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16~18

LYNL 작성일 07.11.12 12:4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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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 #16

철이: "야! 이 개자슥아. 왜 그래 임마. 아까 그 여학생한테 죄지은 거라도 있냐?
      아니면 네가 짝사랑이라도 하는 여자냐? 그녀를 보더니 왜 갑자기 달아나는데?"
      "그래. 둘 다다."
      "정말? 그래? 너 눈 높다. 주제를 알아라 임마."
      "참네. 예전엔 별로 안 이쁘다고 그랬잖아. 하기야 군발이라 안 예뻐 보이는 여자가
      어디 있겠냐?"
      "내가 그랬냐? 그렇게 말하니 눈에 익다. 언젠가 나하고 말도 한 것 같은데..."

 

민이: 그는 부끄러움이 많은 걸까요? 아니면 나를 좋아하지 않는 걸까요? 그건 아닐꺼에요.
      그가 보냈던 편지들은 점점 애틋한 느낌을 주며 그의 순수한 맘을 느끼게
      해주고 있습니다.
      처음 받았을 때보다 더 말이죠.
      그가 제대를 하고 나면 달라지겠지요?
      호호 내년에 그가 복학을 하면 나와 같은 3학년이겠네요.
      나도 내년에 복학을 할거니까 말이에요.

 

철이: 또 부대 복귀할 날이 이틀밖에 남지를 않았습니다. 도서관이나 가볼까요?
      자전거친구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당구나 치자고 합니다. 그래.
      당구를 치다가 녀석이 뭔가 생각났던 모양입니다.
      시간 겐세이를 엄청 하는군요.
      아 맞다. 오늘 도서관 휴게실에서 그녀를 봤다.
      누구? 빨리 쳐 임마.
      그 네가 짝사랑한다는 여학생 말이야.
      그녀가 도서관에 있대?
      응. 어떤 남자하고 있던데... 쭈글하고 이상하게 생긴 남잔데 선밴가봐.
      뭘 상담하더라. 뭘?
      얼핏 들어서 자세한 건 모르고 그녀가 남자친군가?
      좋아하는 남자가 있다고 하던데...
      뭐 그도 자길 좋아하는데 반응이 없다면서 자기가 어떻게 할까?
      물어보던데. 안됐다 너. 불쌍한 놈.
      뭐. 좋아하는 남자가 있을 수 도 있지. 난 그냥 짝사랑이야 임마.
      말은 그렇게 했지만 기분이 이상합니다.
      꼭 내 맘을 어떤 놈한테 뺏긴 것 같습니다.
      이겨가던 당구도 패하고 말았습니다. 복귀하면 잊혀져 가겠지요.
      하하. 흑흑...

 

민이: 오늘도 도서관을 왔지만 그는 * 못했습니다. 아마 부대복귀를 했나봅니다.
      우리과 남자선배와 휴게실에서 커피를 마셨습니다. 참 웃기게 생긴 선배입니다.
      하지만 여학생들?錤?인기가 있는 선뱁니다.
      말도 재밌게 하고 다정한 면이 많거든요.
      같이 앉아서 얘기를 좀 했지요.
      그냥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남자친구 얘기가 나오게 되었고 그가 생각이나 몇
      마디 물어보았지요.
      나도 그를 좋아하고 그도 나를 좋아하는걸 아는데
      우리는 아무 사이도 아니고 심지어 몇 마디 대화도 못 나눈 사이라고 했습니다.
      선배가 끌끌 웃더니 서로 짝사랑하는 사이구만.
      그러면 누군가 손만 뻗으면 되는 간단한 일인데 그게 참으로 어려운게 아쉽다고 합니다.
      맞아요. 잘 아시는군요.
      그래서 또 물어보았습니다.
      '그가 편지를 보내 먼저 손을 뻗었는데 사소한 오해로 그걸 내가 거부했다'고 했지요.
        "간단하네. 너도 편지 보내면 되겠네 뭐."
      호호 그렇네요. 위문편지는 취솝니다. 어떤 내용으로 보내지?
      얘기에 정신이 팔려 몰랐는데 휴게실에 그의 친구가 있었네요.
      그가 혼자 있는 걸로 봐서 그는 부대로 돌아갔나 봅니다.
      그가 나왔다고 한날로부터 열흘이 훨씬 지났습니다.

