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힘들어도 남자는 우는게 아니야!!!

토탈맨63 작성일 07.09.21 01: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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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1984년 3월..

나, 그러니까 천상이 태어났다!!!

-_-



이 얼마나 아름답고 기쁘고

신성한 사건이 아닐 수 없겠는가..





난 3.5키로가 넘는 우량아로 태어났지만

남들보다 약간 딸리는 건강상태로-_-

신생아때부터 병원신세를 자주 져야만했다.

병원에서.. 이쁘장한 간호사들이

내 앞을 지나갈 때마다

기저귀를 사알짝 내려주면서

그녀들을 꼬시는데에 재미를 붙였던 그 무렵



드디어 우리의 히어로 -_-

아버지께서 등장하셨다.





아버지 : 아이구!! 내 아들!! 몸이 이렇게 약해서 쓰겄냐!!

천상 : 응애응애-_-

아버지 : 이 아버지가 널 위해서 없는 형편에 녹용 좀 달여왔다!

천상 : 응애응애(먹기시러!!!)

아버지 : 녹용이 어디에 좋은건진 모르겠지만 일단 몸에 좋은거라니 한그릇 들이켜봐!!






아버지는..

진심으로 아들을 아끼시는 마음에-_-

태어난지 몇달 되지도 않는 나에게

모유대신 녹용이 담긴 젖병을 입에 물려주셨고..

난.. 어린애가 먹기엔 너무 쓴 그 맛에 당황하여

처음엔 단식투쟁을 벌였지만...











아버지 : 이게 정력에 좋은거래 천상아. 여자 여럿 울린대.






라는 아버지의 매혹적인 말에 넘어가

잘도 마셔댔다고 한다.

-_-




결국 지금은 한약 부작용때문인지

난 실제나이보다 두배정도 더 늙어보이는

40대 후반의 외모를 소유하고 있다.

-_-








두번째.

1999년 6월,

내가 중학교 2학년이었던 이때..

자전거를 타고 학교를 다니다가

자동차에 치인적이 있었다.


교통사고란건 남들에게나 생기는

먼 나라 이야기인줄만 알았는데

내가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자

꽤나 무섭고 당황스러웠다..

남들은 모르지만 난 아직도 그때의 후유증이 있다.

그래서 지금은 그 부작용으로..












아직도 대소변을 못가린다.

-_-

그래서 내 글에 똥유머가 많은걸지도..-_-;






사고 발생 경위는 이러했다.

좁고 급커브가 심한 골목이라

자동차 운전수와 내가 서로를 *못하고

말그대로 정면-_-충돌을 하게된

아주 단순한 사고였는데..



내가 자동차에 치어서

한마리의 새가 되어 약 5초간

허공을 날아다니며 자유를 만끽하다가

반쯤 기절한 상태로 땅에 나자빠져서

머리에 수도꼭지를 단것처럼

피를 분수뿜듯 뿜어내고 있을때..






천상 : 겔겔겔겔겔...






자동차 운전수는 못내 미안했는지...

다급한 표정으로 차문을 열고 나와

이렇게 말했다.













운전수 : 크악!! 이거 아빠찬데!!! 기스났따!!!

-_-







이런 가죽을 벗겨다가 핸드백을 만들고

뼈를 뽑아다가 사골국으로 국물을 우려내도

화가 풀리지 않을 빌어먹을 자식-_-





난 이자식에게 치료비라도 받아야겠다는 심정으로

머리에 피를 흘리며-_-

엉금엉금 그 자식앞에 다가가

이렇게 외쳤다.







천상 : 어서 내 치료..

운전수 : 어서 내 차 수리값 물어내!!!







뭐 이딴 자식이 다있어-_-






난 다급한 나머지 아버지에게 전화를 했고

아버지는 아들이 사고를 당했단 말에

크게 당황하여..



내가 자전거를 타고 와도

십분이면 올 거리를

약 한시간이 지난 후에

자그마한 스쿠터를 털털털 몰며

우리 앞에 나타나셨다.

-_-









천상 : 아빠!! 왜이렇게 늦었어요!

아버지 : 응. 차가 좀 맥혀서..

천상 : 무슨 이런 촌동네가 차가 막혀요-_-!!

