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11~13

LYNL 작성일 07.11.12 12:4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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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 #11

철이: 엄마가 내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하하 내 모습이 그렇게 초췌해
      보였나요?  변소 뒤에서 밖에서 가져온 담배맛을 보았습니다.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연기를 뿜으며 앞으로의 생활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습니다만 잘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하하 그녀. 그녀와는 인연이 없나봅니다.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지금은 참 그립지만 말입니다.

 

민이: 어제 생일이 지나갔기 때문일까요? 오늘은 기분이 또 다르군요. 이제 엄연히
      저도 성인이니깐요.
      날씨는 오늘따라 더 춥습니다.
      그는 지금 무얼 할까요?
      어제 생일날 그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보았는데
      훗, 그와의 인연의 끈은 맺어질까요?
      내 맘에 품고 계속 그리움이란 단어를 새기고 있으면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철이: 나이는 비슷한 놈들인데 왜 그렇게 높아 보일까요?
      고참들에게 전입신고를 하는데 많이도 떨렸습니다.
      서러운 일도 많이 당하고 아니꼬운 일도 많이 당했지만 군대생활은 그렇게 힘들지
      만은 않았습니다.
      여기는 문산이라는 곳으로 내가 몸담은 곳은 30사 기계화부대였습니다.
      곧 봄이 오면 이렇게 춥지만은 않겠지요?


민이: 얼마 안 있으면 새학년이 시작될텐데 그의 모습은 정말 우연으로도 만나지지
      않았습니다.  혹시 그가 어디 멀리 여행이라도 갔을까요?
      그의 기억은 뚜렷한데 모습을 그려내기가 점점 힘이 들고 있습니다. 잊혀져가는
      건가요?

 

철이: 하하. 자대배치 두달만에 내 후임병이 들어왔습니다. 진짜 신납네다.
      내가 어떻게 보이냐? 예! 하늘처럼 보이십니다.
      하하. 그렇지. 고참들이 장난치자며 짝대기 하나끼리 잘 논다 그럽니다.
      고참님들도 느껴보시지 않았습니까? 내 밑에 누가 있다는 거 그 기분 좋군요.
      앞으로 내 널 키워주마.

 

민이: 신입생들이 우리 동아리 신청을 하지 않아 걱정이었는데 이제 열명을
      넘겼습니다.
      제 위치가 높아졌습니다. 신입부원들이 귀엽습니다.
      이제 동아리 방에서 저도 인사를 받습니다.
      항상 인사를 하며 동아리 방을 들락거렸는데 이제 나도
      '선배님 안녕하세요.' 그런 인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호호. 나보고 꼭 선배누나라 부르는 남자후배가 하나 생겼습니다.
      그래 내 특별히 넌 잘 봐줄께.
      어찌 보면 그하고 분위기가 비슷합니다.

 

철이: 나도 이제 얼마 안 있어 짝대기 두개가 됩니다.
      후임병도 세명이나 됩니다. 내 짬밥이 하루하루 푸짐해 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편지는 화장실에서 숨어서 씁니다.
      오늘은 부모님께 편지를 썼었습니다. 그리고 자전거 타는 놈한테도 편지를
      보냈습니다.
      부모님 말고 군대갔다고 편지 보내준 놈은 그래도 친구라고 그놈 밖에 없습니다.
      바깥 세상의 소식을 잘 적어보내라며 무릎에 대고 쓴 글씨라 개발세발이지만
      편지를 썼습니다.

 

민이: 오늘 예전에 그에게서 받은 편지를 꺼내 읽어보았습니다.
      그의 마음속에 그려진 내 모습이 참 곱게도 적혀있습니다. 내 마음속 그의
      모습처럼...  그런데 그의 모습은 몇 달째 보이지 않습니다.
      곧 여름이고 또 방학이 찾아 올 것인데 그는 도서관에서도 캠퍼스에서도 보이질
      않습니다.   그의 친구가 자전거를 타고 내 곁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때도 그의
      모습은 볼 수가 없습니다. 그 자전거 뒤에 다리를 벌리고 고개를 바로한 채 그가
      타고 나를 지나쳤던 기억이 나를 미소짓게 하는군요.