 

철이: 부대 복귀를 했습니다. 찝찝합니다. 복귀한 거 자체도 찝찝하고 그녀 때문에
      또 찝찝합니다.
      신일병이 반갑게 날 맞이했습니다. 고참들한테 인사하고 보자 잉.
      내가 휴가간 사이 그녀가 면회를 왔다는군요. 또 내 얘기를 했답니다.
      물론 좋은 말했을 리 없겠지요.
      도저히 안되겠습니다. 녀석의 머리를 겨드랑이에 끼고 알밤을 깠습니다.
        "왜 때려요?"
      어라. 나보다 일년이나 짬밥이 없는 놈이 개깁니다. 군대 많이 좋아졌다.
        "좋은 말 많이 해주었는데요. 누나도 성병~장님 얘기 많이 했단 말입니다. 좋게요."
      끝까지 놀리네요. 그래 내가 아들뻘인 너하고 입씨름해서 뭐하겠냐?
     가서 꽃편지지나 사와라.

 

민이: 그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애틋하게 아련하게 그리고 그가 그랬던 것처럼 내 마음속 그의 모습을 그려서 말입니다.
      그가 나에게 보냈을 때처럼 저도 무기명으로 보냈습니다.
      그래도 그가 내가 보낸걸 알 것이라고 믿습니다.
      모를까요? 괜찮습니다. 나도 그처럼 계속 보내면 되니깐요.

 

철이: 끌끌. 빨리도 보냈다. 이렇게 보낸다고 내가 넌 줄 모르겠냐?
      꽤 여자처럼 썼다. 글씨도 예쁘고 뭐 하나 ?すザ側?없구만.
     휴가때 자전거친구가 제의했던걸 실천에 옮겼습니다.
      고참들의 눈초리가 놀라는 빛입니다. 그거 괜찮네요.
      무기명입니다만 그의 군부대 주소는 이미 알지요.
      우표에 찍힌 도장은 희미해서 잘 모르겠습니다. 서울같기도 한데... 아니겠지요.
      편지를 전에 받았던 편지와 같이 놓았습니다.
      하하 녀석이 전에 나한테 보낸 편지가 눈에 띠네요. 글자가 비슷합니다. 녀석이 맞군요.
      신일병한테 뺏은 그녀의 편지의 글자와도 비슷합니다. 더 비슷한 거 같기도
      한데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 네 글씨 하나 만큼은 맘에 든다. 답장은 몰래 써야 겠지요?
      저도 여자처럼 보내야합니다.
      무기명으로 보낼까요? 한때 무기명으로 그녀한테 편지를 많이 보냈었는데
      기분이 새롭겠네요.

 

민이: 새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호호 전 반 백조네요.
      학교는 도서관과 동아리활동 때문에 계속 나갔습니다.
      현석이한테선 편지가 왔는데 그에게서는 편지가 오지 않았습니다.
      현석이의 편지에선 그에 관한 내용이 별로 없습니다. 아쉽군요.
      오늘 또 하나의 편지를 그에게 써 보낼꺼에요.

 

철이: 또 편지가 왔습니다. 저번과는 분위기가 다르네요.
      유치하기 짝이 없습니다. '사랑해요 개철씨...?'
      고참이 다방레지하고 연애하냐고 그럽니다.
      자전거 이 녀석 이름도 자숙이라고 지어서 보냈습니다.
      녀석이 내가 자기보고 자전거친구라 그러는 걸 아는가 봅니다. 자숙이?
      편지를 썼습니다. 전에 보낸거처럼 세련되고 애틋하게 보내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이름도 자숙이라 하지 말고 수민이라고 해주었음 좋겠다고 말했지요.
      아니면 아예 무기명으로 보내든지... 그래도 글씨는 여전히 예쁘군요.
      좋은 부댄가 봅니다. 이제 겨우 상병인 주제에 편하게 내무반에서
      글을 쓸 수 있나 봅니다.
      참 빠릅니다. 좀 이상하기도 하구요.
      어떻게 내가 편지를 보낸지 사흘만에 답장을 받을 수 있지요? 무기명입니다.
      애틋한 내용이군요.
      낯선 마주침도 그것이 계속되면 그리움이리라. 놀랍군요.  녀석이 이런 문장도
      지을 수 있다니...