아버지 : 말 잘하는거 보니까 뒤지진 않았구먼..

천상 : -_-






아버진 약간의 출혈만 제외하고는

별로 다치지않은(?) 나를 보며

안심하는 듯한 웃음을 지으시더니

그 양아치 운전수에게 돈 몇십만원을 쥐어주시고

얌전히 돌려보냈다.








천상 : 아빠.. 아빠가 왜 그사람한테 돈을 물어줘요?

아버지 : 그깟 돈 몇십만원이 뭐가 아깝다고 그러냐

천상 : 그래두 분명히 저사람이 잘못한건데

아버지 : 니 별로 안다쳤으니까 돈 몇푼정돈 아깝지 않아^^

천상 : 아빠.... 감동스러운데요? 헤헷...











아버지 : 수리비는 니 용돈에서 12개월 무이자할부로 처리해줄께.

천상 : -_-^

아버지 : 농담이야 자식아... 어디 감히 애비를 째려봐 눈깔을 뽑아불라

천상 : -_-...









다음날 아버지께서는

위험하게 자전거타고 다니지말라고 하시면서

용돈에 차비까지 얹어서

되려 용돈을 올려주셨다.










세번째.

2004년 6월..

그러니까 내가 입대하는 그날이었다.




강원도 102보충대대 앞에서

입대를 약 3시간 앞두고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나

이렇게 세사람이 사형시간과도 같은

입영시간만을 기다리며 초조히 떨고 있었다.





아버지 : 아들아, 아빠가 고기사줄께 고기먹고 들어가라

어머니 : 그래.. 입대하면 맛있는것도 못먹을텐데..

천상 : 지금은 별로 식욕이 없어요.... 그냥 들어가볼께요..

아버지 : 야 임마!! 아버지가 고기 사준대두!

천상 : 정말.. 지금은 아무것도 먹고싶지가 않아요..

아버지 : 그럼 이 애비가 소주에 회라도 한접시 사줄께 먹고 들어가라

천상 : -_-




결국 난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지옥의 문으로 터벅터벅 걸어들어갔고..





아버지 : 아들아!! 아무리 힘들어도 남자는 우는게 아니다!!

라는 아버지의 말을 머릿속에 꾹 담은 채

아무리 외롭고 힘들어도

어려운 군생활을 버텨냈다.







100일 휴가때..





천상 : 엄마!! 나 휴가나왔어!!

어머니 : 어이구 이게 누구야 ㅎㅎㅎ

아버지 : 너 이자식 힘들다고 울고 그러진 않았겠지?

천상 : 그럼요^^ 아버지께서 남자는 아무리 힘들어도 우는게 아니라면서요

아버지 : 그래!! 그게 바로 진정한 사나이란다.

어머니 : 풉;;

천상 : 엄마, 왜웃어?

어머니 : 너 입대하고나서 니 아버지 맨날 밤마다 울었거든..ㅋㅋ

아버지 : 쉿!! 이 여편네가!!

천상 : -_-




어머니한테 물어봤더니

사실 날 입대시킨 그날부터 휴가나올 때까지

아버지께서는 매일밤 혼자서 우셨다고 한다.



아버지..

아무리 힘들어도 남자는 우는게 아니라면서요..





네번째.

전역을 하고 간단한 아르바이트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지금..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우연히 아버지와 마주치게 되었다.





천상 : 어? 아버지, 아버지가 여긴 무슨일이세요?

아버지 : 어.. 그냥 술한잔 할라구

천상 : 누구랑요?

아버지 : 혼자.

천상 : -_-

아버지 : 오랜만에 애비랑 술한잔 할래?

천상 : 네.. 같이 가요.






생각해보니 성인이 되고나서

친구들과 밤늦게 술마시러 다닌적은 많았어도

아버지와 술을 마시러 나온적은 그리 많지 않았던것 같았다.




천상 : 진짜로 혼자 술드시러 나오신거에요?

아버지 : 응. 그래두 다행히 아들녀석 만나서 혼자먹진 않겠구나.

천상 : 세상에 혼자서 술마시는 사람이 어딨어요?

아버지 : 왜.. 혼자마시는게 어때서? 이상하냐?

천상 : 아버지가 무슨 왕따에요? 외톨이에요?

아버지 : .............







생각해보니....

