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 #24
철이: 그녀가 토를 달아주어 이번 교양수업은 여유를 가지며 수업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강사가 발음이 별로 안좋았군요.
벌써 바람에 나뭇잎 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사대복도에서 혹시나 시간을 죽여 봤지만 그녀의 모습은 볼 수 없었지요.
하지만 그 공간의 두근거림은 설레임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제 그녀와 마주쳐도 예전처럼 마냥 떨기만 하지는 않을 겁니다.
사대의 내리막길을 내려오며 그녀와 마주치면 뭐라고 말할까?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반갑습니다? 날씨 좋죠? 안녕할까요?
"안녕하세요."
내 생각에 그녀가 답을 해주고 지나갔습니다.
자전거 탄 모습이 어색합니다. 저녀석 자전거 뒤에 매달린 저녀석 모습이 참 어색합니다.
그녀는 예전에 내가 그녀를 횡하니 지나쳤을 때처럼 그렇게 모습을 작게 하며
사라져 갔습니다.
민이: 공대 교양수업을 마치고 나왔습니다. 많은 학생들로 산만함을 줍니다.
친구와 난 그 산만함 속을 고요함으로 내려왔습니다. 친구와 오늘은 별로 말을 안했습니다.
교수가 레포트를 내주었는데, 친구가 그에게 또 부탁하자고 했습니다.
왜 그랬는지 그말이 썩 듣기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조금 다툼이 있었습니다.
친구를 먼저 보내고 난 공대로 다시 들어갔지요. 할 일이 있었거든요.
가방에서 편지를 꺼내었습니다.
다행히 공대 편지함은 그의 과와 상관없는 곳에 모여있었습니다.
과이름이 참 다양합니다. 전산과를 찾아서 편지를 넣을려고 했지요.
봉투에 그의 이름이 바르게 적혀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닌데 그 소리에 무척이나 놀랐습니다.
들고 있던 편지도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내 뒤에는 그가 있었습니다.
예전처럼 부끄러운 듯 웃고 있네요. 전 좀 굳은 표정이었지요.
뭐 잘 됐습니다. 어차피 용기가 서지 않아 그에게 직접 주지 못한 것인데요 뭐.
편지를 주울려고 했는데 그가 줍는군요. 풋!
그에 대해서 다시 생각을 해봐야 겠습니다. 자기편지인데...
그렇게 자기이름까지 또렷하게 적혀있는데, 그는 편지를 주워 나에게 주었?br>윱求?
그 편지를 다시 가방에다 넣고 돌아서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수업이 있나봅니다. 급히 계단쪽으로 뛰어가 버렸습니다.
편지는 다시 편지함에 넣어버리면 되지만 그럴 수가 없네요. 김이 샜거든요.
철이: 잘못하다간 수업에 늦겠습니다. 친구와 열심히 뛰었습니다.
당구 라이벌전이 결승까지 가는 바람에 시간이 촉박합니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친구와 저는 열심히 뛰었습니다.
공대에 들어섰습니다.
저는 친구보다는 좀 여유가 있습니다. 그는 강씨고 난 성씨니까요.
친구 뒤를 따라 복도를 뛰었습니다.
낯익고 언제나 그리운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공대편지함이 있는 곳에서 그녀가 무얼 들고 서 있네요. 친구야. 자네 먼저 가게나.
친구는 뒤도 안 돌아보고 뛰어가 버리는군요.
"안녕하세요."
나의 이말에 그녀는 무척이나 놀란 표정입니다. 들고 있던 편지봉투를 떨어뜨립니다.
나는 참 반가운 표정을 지었는데 그녀는 아니군요. 좀 무안하네요.
나를 보는 동그란 그녀의 눈동자를 보며 떨어뜨린걸 주워 주었지요.
그게 뭔지 궁금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습니다. 그녀를 공대내에서 보니 새롭습니다.