 

철이: 하하. 드디어 휴가를 나갑니다. 짝대기 두개를 달고 말입니다. 군복이
      자랑스럽습니다.    에이급 군화에 에이급 군복을 입고 부러운 후임병들의 인사를
      받고 아침 일찍 부대를 나왔습니다.
      군복이 조금 덥군요.
      학교는 지금 한창 기말고사 준비로 바쁘겠군요.
      집에 들리지 않고 학교를 먼저 들렸습니다.
      군모로 내려쓰고 눈에 힘을 주며 학교 캠퍼스를 들어섰습니다.
      참 오랜만이군요. 이 캠퍼스 정경이 조금은 낯섭니다.
      하하. 자전거 탔던 놈도 영장이 나왔다는군요. 확 강원도 최전방이나 걸려버려라.
      캠퍼스를 그와 걸었습니다.
      그리고 그리운 그녀를 보았습니다.
      여전히 그녀는 이 캠퍼스를 아름답게 꾸미며 매일 다른이들의 시선을 받았겠지요.
      모자를 더 눌러썼습니다.
      그녀가 이쪽을 한번 쳐다보고는 갔습니다.
      하지만 예전 나와 눈이 마주칠 때처럼 눈길을 이쪽으로 잠깐동안 준 것이 아니라
      찰라의 순간으로 그냥 같이 가던 친구와 웃으며 대화를 하다가 고개를 잠시동안
      돌린 거 뿐이었습니다.
      그리운 그녀의 모습이었지만 지나쳐만 갈 수밖에 없는 내 마음이 여웁습니다.
      그녀가 많이 성숙해져 보였습니다.

 

민이: 다음주가 시험이라 참 바쁘네요.
      친구와 전공 레포트 때문에 복사실로 가다가 그의 친구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의 친구 옆에는 군복 입은 사람이 같이 있었습니다.
      군모 때문에 얼굴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후. 그들이 나를 지나쳐 가고 난 다음 뒤돌아 봤습니다.
      군복 입은 사람의 뒷모습이 그와 닮았습니다.
      혹시 그였을까요? 내가 그 생각을 왜 못했을까요?
      그가 안보이게 된 이유가 군대를 갔을 것 때문이란 생각은 못했습니다.
      그의 친구를 다시 보게 된다면 한번 물어봐야 겠습니다.

 

철이: 휴가를 잘못 나왔습니다. 이렇게 찬밥 신세라니...
      다들 시험 때문에 나를 만나주지 않았습니다. 시험이 끝날 무렵 난 부대로 복귀를
     해야했습니다. 설버라.
      다시 부대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합니다.
      부모님 마음도 아프겠지요. 오늘 부모님과 형과 함께 갈비를 뜯었습니다.
      잘먹고 군대생활 잘 견뎌내라고 하시더군요.
      형은 대학원까지 진학해서 방위산업체에 들어갈 거라고 하는군요.
      한대 맞았습니다. 군대가더니 혀가 꼬부라졌냐고 자기보고 제가 해철이라고
      한답니다.
      자기도 나보고 개철이라고 하는 줄은 모르는가 보죠.
      내일 밤은 부대 내무반에서 보내겠군요.

 

