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다가 울다가[펌]

썰렁하네 작성일 07.05.06 01:3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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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하시느라 고생많으시죠?

학교 잘 다니고 계세요?

시험 잘 치셨어요?라고 묻지마라!

백수의 길로 입문한지가 벌써 몇 개월째다.

 

 

독자:그럼 혹시 백수세요?라고 먼저 물어야 하나?

 

 

너 그냥 닥쳐라 -_-

백수생활 몇개월째 요즘 건방질데로 건방져진 본인이다.

그러다보니 보이는게 없다.

예전엔 백수라는게 부끄러워서 ..

 

 

"뭐하시는 분이세요?" 라고 물어보면..

 

 

"그냥 조그마한 사업체 하나 꾸리고 있습니다.."

 

라고 미친개도 안믿을 뻥을 치곤 했다..-_-

사실 내 얼굴 어딜 봐서 사장 소리 듣게 생겼니?

사장실에서 일하는 청소부라면 또 몰라..;;

 

 

하여튼 예전엔 그렇게 뻥을 치고 다니다가

얼마전부터는 배째라 라는 식으로..

 

"뭐하시는 분이세요?" 라고 물으면..


"왜?놀면 니가 취업시켜줄꺼야?*.." 이라고 대답한다..-_-;

 

 

예전엔 처음만나는 사람들에게 "뭐하시는 분 이세요?" 라는 인사를 자주 하곤 했지만.

요즘은 시대가 시대이니 만큼 그런 인사는 삼가하자.

아무것도 안하시는 백수한테 칼 맞기 싫다면 말이다;

 

 


백수라는 타이틀때문에..

한번은 그런 일이 있었다.

그러고 보면 사람들이 사랑이고 행복이고..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어야 가능한것인가 보다..

 

 

 

 

집에서 노는 인간들은 항상 돈이 없기 마련이다.

 

며칠전에 친구랑 술 약속이 있어서.

딱 800원 만 챙겨서 친구를 만나러갔다.

800원도 그냥 생긴게 아니다.

책상 서랍 여기 저기에 짱 박혀있던 100원 짜리를..

라이언 일병 구하는것 보다 힘들게 찾고 모아서..800원을 모은것이다.

 


그렇게 친구를 만날려면 지하철을 한번 타야되는데.


훗.그렇다.정답!

 


그 800원은 바로 가는 차비인것이다.

집으로 돌아올 차비는 당연히 친구에게 삥 뜯으면 된다..라는..

참 내가 생각해봐도 괘씸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지갑이 썰렁하니 조금 불안하긴 했다.

혹시라도 그 새끼가 약속을 안지키면 난 순식간에 노숙자 되는 상황이니까;;

 

 

 


제기랄.설마와 혹시는 항상 들어 맞는다.-_-;

벌써 약속 장소에 20분째 안나오는 그 새끼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새끼가 한다는 말은 더욱더 가관이였다.

 

 

 


친구:야.진짜 미안하다.어제 우리 아버지가 꿈을 꿨는데

나 오늘 밖에 나가면 길거리에서 트럭에 치인 다음 ..

내 몸이 멀리 날아가서 낙동강에 빠져서..

식인 물고기 한테 갈기 갈기 찢겨진데-_-

 

 

그 녀석 아버지의 꿈 얘기는 내가 봐도 참 그럴듯 했기에..

난 고개를 흔들며 친구의 말에 수긍했다.

 


러브:*까.개쉐이야;;

친구:..................

 

 

난 지금 내 상황을 설명했다.

 


"*.나 지금 차비도 없단 말야...!!

지금 내 지갑엔 학생증.비디오 대여점 회원 카드.도서 대여점 회원 카드.

피씨방 회원 카드.(4년된거다)..0원 들어가있는 교통카드 밖에 없어.

그리고..코,콘돔 말구는 없어..!!"

 

 

친구는 놀라며 말을 했다.

 


"너 무슨 깡으로 술 마시자고 했니?"

 

 


차마 니돈이 내돈이고 내돈이 내돈이지 라는 말은 할수가 없었다.