 

민이: 너무 노니까 재미없네요. 아르바이트라도 해야겠습니다.
      교문앞 레스토랑같은 경양식점 서빙보는 자리가
      하나 있네요. 조용한 분위기가 맘에 듭니다.
      호호. 조용한 게 아니었습니다. 점심때가 되니까 학생들이 참 많이 옵니다.
      볶음밥 드세요. 제발... 또 양식입니다. 한번 세어 봅시다. 메뉴판.
      양식이면 물. 세팅. 수프. 밥하고 고기그릇 두개 들고 가야죠. 후식. 다시 그릇. 후식그릇.
      그냥 차나 음료수만 시키는 사람이 너무 ?윱求? 메뉴.
      차만 갖다주면 끝이니깐요. 한달만 하고 그만 두어야겠습니다.
      오늘은 군에 있는 후배한테 편지를 썼습니다. 피곤해서 글씨가 별롭니다.
      석이 편지에도 그에 대해서 조금 적었습니다. 괜히 그가 보고 싶네요.
      호호 내가 그 사람을 혼내 줄 수 있을까요?
      인연이 닿아 알게된다면 그럴 수도 있겠네요.

 


우연 #17
철이: 신일병한테 편지가 왔습니다. 누구편질까? 의심스럽게 관찰을 했지요.
      녀석이 편지를 숨깁니다. 결국 뺏었습니다.
      편지봉투에는 소수민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햐. 냄새 좋다. 그녀의 향기가 느껴집니다. 녀석이 참 부럽군요.
      편지를 읽어보았습니다. 별 내용 없군요.
      앗 나에 관한 말이 있습니다.
        현석아 너 괴롭힌다던 고참 성병장인가? 그 사람 말 잘 들어.
        그래도 괴롭히면 나한테 말해. 내가 혼내줄테니까. 호호.
      저 녀석이 그녀에게 뭐라 말했기에 편지에 이런 말을 썼을까요.
      무슨 내가 녀석한테 폭력을 행사했다고... 이미지 버렸습니다.
        "신일병 일루와."
        "예."
        "내가 널 괴롭혔냐?"
        "예 그렇습니다."
      어쭈 신일병 이 녀석 진짜 빠져도 너무 빠졌다. 그래서 녀석을 귀엽게 패주었습니다.
      하지만 녀석과 나는 참 친합니다. 녀석도 내가 편하니까 개기는 척 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받아 적는다 실시."
        "예."
        "성병장님은 착한 분이십니다. 절 괴롭히지 않습니다.
        그분은 너무나 마음이 따뜻한 분이십니다. 빨랑 적어 임마."

 

민이: 석이한테 편지가 두통이나 왔네요.
      호호. 그에 대하여 좋게 적혀 있습니다.
      아니군요. 다른 편지에는 앞의 편지는 성병장님의 갖은 협박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썼답니다.
      그가 그렇게 쓰라고 했다는군요.
      석이는 그보고 개철이라고 그러네요. 이런 이름가지고 그러면 안되지요.
      내가 보낸 편지는 그가 다 보고 있으니 그에 대한 내용은 가급적 피해 달랍니다.
      기분이 별루네요. 남의 편지를 훔쳐보다니...
      호호 석이가 그를 좋아하는가 봅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고참이라는군요.
      그가 마음이 따뜻한 건 사실이라고 합니다. .
      이제 석이한테 보내는 편지도 조금은 그를 생각하며 적어야 겠습니다.