민이: 오늘 시험을 끝마쳤습니다.
      가뿐한 마음으로 캠퍼스를 돌아다니다가 자전거 타고 가는 그의 친구를
     보았습니다.
      때마침 그의 친구가 내 앞에서 자전거를 멈추었습니다.
      담배를 필려고 휴지통 근처에서 멈추어 선 것이었습니다.
      그냥 가서 물었습니다. 깜짝 놀라는군요. 모르는 사람이었으니깐요.
      '계철씨는 어디 갔어요?'라고 물었습니다.
      개철이 집에 있을 거라고 답했습니다.
      '예?'라고 다시 물었더니 휴가 나와 오늘 집에 있을 거라고 하며
      '불쌍한 놈 내일 부대복귀인데 잘 놀지도 못하고...' 그러며 아는 사이냐고
      묻더군요.
      '언제 군대 갔어요?'라고 잠시간 시간을 두고 다시 물어보았습니다.
      작년 12월 22일 갔었는데 몰랐었냐고 그러는군요.
      생크림빵 값은 언제 줄거에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뒤돌아 섰습니다.
      하하. 그랬군요. 그가 군대로 처음 떠나던 날 나는 커피숍에서 그를 기다렸던
      거군요.
      그리고 내 느낌처럼 저번 주에 본 그 군복 입은 사람의 모습은 그였습니다.
      왜 몰랐을까요? 그는 그렇게 편지는 보냈으면서 나한테 말 한마디 없었을까요?
      참 그의 군대 주소나 물어볼걸 그랬습니다.
      그의 친구는 다시 볼 수 있겠죠.
      그가 내일이면 다시 군대로 돌아가겠군요.
      오늘 혹시 그가 학교는 나오지 않을까요.
      저기 벤취가 나보고 앉아가라고 합니다. 햇살은 조금 따갑게 땅으로 쏘아지고
      있습니다


 

우연 #12
철이: 내무반장이 나보고 새로온 소대장한테 인사 갔다 오랍니다.
      씨... 내가 짬밥이 있지. 그래도 할 수 없습니다.
      나보다 3개월이나 짬밥없는 놈한테 경례 부치기가 서럽습니다.
      자전거 타는 친구가 얼마 안 있어 입대를 한다는군요.
      편지를 보니 오늘이 입대일이군요.
      이렇게 더운 날 연병장 돌아보거라~ 하하하.
      그녀의 모습. 그녀는 이 여름 어떤 추억을 남기며 보내고 있을까요?

 

민이: 뒤늦게 가입한 3수생 신입생이 선배와 아는 사이였습니다. 비리입니다.
      우리 기수와 맞먹어라니요. 어떻게 그럴 수가...
      방학이라 그럴까요? 그의 친구의 모습도 보이질 않습니다.
      그와의 인연 정말 끊어질 듯 끊어질 듯 불안하기만 합니다.

 

철이: 새까만 4월 군번들도 애인이 면회를 오고 하는데...
      부모님 한번 오신 것 말고는 아직 면회조차 없습니다. 서럽습니다.
      병장들 사물함 안에는 자기애인들 사진도 붙어 있습니다.
      고참들 연애편지나 대신 써주어야 하는 내 신세여...

 

민이: 날씨가 많이도 덥군요. 그는 잘 지내고 있을까요?
      점점 그를 생각하는 시간들이 짧아지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잊혀져 가는군요.

 

철이: 야. 비다. 비 한번 시원하게 오는구나.
      이런 날은 딱 자기 좋죠. 하하. 너무 옵니다.
      3일만에 햇빛을 보았습니다. 대민 지원을 나갔습니다.
      우유한잔. 맥주 한 병. 그리고 곰보빵.
      그거 받아먹고 5만원 짜리 노가다를 뛰었습니다. 허리가 빠질려고 합니다.

 

민이: 동아리 엠티날짜를 잘못 잡았습니다. 비가 너무 옵니다. 이틀 내내 민박집안에만
      있었습니다.  그래도 작은 이야기들로 즐거웠습니다.
      돌아오는 날 여기저기 벼가 물에 잠겨 쓰러져 있었습니다. 풍년이 들어야
      하는데...   다시 모습을 빛내고 있는 저 햇살을 받고 기분 좋게 자라야 할텐데
      걱정입니다. 저걸 누가 다 세울까요?