농담할 기분이 전혀 아니였다..

 


러브:좀 어떻게 안되냐?

친구:마음같아선 당장 차 끌고 나가고 싶은데..

러브:그래.그거야..!아무것도 생각하지마.그냥 차 끌고 나와.

친구:근데 아버지 꿈이..

러브:*.너 연락하지마!

 

 


난 홧김에 친구에게 그렇게 말해버리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 3초후에 바로 후회했다 -_-;

그때.그 친구에게로 다시 전화가 걸?쨈?

너무 감동적이라 목이 메어왔다.

 

 

친구:이해해줘서 고맙다..차비는 사람들한테 좀 빌려봐.

 

 

덜컥..

 


너무 괘씸해서 그 새끼의 목을 메고 싶어졌다-_-

 

 

 

마땅히 방법이 없었다.

지갑을 1시간째 뒤져봐도 뜯지 않은 콘돔만 만져질뿐 ;;

 


난 할수 없이 일단 지하철을 타는곳으로 내려갔다.

그래.딱 오늘 하루만 미친놈이 되어 돈을 빌려보는거야.

 

 

 

그때 생각이 난다.

서면에서 지하철을 탈려고하면..

날 쫓아와 몇 백원만 달라고 손을 벌리는 사람들이 간혹 있었는데.

난 지금 그들과 똑같은 인간이 되어 있었다.

 


일단 호흡을 가다듬고..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한테 말하기는 쪽팔리니까.

마음씨 착하고 자상한 노인들을 공략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근데 그건 나의 큰 착각이였다;

 

 

할아버지 한분이 내 옆을 지나가고 있었다.

 


러브:아,안녕하세요 할아버지.^^*

 

내 인생에서 노인들에게 이렇게 깍듯이 인사해본적은 지금이 첨이였다.

 


할아버지:왜?

러브:제가 지금 차비가 없어서 그러는데요..

할아버지:떼끼!!젊은놈이 일은 안하고 벌써부터 이런 짓거리여!!

 


썩을;;그냥 없으면 없다고 말하면 될것을 ..

왜 일부러 큰 소릴 쳐서 다른 사람들 다 쳐다보게 한단 말인가;;;

 

 

 

그때 할아버지와 내 옆으로 지나가는 한 커플이 ..

그 광경을 보고는..내 앞에 멈춰섰다.

 

남자:얼마 필요해요?

러브:아..파,팔백원요...;;

남자:자 여기 천원요..

러브:가,감사합니다.

 


갑자기 눈물이 나왔다.

고마워서 그런것인가?

전혀 아니다.

* 드러워서 ... 내 자신이 너무 한심스러워서 눈물이 흐를뻔했다.


나에게 1000원을 주고 그 커플들은 다시 가던길을 갔는데.

아쉽게도 좀전 커플 중에 그 여자의 목소리가 내 귀를 후벼팠다.

 

 

 

"자기는 왜 저런 사람한테 돈 쓰고 그래?너무 착해서 탈이야.."

 

 

남자의 목소리도 들?쨈?

 

"불쌍하잖아.."

 

 

 

 

그렇게 1000원 짜리 지폐 한장을 움켜쥐고 ...

부들 부들 떨고 있으니까.

왠 대학생 한명이 아주 당연하다는듯.

지하철 타는 곳에 표를 넣지 않고..

그냥 몸을 숙여서 그 밑으로 기어서 들어가고 있었다-_-;;

 

 

 


그날 집에 도착한 뒤..

난 밤새도록 내 자신의 한심함에 치를 떨었다..

 


안그래도 백수 생활 하면서 예민하고 날카로워 졌던 내 성격이 ..

그날 사건으로 인해 거의 절정에 다다르고 있었던것이다.

그런 내 성격은 그 다음날 아침에 바로 나타났다.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난 담배 한가치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그리곤 내 작은방 문이 열렸다.

 


어머니:너 담배 안핀다며?

 

난 당황 했지만 살아나가야 했기에.