 

철이: 수민이한테서 나에게로 편지가 왔습니다. 자숙이 친구 수민이라고 하는군요.
      애틋하게 보내라고 했던 거 때문일까요? '개철씨 애틋하게 사랑합니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장난치나?
      바로 앞에 온 편지는 날 참 감동시켰는데 바로 또 보내온 편지?br>?글씨 빼고는
      볼게 없습니다.
      개철씨 제가 왜 무기명으로 편지를 보내요? 제가 얼마나 잘난 여잔데요.
      무기명으로 보낸적 없어요. 그리고 개철씨가 보낸 편지도 유치하긴 마찬가지에요.
      내무반에서 다방레지하고 연애하냐고 놀렸단 말이에요.
      큭큭... 이런 짓을 계속 해야합니까?
      고참이 내 편지를 읽더니 쿡쿡 거립니다. 뭔가 아는 듯
        "너도 이런 짓 하냐? 차라리 가요책 뒤에 있는 주소에다 편지나 보내지?"
      그럽니다.
      차라리 그게 나을까요?
      편지를 썼습니다.
        저 당신이 사랑하는 계자입니다. 이제 절 잊어주세요.
        편지 주고받기 싫어졌어요. 흑흑... 제 마음도 찢어집니다.
        앞으로 그런 편지 보내면 죽어!

 

민이: 에구 힘들어라. 오늘 과감히 아르바이트를 그만 두었습니다. 다른걸 찾아 봐야지요.
      올해도 가을은 어김없이 깊어만 갑니다.
      가을은 왜 항상 그리움을 가지고 저한테 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여자는
      봄을 탄다고 하던데...
      그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그가 반응이 있다면 석이 편지에 그런 내용이 적힐 만도 하지만 아직 없습니다.
      언제 한번 석이한테 물어봐야 겠습니다. 그치만 석이한테 보내는 편지도
      그가 봐버린다고 하는데...
      가을날 우연히 마주치던 그리운 소녀는 없었나요?
      그곳의 산들이 너무나 아름답게 물들었겠네요.
      내가 누군지 아직 모르시겠죠?
      나에게는 가을날 내맘을 뛰어 놀던 소년이 있었습니다.
      이 편지는 그 소년에 대한 그리움으로 쓰는 거에요.
      이 정도 썼으면 충분히 내가 보내는 줄 알겠죠?

 

철이: 몇 장을 보낸지 모르겠습니다.
      노래책 뒷면의 여자란 여자에게는 다 편지를 보냈습니다. 말년이 되니까 심심하거든요.
      그녀와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면 이런 짓 안해도 될텐데...
      그래도 그녀의 향기는 신일병 때문에 느낄 수 있으니 그것으로 만족하죠.
      짝사랑을 깊게 하면 그 사람의 자그마한 어느 무엇에도 그 사람의 그리움을
      느낄 수 있나 봅니다.
      드디어 편지가 도착하기 시작했습니다.
      머리가 나빠서 누가 누군지 하나도 모르겠지만
      내가 보냈던 편지의 30%정도는 답장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사흘동안 9통의
      편지를 ?br>騁努윱求?
      무기명도 있습니다. 그 무기명의 편지는 낯설지 않은 느낌입니다.
      앞서 자전거 녀석이 보냈던거라 믿고 있는 무기명의 편지와 동일인의 것 같습니다.
      녀석이 계속 편지 보내는 걸까요? 아니면 다른 그 누군가가?
      물론 있지요.
      가을날 우연히 마주치던 소녀가 그리움 되어 내맘에 있습니다.
      그리고 떠날 줄 알았는데 여전히 내 맘속에 자리잡고 항상 가을인양 가슴떨게 합니다.
      무기명이라 답장을 할 수가 없네요.
      그래도 사놓은 예쁜 꽃편지지에다 또박한 글씨로 한자 한자 글을 써내려 갔습니다.
      자전거녀석이 보낸거라면 용서하지 않겠어.

 

민이: 아르바이트 자리를 드디어 찾았습니다.
      학교에 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데 버스정류장앞 고운 음이 들려서 레코드점을
      바라봤지요.
      시간제 아르바이트생을 구한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바로 들어가 신청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습니다.
      음악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남이 아는 건 저도 압니다.
      계절은 늦가을로 가고 있습니다.