 

철이: 날씨가 많이 시원해졌습니다. 임진강 건너 산들은 벌써 울긋불긋합니다.
      친구 녀석은 어디로 배치를 받았을까? 학교는 곧 개학을 하겠군요.
      하하 작년 이맘때는 한 여학생으로 인해 맘을 많이도 떨었지요.
      그 여학생은 지금 무얼하고 있을까요?
      별로 시간이 많이 흐른 건 아니지만 벌써 그녀에게 한 여학생이라고 밖에는
      말을 못하겠군요.
      공유한 기억이 얼마나 될까요. 그 기억의 시간은 이곳에서 생활한 시간에 비해
      너무나 옅기에 이제 지워져 갑니다.

 

민이: 날씨가 선선해지니 잊혀져가던 그의 기억이 뚜렷해지는군요.
      별로 공유했던 시간은 많지 않지만 그의 가을느낌이 가을이 다가옴에 다시
      일어나고 있습니다.
      짝사랑은 영원히 눈감을 때까지 미소짓게 한다더니 맞나봅니다.
      선배누나라고 부르는 후배녀석이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다고 합니다.
      그 맘은 제가 잘 알지요. 소중하게 간직할 수 있도록 내가 힘을 써주어야
      겠습니다.

 

철이: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이제 찬바람마저 붑니다.
       하늘 높은 계절에
       찬바람이 불면
       미지의 소녀와
       그 바람 속에 흩어지는
       낙엽의 울음을
       둘이서 같이 듣고 싶다.
       아직 사춘기일까요. 아니면 이곳이 그런 느낌을 주는 벽지라 그럴까요?
      내 마음이 지금 울립니다. 그녀는 이제 미지의 소녀가 되어 그려지지 못하고
       존재의 기억만으로 아련히 떠오릅니다.

 

민이: 오늘 기분 좋은 찬바람이 불었습니다.
      낙엽들 그렇게 기분 좋게 땅위에 내려앉습니다. 호호 몇 개 주워 사전에
      꽂았습니다.  아무래도 전 가을여자인가 봅니다.
      중간고사를 차분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후후 작년엔 이맘때는 마음을 졸이며 기다리던 강의도 있었는데...
      지금은 전공과목에 지쳐 그런 기분은 들지 않네요.

 

철이: 하하. 고참님 감사합니다. 저녁에 병장 두분이서 빵과 우유를 구해다 생일축하를
      해주었습니다.  어떻게 내 생일인 줄은 알았을까요? 아침에 미역국도 못 먹고
      그냥 지나치나 했는데...
      그래도 우리 고참님들 정이 많으신 분들입니다.
      후임병을 시켜 축하노래도 부르게 해주시고...
       나도 병장이 되면 저렇게 해야겠습니다.

 

민이: 엄마는... 누구 생일도 아닌데 아침에 미역국을 끓여 놓았습니다.
      그래도 뭐 시험도 없는데 잘 먹겠습니다.
      아침은 늦은 시월답게 그의 하늘을 높게 하고 고고한 척 파랗게 물들어 있습니다.
      일본비자를 끊어야 하는데...


 

우연 #13
철이: 11월의 비는 이별이라는 걸 의미한다고 합니다.
       시린 빗소리에 서럽게 단풍들은 모두들 떨어졌습니다.
       제 휴가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왜 난 꼭 휴가 날짜가 대학들 시험볼
       때입니까?
       총이라도 들고 나가 시험 보는 강의실 점령하고 하나하나 불러내어 축가나 부르라고
       할까요?
      


민이: 시간 빨리 갑니다. 대학 이학년이라는 이름도 저물고 있습니다.
       곧 기말 고사입니다. 오늘 그가 오랜만에 떠올려졌습니다.
       그가 이맘때 이름을 밝히고 만나자고 했었죠.
       하하. 그때 만났다면 전 지금 그에게 위문 편지를 쓸려고 가슴저려하고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철이: 조금 지겹습니다. 하하 많이 지겹습니다. 빨리 와라.
      얼마나 지겨웠으면 고참들 다방레지더러 면회오라고 돈 부쳤다가 걸려 두명 영창
      갔습니다.
      그래도 군기가 빠지면 안되지요. 이 나라 파수병인데...

