인다.
그리고 뒷머리가
축구선수다-_-
뒷머리만 홍명보.....
내 마음 이해가?-_-
집으로 가는 내내 신경이 쓰여 마의 45도 고갯길을 단숨에 전력질주 하였다.
달리는 동안 자꾸 옛기억이 떠올라 눈물이 났다.
귀두머리 4개월-_-
서울역 노숙자 머리 2개월-_-
기르는 내내 놀림 당했다가 6개월만에 완성 시킨 머리를
단 5분만에 난도질을 당했다니.....
집으로 들어가 일단 쥐파먹은 앞머리와
벨런스가 무너진 좌우 구렛나루를 손질 했다.
한 30분간 사투를 벌이니 그나마 많이 좋아졌다.
아 남은건 뒷머리
근데 지금 난 혼자-_-
다른 미용실가서 돈내고 자르기도 돈 아깝고 해서
그냥 내일 퇴근한후 뒷머리만 잘라달라고 단호하게 부탁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출근길에 올랐다.
그날 난 사무실에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보는 사람 마다 한마디씩하는데 죽고 싶었다.
그중 한 선배의 말이 가장 눈물 났던걸로 기억한다.
"너 일로 와바"
"왜요-_-"
"너 내가 새꺄 아무리 사는게 힘들어도 머리는 돈주고 자르랬지?"
".....-_-"
"이 새끼 이거 찰랑 거리는 뒷머리좀 봐 이거 니가 무슨 적토마야 새꺄?
말갈퀴 처럼 뒷머리 휘날리게?"
딱 퇴근시간까지만 참아보자란 일념으로
어렵게 버틴후 끝나자 마자 부리나게 미용실로 향했다.
그날은 특별히 수줍어서 3천원 내고 택시까지 탔었다.
미용실 앞에 도착하여 재빠르게 내린후 문쪽을 향해 달려갔다.
문이 잠겨 있다.
뭐지? 저녁먹으러 간건가.
앞에 왠 메모가 붙어 있다.
[7-20 ~ 7-24일까지 휴무합니다.]
아아아아악!!!!!!!! _| ̄|○
결국 다른 미장원 찾아가 뒷머리 자르고 7천원 또냈다-_-
지금 내 머리는 택시비까지
도합 1만7천원짜리 간지가 줄줄 흐르는 헤어스타일이다-_-
끝
항상 행복 하세요.
feelsogood$:)
참 잼있네요..ㅋㅋㅋㅋㅋ
[마이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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