아버지는 지금껏 가족들에게 소외되어 있던 적이 많았다.







100일 휴가때..



아버지 : 여보, 오랜만에 아들 얼굴보니까 기분 좋은데 술이나 한잔 할까?

어머니 : 글쎄요, 전 괜찮을거같은데 천상인 어떠니?

천상 : 아, 저 오늘 친구들이랑 술약속이 있는데요..

아버지 : 그럼 내일 오후에 애비랑 등산이나 갈까?

천상 : 휴가나와서 등산하는 사람이 어딨어요 안그래도 힘든데

아버지 : 그..그렇겠구나..



이날 저녁 아버지는 혼자 술을 드셨고

다음날 혼자서 등산을 다녀오셨다.








내가 전역을 얼마 앞두지 않았을 때

하루는 아버지께서 혼자 군부대로

연락도없이 몰래 면회를 오신적이 있었다.





아버지 : 천상아!! 애비왔다!! 갑자기 와서 놀랬지? 껄껄

천상 : 헉.. 아버지가 왠일이에요

아버지 : 응, 아들이랑 오랜만에 술한잔 할라구 면회왔지!!

천상 : 저 군인인데 어떻게 술을 마셔요..

아버지 : 응? 면회오면 잠깐 밖에 나가서 술한잔 할수있는거 아니냐? 옛날엔 그랬는데

천상 : 요즘엔 안그래요..

아버지 : 허허..참... 그럼 다시 가야겠네.







결국 이날 아버지는 산골 오지에 있는

내가 근무하는 이 부대까지 오느라


새벽부터 4시간동안 차를 타고 올라오셔서

나와 식사한끼 못한 채

다시 집으로 돌아가셔야했다.



아쉬운 마음에 안그래도 좁아진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위병소를 터벅터벅 걸어가시던

아버지의 모습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천상 : 아버지, 언제부터 이렇게 혼자서 술드셨어요?

아버지 : 응? 난 늘 혼자 마셔왔는데... 뭐 아무렴 어떠냐 한잔 하자

천상 : 네...







난 지금까지 아버지께서 이렇게

외딴 식당에 혼자 앉아

술을 드시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본적이 없었다.

왜냐하면.. 아버지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버지께서는 내가 * 않는 곳에서

늘.. 이렇게 혼자 계셨던 것이다.







아버지와 술잔을 부딪히면서..



천상 : 아버지.. 죄송해요..

아버지 : 응? 뭐가 죄송하다는거냐..





아버지와 술잔을 부딪힐 때

한쪽 손가락이 잘려버린 흉측한 아버지의 손을

아주 오랜만에 보게 되었다.




아버지께서는 내가 태어나고 나서

없는 형편에 좀더 나에게 풍족하게 먹이고 입혀주고자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자동차 수리일을 하시다가

불의의 사고로 한쪽 손가락을 잃어버리셨다.



그래서..

술잔을 쥔 아버지의 손 모습이

아무래도 이상해 보일 수 밖에 없었다.



천상 : 아버지, 손가락 하나 없는데 불편한거 없어요?

아버지 : 손가락 하나 없이산지 20년도 더됐다. 이젠 익숙해.

천상 : ..........

아버지 : 아들, 내일도 일해야 되는데 이만 집으로 갈까?



천상 : 많이 취하셨죠? 제가 부축해드릴게요.

아버지 : 캬캬.. 오늘은 취해도 부축해주는 사람도 있으니 세상이 다 내것같군!




술에 취한 아버지를 어깨동무를 하여 부축하며

'아버지가 이렇게 작은 체구였구나...' 하는 생각에

또다시 가슴 한켠이 뭉클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이 작고 작은 아버지를 옆에두고

나혼자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아버지.. 이젠 제가 옆에 있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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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을 앞쪽에서 사랑해주시는 어머니가 계시다면

보이지 않는 뒷쪽에서 받쳐주시는 아버지 또한 계십니다.




아버지 = 돈이나 벌어다 주는 기계

라는 공식을 무심결에, 무의식중에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고 있진 않았는지

한번쯤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세월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버지의 어깨가 축 처지는건

그만큼 저희들이 아버지의 어깨를

힘들게 짓눌러서 그런게 아닌지 생각이 되네요.






아버지,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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