 

민이: 조금 우울한 소식을 들었습니다.
       아끼는 후배, 나보고 꼭 '선배누나'라고 부르는 그녀석이 군대를 간다고 합니다.
       시험도 제대로 끝마치지 못하고 가버린다는 군요. 아쉽습니다.
       뭐하나 사주어야 할텐데...다음에 편지나 써달라고 합니다.
       그래 내 특별히 애인처럼 써주께....
       그는 12월 둘째주가 시작하자 마자 입대를 해버렸습니다.
       그리고 그날 난 기말고사를 마쳤습니다.

 

철이: 야호. 드디어 짝대기 세갭니다. 휴가를 나갑니다.
       '성상병' 이응자 돌림이라 발음하기 힘들지만 참 듣기 좋지 않습니까?
       집에 들렀다가 학교를 갔더니 썰렁합니다. 내 생각대로라면 시험 때문에       
       북적대야 하는데... 하하 작년보다 일주일 빨리 시험이 끝이 났군요.
       이럴 줄 알았으면 나 나온다고 편지라도 보내놓고 오는 건데 그랬습니다.
       아는 애들도 없습니다. 많은 친구들이 군대로 사라져 버렸군요.
       사대앞 벤취에서 자판기 커피에 잠시간의 여유를 가져보았습니다.
       조금 춥습니다. 지나치는 사람들은 적었습니다.
       저 건물 안에 그녀가 있을까요? 돌아갈렵니다.
       버스정류장 앞 하하 꽃집 옆에 레코드점이 생겼습니다.
       내가 조그맣게 바라던 일이었는데... 그러나 지금은 그녀가 없습니다.
       군복입고 꽃을 사기는 그렇지만 장미 몇 송이를 샀습니다.

 

민이: 학교가 한산합니다. 전 지금 휴학원서를 제출하려고 합니다.
       그럴 일이 있습니다. 새학기가 시작되면 전 한국에 없을 겁니다.
       사대를 나오다가 벤취에 앉아 보았습니다.
       누군가 앉았다 간 모양입니다. 벤취바닥이 그렇게 찹지가 않습니다.
       얼마 있으면 이곳과도 당분간 이별이겠군요.
       버스정류장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레코드점에서 음반을 하나 샀습니다.
       밖으로 들려오던 음가락이 너무 좋았거든요.

 

철이: 이번 휴가도 별 의미 없이 보내버렸습니다.
       이번엔 그녀의 잠시간의 모습도 느끼지 못하고 부대복귀를 해야하는군요.
       이번에 들어가면 8개월입니다. 막막합니다.

 

민이: 후배에게서 편지가 왔습니다. 내일 자대로 배치 받는다는 군요.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군생활이 시작된답니다.
       추운 날씨에 고생이 많겠다. 배치받고 다시 편지를 보낸다는 군요.
       그 편지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철이: 하하 후임병이 들어왔습니다. 그것도 우리학교 후배이군요.
       하하 내 특별히 넌 잘 봐주마. 이래봬도 내가 실세야.
       나중에 그 녀석만 따로 불렀습니다.
       "무슨 과냐?"
       "일교과입니다."
       "엥? 너 혹시 구이학번에 소수민이라고 아냐?"
       "예, 압니다."
       "알어? 어떤 사이냐?"
       "애인 사입니다."
       "뭐? 박어?"
       "아닙니다. 그냥 친한 선배누나입니다."
       "원위치! 진짜?"
       "예 저한테 애인처럼 편지 보내주기로 약속했습니다.
       동아리 활동도 같이 합니다."
       하하 이런 일이... 그녀와는 뭔가 인연의 끈이 매듭지어지지는 않지만
       끊어지지는 않나 봅니다.그래 알았다.
       오늘따라 그녀의 모습이 내 머리 속에 잘 그려지는 건 무엇 때문일까요?
       용기를 내어 나도 오랜만에 그녀한테 편지를 썼습니다.
       아실런지 모르겠지만... 후임병 녀석이 그녀한테 보내는
       편지봉투에다 같이 넣었습니다.그녀가 나한테 답장을 보내줄까요?

