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윽. 오빠! 나 추워.. 학교 5년째 다니는 것이 그렇게 죄야? 왜 아무도 안믿어? 너무 힘이 들어서 술 한잔 마시고 싶은데 왜 세상이 나를 가만 안둬? 이러다가 삶에 지치고, 나를 믿어주지 않는 술집 주인, 즉 사람에게 지쳐서.. 세상을 떠나기로 결심하면 난 귀신이 되어 떠돌겠지? 피를 철철 흘리며 나타날지도 몰라. 난 그러고 싶지 않은데 흑.."
여고생의 연기는 대단했다-_-;
정말 울 듯한 표정이였다.
아니 눈에는 정말 눈물이 글썽거렸다.
하지만 과연 주인이 속아 주실까?
나는 설마 하는 표정으로 바라봤고,
여고생의 연기는 먹혔다;
주인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 거리고 있었고,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정말 20살 넘은거 맞아요?"
"네. 그럼요. 왜 아무도 안믿어주는건지.. 속상해서 가슴이 아프네요.. 저러다 죽으면 정말 귀신되어서.."
속는 아주머니의 모습에 어느새 나도 연기를 하기 시작했고-_-;
결국 우리는 술집에 들어가 술을 마실 수 있게 되었다.
그 후에는 잘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또 술을 마시면서 필름이 끊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마디만은 유독 기억에 남아있다.
"아저씨. 몇살이야?"
"나? 26살."
"와. 젊네? 내가 19살이니 누나라고 불러."
"왜 서열이 그렇게 되는 거냐?;"
"여고생 가라사대! 1장에 보면 여고생은 누나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적혀있어."
여고생 가라사데는 뭐야?; 그런 책도 있나?
나의 고민과는 달리 너무나 당당하게 쳐다보는 여고생.
귀엽게 억지를 부리는 여고생의 모습에 결국 내가 누나라고 불렀던 것 같기도 하다;
"아저씨. 내가 왜 처음 보는 남자랑 술 마시러 왔는지 궁금해? 그냥 오늘은 너무 힘이 들어서 그랬어. 아니다. 아주 조금 힘들어서 그래. 웃기게 꼰대가 자기 마음데로 나를 결혼 시킬려고 하잖아. 내가 나이가 몇살인데? 이제 19살이라고. 가출 해봐야 잡힐테니 야자 땡땡이 치고 이러는거지. 그렇다고 날라리나 이런건 아니야. 오해하지마. 나 처럼 이쁜 날라리 봤어? 헤헤."
어깨까지 내려오는 비단결 같은 생머리.
그림을 그린 듯한 큰 눈동자.
아이돌 스타 같은 여고생의 얼굴.
날라리 같은 분위기는 아니였다..
얼굴로만 보자면..-_-
하지만 이마에 붙어 있는 반창고와, 손을 감싸고 있는 붕대가..
너는 참 도덕;적인 학생은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그렇다고 "넌 올바른 날라리 같아." 라는 말도 할 수 없었다.
웃으며 빈 소중병을 잡고 있는 여고생을 봤기에-_-;
"에이. 분위기 칙칙해. 이제 아저씨 얘기 좀 해봐? 웅? 웅?"
그 기억 이후로 필름이 끊겼다. 잠에서 깨어나니 아무도 없었다.
마치 처음부터 혼자 술을 마신 것 처럼.
그리고 나의 손에는 쪽지가 쥐어져있었다.
흐릿하게 입술 자국이 찍힌 체.
- 아저씨. 차비 없어서 만원만 들고갈께. -
여고생의 귀여운 모습이 떠오르며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 만원정도야 뭐, 나는 웃으며 지갑을 열었다.
그리고 그곳은 다이어트를 하는 듯,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아마 술값을 내고 딱 만원이 남아 있었나보다-_-
결국 나는 한숨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서다 그때야 알게 되었다.
나는 술집앞에 버려져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쳐다 보고 있다는 것을-_-;
- 도망 -
"어디야? 아. 빨리 안와?"
친구가 약속 시간에 늦자 통화하는 목소리에 짜증이 묻어 나왔다.
하여튼 이놈은 약속 시간을 어길려고 사는 놈이였다.
담배를 피며 길거리를 바라보던 그때였다.
갑자기 나의 앞에 한 인영이 나타난 건.
"허억. 허억."
나는 놀란 심장을 달래며 갑자기 나타난 사람을 쳐다봤다.
어디서 본 듯한 여고생.
예쁘장하고 귀여움이 가득한 여고생.
큰 눈을 동그랗게 뜬 여고생.
그때 그 여고생?
반가움도 잠시 여고생의 표정에 이상함을 느꼈다.
호흡을 거칠게 내뱉으며 무언가 망설이는 듯 한 여고생은 나에게 다급히 작게 속삭였다.
"잠깐만 실례."
"?"
그 순간이였다.