 

철이: 십. 구. 팔. 칠. 육. 오. 사. 삼. 이. 일. 얏호. 하하핫.
      내무반 모두들 이 기쁜 날 잠자기에 바쁘군요. 우핫핫.
        "잠 좀 자자."
        "누구야? 감히 이제 제대할 날이 두자리 숫자인 내가 그것 때문에 좀 웃었기로서니..."
        "난 한달도 안 남았어 임마."
        "아. 김병장님이세요. 말을 하지..."
      이제 드디어 제대할 날이 두자리 숫잡니다. 내무반에선 내위로  두명밖에 남지를
      않았습니다. 핫핫...

 

민이: 동아리에서 후배하나가 석이에게 편지쓰는 걸 보았습니다.
      호호 잘됐다.
      후배에게 석이더러 다음에 나한테 편지 보낼 때 그에 대해서 조금은
      적어 달라고 했습니다.
      오늘은 그에게 편지를 써 볼까요?
      날씨가 조금씩 추워집니다.

 


우연 #18
철이: 날씨가 춥습니다. 신일병 녀석이 아무래도 날 감시하는거 같습니다.
        "뭘 째려봐?"
      수민이 누나하고 어떤 관계냐고 좀 진지하게 물어봅니다.
        "장래를 약속한 사이다."
      장난치지 말고 사실을 말하랍니다. 자기가 소개시켜 줄 의향이 있답니다.
      아서라. 제대할 날이 언제가 될지 아직도 깜깜한 녀석이...
      또 그러기도 싫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녀와 난 인연이 있을 것 같습니다.
      잊혀지지 않고, 잊을 만 하면 내 앞에 나타나고... 답장이나 쓸랍니다.
      답장을 해야 할 편지가 많습니다.
      오늘 무기명의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그 편지를 읽을 때 나도 모르게 그녀의 얼굴이 떠올려 졌습니다.

 

민이: 석이한테 편지가 왔습니다. 그에 관한 이야기가 있네요.
      요즘 펜팔편지 쓰느라 참 바쁘신 몸이라는군요. 뭐야?
      조만간 낭패 당할 것 같다고 합니다. 뭘?
      그가 쓴 편지의 내용이 뒤죽박죽이라는 군요.
      자기생각엔 그가 편지지의 이름과 편지봉투의 이름을 다르게 해서 보낸 것도
      있다고 합니다.
      제대 말년이 되면 다 그런다고 하는데...
      석이가 그를 나에게 소개시켜 주었음 하는데 내 의사가 어떤지 물어보았습니다.
      어머머 별꼴이야. 자기보다 그를 먼저 알았다는 걸 석이는 모르는가 봅니다.
      생각은 고맙지만 사양할게요, 후배님...
      그와 인연이 있다면 언젠가는 서로 자연스레 알게 되리라 믿고 싶습니다.
      그는 내가 보내는 편지를 단지 펜팔편지처럼 받고나 있지 않나 걱정도 되네요.

 

철이: 내 밑으로 집합! 어라 내무반 전체가 다 모였어?
      그러고 보니 내 위로 아무도 없네요. 이제 제대할 날이 두달 정도 남았습니다.
      심심하네요. 날씨는 많이 춥습니다. 난 별 할 일도 없어요.
      왜 그런지 펜팔했던 애들이 하나 둘 연락을 끊었습니다. 내딴에는 잘 써서 보냈는데...
      그래도 가장 소중히 생각하는 편지는 계속 옵니다. 일곱통째 받았습니다.
      그 편지는 항상 나에게 그녀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녀가 이 편지를 보냈을까요? 무엇 때문에?
      누군가 고참인 날 위해 수를 쓴거 같기도 하지만 내 맘은 그녀라 믿고 있습니다.
      그럼 됐지요, 뭐.

 

민이: ?br>戀隙?했군요. 벌써... 시간이 참 빨리 갑니다.
      무얼 남기고 가버리는지 시간은 그처럼 나를 횡하니 스쳐지나갑니다.
      음반점 아저씨가 '이제는 크리스마스에 관한 노래를 내보내도 되지 않겠냐?'고 합니다.
      그럼요. 설레이는 한주가 되겠습니다.