곧 바로 침착함을 유지한채 변명을 대야만 했다.

 


러브:아 지금 담배연기로 모기 잡느라구요..

어머니:요즘 모기는 니 목에서 서식하나 보구나?

러브:..............

어머니:빨리 일자리나 찾아봐!!

 


쾅...

 


아.정말 슬픈 현실이다..

왜 군대가 다시 그리워지는걸까?

그렇다고 누가 나한테 군대가라고 막 떠밀면 그 손모가지 잘라버릴테다-_-

 


내 기분은 어머니의 그런 행동으로 더욱 날카로워 졌고..

방문을 열며 소리쳤다..

 

 

러브:일주일안에 일자리 찾을테니까 밥이나 줘요!!

 


큰 방에서 어머니가 소리친다.

 


어머니:차라리 일주일안에 지구에 종말이 다가온다는 말을 믿겠다!!

 

 

 

난 결국 화가 끝까지 달아올라 방문을 닫아버리고는 침대에 누워버렸다..

그렇게 몇분이 지났을까?

난 그때 침대에 누워있었는데 거실에서 갑자기 타는 냄새가 나는것이다.

재빨리 방문을 열어 보니..

어머니가 가스렌지에 올려 놓은 만두국이 쫄고 쫄아서

다 타고 있었던것이다.

나도 모르게 소릴 지르기 시작했다.

 


러브:아.정말 뭐하시는거예요?!!!

어머니:헉.

 

어머니는 그때서야 거실로 급하게 달?음킴?.

 


러브:그렇게 자식새끼 밥 먹이기 싫었나요?

 


나의 그말에 어머니도 갑자기 흥분을 하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어머니:그래.너 밥먹이기 싫어서 그랬다!!됐니?

러브:됐어요.제가 다 차려서 먹을테니까 신경쓰지 마요!

어머니:못된 새끼.지금껏 먹이고 키워놨더니..

 


어머니는 그 말을 하시며..갑자기 끝말을 흐리셨다..

그리고는 다시 큰방으로 들어가셨다.

마음같아선 집안의 모든것들을 부숴버리고 싶었다.

내 자신이 한심하다 못해 이젠 괘씸했던것이다.

 

 


다 타버린 만두국을 다시 끓여 먹고 있으니..

뭐라 표현할수 없는 감정들때문에..

내 마음속이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었다.

그래도 살기 위해선 먹어야 했다.

난 밥을 꾸역 꾸역 삼키며 먹고 있었다.

 

그때였다.

큰방 문이 열리며 어머니가 소리치신다.

 

 

어머니:다 큰게 왜 그렇게 한심하니?그걸 왜 먹어!!왜 먹냐구!!

 


어머니는 내가 먹고 있는 만두국을 뺏어서 쓰레기통에 다 부어버리고..

냄비에 물을 받아 다시 가스렌지에 올렸다.

 


...................


서로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어머니가 냉장고 문을 열며 나에게 물었다.

 

 


어머니:계란 먹을래?

러브:네..

 

 


탁...

 

 


무슨 소린것 같은가?

어머니는 냉장고에서 계란 2개를 꺼내시다가.

실수로 계란을 바닥에다가 떨어트리신것이다.

 

 

 


어머니:..........

러브:.............

 

 


계란이 바닥에서 산산조각 나던 순간..

어머니는 가장 먼저 나의 눈치를 살피셨다..-_-

 

 

 

그런 어머니의 모습이 어쩜 그렇게 웃겼던지..

난 어머니를 보며 웃었다..

계속 웃었다.

그렇게 어머니를 보며 계속 웃고 있으니까..

갑자기 눈물이 나왔다..

그러니까 *같은 나는 울면서 웃고 있엇던것이다.

 

 

그 날 아침.

어머니가 다시 만들어주신 만두국을 먹는데..

왜 그렇게 눈물이 많이도 나던지...

 

 

우리 어머니는 내가 질질 짜면서 밥먹는 모습을 보며..

이런 말씀을 하셨다.

 

 

 

 

"괜찮아..

넌 내 아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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