 

민이: 드디어 오늘 일본으로 떠납니다. 바빠서 학교를 가* 못했습니다.
       후배녀석한테는 미안하군요. 나중에 학교로 편지 보내어 주소를 알게되면
        일본서도 보낼 수 있는 거니까.
       내가 태어난 내 나라여. 반년동안 안녕.

 

철이: "야! 편지 왜 안 오는 거야?"
       "꼭 보낸다고 했습니다."
       "혹시 너 구라친거 아니야?"
       "아닙니다. 제가 누구와 닮은거 같다며 저를 얼마나 좋아했는데요."
       "그래? 너 연예인 얼굴하고는 거리가 먼데?"
       "그래도 사회에 있을 때는 잘 나갔습니다."
       "박어! 난 사회에 있을 때 잘 나갔던 놈들을 격멸해... 원위치.
       내가 네가 보낸 편지에 내편지도 같이 넣었다고 불만이지?"
       "아닙니다.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소수민이는 누군가?"
       "예. 이쁘고 착한 여자이며 성상병님의 애인이십니다."
       "그래 군발이는 그렇게 기가 들어있어야 하는 거야 임마."
       근데 진짜 편지는 왜 안 오는 겁니까. 제가 괜한 짓 했습니까?

 

민이: 일본에서 생활들은 힘이 듭니다. 말은 알아듣겠는데
       하지는 못하겠습니다.
       컵라면 하나에 500엔. 우와 한국 돈으로 4000원입니다.
       물가가 정말 높았습니다.
       선배 오빠들이 뽀르노 테잎 좀 사오라고 했는데 그런 곳은
       눈에 잘 띠지 않습니다.
       아르바이트라도 해야겠습니다.
       오늘은 동아리 방에다 편지를 썼습니다.

 

철이: 편지보낸지 석달만에 신이병에게 편지가 왔습니다.
       신이병은 제 후배놈이지요.
       편지봉투가 이상합니다.
       "야 이 편지봉투는 테두리가 알록달록하냐?"
       "해외에서 온 편지라 그렇습니다."
       "누구한테 온 건가? 왜 일어로 되어 있냐. 기분 나쁘게."
       "수민이 누나한테서 온 겁니다."
       "정말? 근데 왜 해외에서 날라왔냐?"
       "읽어보겠습니다."
       안녕 미안해 빨리 편지 보내지 못해서 네 편지는 받아* 못했어.
       네 부대 주소는 동아리에서 보내준 편지에서 알게되었어....
       "그만. 10분간 박고 난 다음 읽어."
       흑흑 그녀가 그럼 제 편지는 못 봤겠군요. 참 설레이며 쓴 건데...
       "원위치 계속 읽는다. 실시!"
       여기는 일본이야. 6개월 정도 연수를 떠났어.
       너도 힘내고 군생활 잘해...
       그녀가 일본으로 이사를 간건 아니었습니다. 다행입니다.
       "소수민이는 누군가? 옙! 위대한 성상병님의 애인이십니다."
       병장들이 지랄하지 말라고 합니다. 하지만 저도 이제 조금은
        개기는 짬밥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왜 내 애인의 편지에서 내 이름은 한자도 거론되지 않는가?"
       "시정하겠습니다!"
       "편지지와 편지봉투를 지금 바로 사온다. 실시...."
       "국제 편지봉투는 안 파는데요."
       흑흑... 그녀의 인연의 실은 끊어지지는 않으면서 왜이리 매듭이
       지어지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과감히 이 짝사랑을 포기해 버릴까요?
       그래도 편지는 압수했습니다.

 

민이: 여기서 생활도 육개월이 다되어 갑니다. 곧 귀국할겁니다.
       배운 것도 많고 적극성도 늘었습니다.
       재일 교포 자녀들 국어공부도 시켜주고 다른 아르바이트도 해서
       돈도 좀 벌었습니다.
       호호 한국도착하자 마자 또 외국 나갈 계획을 잡고 있습니다.
       유럽으로 배낭여행이나 갔다와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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