 

철이: 시간이 진짜 안갑니다.
      도대체 동지가 지났것만 해는 왜 이리 긴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이 무슨 날이냐?"
        "사회에서는 크리스마스라 부르는 날입니다."
        "그래서 애들이 전부 뭘 읽느라 바쁘군. 나한테 온 편지는 없냐?"
        "없는데요."
        "신일병 너한테는?"
        "있는데요."
        "혹시 수민씨한테서 온건 있냐?"
        "없는데요."
        "너 언제부터 나한테 '~데요.'라고 끝을 맺었느냐?"
        "좀 됐는데요."
        "군바리처럼 해 쨔샤."
        "예! 시정하겠습니다."

 

민이: 우표값이 170원으로 올랐다고 합니다. 전 몰랐었거든요.
      그와 석이한테 보낸 카드에는 종전의 150원짜리 우표를 붙였습니다.
      혹시 못 받지나 않았나 걱정이 됩니다.
      음반점은 크리스마스 때가 대목이라 쉬지를 않네요.
      흑흑 이 좋은날 오후 음반점안에 갇혀 있어야 하다니...
      하지만 실내에 퍼지는 상쾌한 음악이 그런 내 마음을 말끔히 씻어 줍니다.

 

철이: 길고 긴 일월이 갔습니다.
      새해에는 사회에서 다시 학생의 신분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민간인! 군바리의 우상. 민간인... 바로 내가 민간인이 된다는 거 아닙니까. 푸하하.
      신일병 저 녀석 상병휴가 연기 됐습니다. 신상병 안됐네...그려.
      다른 건 다 연기되어도 제대날짜는 연기가 되지 않습니다.
      일주일만 버티자. 말년휴가다.

 

민이: 요즘 그에게 좀 무심했습니다. 한동안 편지를 보내지 않았습니다.
      카드까지 합쳐도 여덟번 밖에는 보내지 않았지요. 그는 나에게 아홉번을 보냈는데
      말입니다.
      복학준비를 하느라 바빴습니다.
      아르바이트는 이번 달까지는 내가 책임지기로 했고 못한 공부도 해야했습니다.
      시간이 참 빨리 갑니다.
      오늘은 그에게 편지를 써야겠습니다.
      그가 곧 제대를 할 것 같네요. 호호 저도 군복무기간이 26개월인걸 알거든요.
      오늘 편지지 마지막에 내 이름?
      적었습니다.
       저 수민인데요. 전 줄 알았어요?
       만나게 되면 서로 아는 척 하기로 해요.
      뭐 이런 식으로 내 이름을 밝혔습니다.
      그처럼 학번하고 과이름은 밝힐 필요가 없겠죠. 그가 다 알고 있는 거니까 말이에요.

 

철이: 하하. 나 먼저 나갔다 오마. 신상병 나 돌아오면 봐.
      짧은 휴가입니다만 그래도 날아갈 것 같습니다.
      엄마가 제대할거면서 왜 나왔냐고 합니다. 너무 하십니다.
      학교를 갔었지만 혹시나 그녀를 볼까하고 간 것은 아닙니다. 복학신청을 해야죠.
      전 남들처럼 군복무 때문에 한학기 이상씩 놀고 그러지는 않겠습니다.
      빨리 졸업하고 놀겠습니다.

 

민이: 어머머. 이게 누구니?
      음반점에 있었는데 참 반가운 얼굴이 들어왔습니다. 석이의 얼굴이었습니다.
        "너 휴가 나왔니?"
        "예. 동아리방 갔더니 수민이 누나는 여기 있다고 가르쳐 주더군요."
        "그래. 이번 달까지만..."
        "이거 정말 누나가 보낸거에요?"
      석이가 나한테 보여준 것은 그에게 보낸 아홉번째 편지였습니다.
        "이걸 왜 네가?"
        "성병장님 제대했어요. 저번 주에... 편지는 병장님 제대하는 날 도착했구요.
        미안해요. 다른 고참이 뜯어 봤어요. 하하. 내가 전해주어도 되지만 직접 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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