여고생이 나에게 와락 안긴것은..
그와 함께 나의 몸을 돌리는 여고생.
포옹을 하면서 나의 몸이 여고생을 가리는 형국이 되었다.
너무나 갑작스런 일이라 나는 경직했다.
굳어버린 얼음처럼 여고생을 바라보며 그렇게 정지되었다.
그때였다. 우르르 거리며 몇 남자들의 목소리가 들린것은.
"아. 놓쳤어. 어디로 간거야?"
"젠장. 일단 흩어져서 찾아."
여고생의 갑작스런 행동의 이유는 저 남자들 때문이였다.
남자들의 목소리가 더이상 들리지 않자 포옹을 푸는 것을 보니..
여고생은 나를 바라보며 기운이 다 빠졌는지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았다.
치마를 입었으면서 다리를 저렇게 벌리다니. 요즘 여고생들 정말.
너무 고맙다-_-;
잠시 호흡을 고르더니 강아지처럼 혓바닥을 내밀며 나를 올려다보는 여고생.
"아저씨. 또 만났네?"
숨차 보이지만 환하게 웃는 여고생.
무슨 일이냐고 물을 사이도 없이 여고생은 나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대형마트를 바라보는 여고생.
"아저씨. 나 맥주 사줘."
속으로 이게 또 술? 생각이 들었지만..
마음과는 다르게 나는 여고생을 졸졸 따라 가고 있었다..-_-
한손에 맥주 한캔씩을 들고 강물 앞 공원에 앉았다.
강물을 안주 삼아 술을 마시던 나는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그런데 너 왜 도망다녀?"
"어? 아. 원x교제."
"그, 그랬구나."
"당황하기는. 아저씨 진짜 순진하다?"
나를 바라보며 베시시 웃는 여고생.
"그냥 그런 일이 있어. 알면 다칠지도 몰라."
여고생은 살짝 웃으며 장난기 어린 협박투로 말했다.
어차피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기에 나 역시 곧 생각에서 지웠다.
하지만 생각과 눈은 별개였고 그 말을 들으니 여고생의 몸매가 눈에 자꾸 들어왔다.
귀여운 외모와는 달리 잘빠졌다고 말할 수 있는 여고생의 몸매.
나도 모르게 여고생의 가슴을 심각하게 쳐다봤나보다.
여고생이 살짝 웃으며 말하는걸 보니.
"아저씨. 왜 그렇게 쳐다봐? 왜 나한테 관심있어?"
"어? 아니 그게 아니고."
"하긴 내 가슴이 이쁘지? 비밀인데 안은 더 이쁘다?"
여고생의 말에 나의 얼굴은 순식간에 붉어졌다.
나도 모르게 상상을 해버렸기에.
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여고생.
대한민국의 남자로서 이런 여고생은 정말,
친해지고 싶다-_-;
여고생은 곧 자기도 무안한지 웃으며 말했다.
"농담이야. 내가 무슨 공주병도 아니고."
"괜찮아. 나도 스스로 잘생긴 편이라 생각하니."
"아저씨.."
"엉?"
"재수없다?^^;"
-_-
그냥 웃자고 한 것인데;
이런저런 얘기와 농담을 하며 술을 거의 비워갈때였다.
갑자기 남자들의 웅성거림이 들렸다.
그와 함께 다급히 일어나는 여고생.
"아저씨. 인연 되면 다음에 또 봐!"
여고생을 불렀지만 이미 저 멀리 달려가고 있었다.
광랜 엑스피드;도 저리 빠르지는 못할 것이다-_-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몇의 남자들도 함께 달렸다.
그렇게 여고생은 궁금증을 남기고 사라졌다.
멍하니 여고생이 떠난 자리를 보던 순간.
전화가 울렸다. 그 순간 친구와의 약속이 생각났다.
나는 다급히 친구와 술 약속을 생각하며 뛰었다.
- 재회 -
"화이팅!"
면접장을 눈 앞에 둔 후, 심호흡을 크게하며 굳은 결심과 함께 문 손잡이를 뒤틀었다.
스르륵. 문이 열렸고 근엄한 면접장의 분위기가..
"이 새x가 지금 장난해? 아주 내장을 엮어버릴라."
"행님. 그냥 저한테 맡겨주세요. 이 아름다운 새x를 기냥."
-_-
내가 잘못 들어온 것인가?;
나는 다급히 확인을 하기 위해 둘러보았다.
하지만 분명히 여기가 맞았다. 그런데 이건 왠 조폭분들이..
분명 친구놈은 경호원을 뽑는 자리라고 했는데.
나는 다시 눈을 비비며 정면을 바라봤다.
방안의 광경은 당황스러웠다.
나처럼 면접을 보러 왔는지 한 남자가 가운데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탁자에 세명의 남자가 앉아 있었다.
심사관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불량하신; 세명의 남자는, 서 있는 남자에게 뭐라하더니 곧 내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