예전과 달리 이렇게 말을 건넬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아쉽지만 수업 때문에...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다음 또 뛰었습니다.
학생들이 웃네요. 그럴 만도 하지요. 내가 강의실 들어서자 마자 교수님이
내 이름을 불렀거든요.
가방을 맨 체로 서서 대답을 했습니다.
민이: 그와 며칠동안은 만나지 못했습니다. 이번 주말도 도서관이나 나와야겠네요.
금요일오후는 항상 여유롭지요. 오전수업은 모두 끝이 났습니다. 오후 수업이 있냐구요?
없어요.
너무 안 어울린다.
아직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소녀와 얼마 안있으면 애아빠처럼 보일 것 같은 현철이가
서로 말을 놓고 친구인양 말하는 모습이 어색한 듯 정다워보입니다.
그래 사랑에 나이가 무슨 상관이겠니. 잘해봐라.
저 둘은 나이가 같군요.
안 귀여워. 귀여운척 하지마.
현철이가 그 늙은 얼굴로 애교를 부리며 밥을 사달라고 합니다.
그래. 대신 학생식당이다.
학생식당 테이블에 그하고 같이 앉았습니다
. 기분이 엄청 안좋군요.
여우같은 기집애. 작정을 하고 책을 가지고 다녔었구만.
그만 부탁해. 언제 봤다고... 왜 가만히 있는 애를 건드려요?
철이: 밥은 먹고 당구를 쳐야 하지 않습니까? 당구가 그렇게 좋을까요?
나는 밥을 먹고 가마. 좀 허전하군요. 혼자서 밥을 먹으러 가니까 말입니다.
오늘따라 캠퍼스에 예쁜 여학생들이 많이 보입니다. 그녀라도 마주친다면...
즐거운 상상을 해봅니다.
"안녕하세요. 저 아시겠죠?"
물론 알지요.
학생식당쪽으로 걸어가다 그녀의 친구를 만났습니다.
그녀의 친구는 그녀보다 성격이 개방적인가 봅니다. 그녀의 친구도 참 예쁩니다.
기분이 좋네요.
이렇게 캠퍼스를 거니는 게... 그녀였으면 더 좋았겠지만 말입니다.
"또 레포트를 내 주었어요?"
밥먹으러 간다니까 그녀의 친구가 밥을 사준다고 합니다. 하하. 그러면서 레포트를
부탁하는군요.
그래요 학생식당에서 한 번 봅시다. 교양수업인데 뭐 어렵겠어요.
그녀의 친구는 그녀와 나를 이어줄 수 있는 오작교니까 잘해주어야 합니다.
학생식당 테이블에 그녀와 같이 앉았습니다.
그녀의 친구가 줄 서있는 그녀를 발견하고 그녀 뒤에서 차례줄까지 섰습니다.
그것까지는 좋았는데 그녀가 그 재수없는 놈하고 같이 있었습니다.
'뭘 째려봐 임마. 그래 낯이 익을거다. 늑대같은 놈.'
소녀같이 어려보이는 여학생 옆에 어쩜 저렇게 뻔뻔하게 앉아버리냐.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우헤헤 참 많이도 늙어 보인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그건 결코 니 잘못이니 그러려니 해라.
그 재수없던 자전거녀석은 95학번이었군요. 그녀는 단지 녀석을 후배로서 잘해준거구요.
그녀의 친구가 다 말해주었습니다.
'많이 먹어.'
그런 뜻으로 등한번 살포시 때려주었는데 녀석이 캑캑거리는군요. 불쌍한 표정 지으며
말입니다.
옆에 앉았던 꼬맹이 여학생도 날 원?볜??듯 쳐다봅니다.
그녀는 왜 또 저렇게 쌀쌀하게 말하죠?
"시험공부 안하세요? 남의 것 해줄 시간 있어요?"
"수민씨 것두 해드릴..."
"됐어요."
...흑흑
"알았어요. 사드릴께요."
민이: 괜히 그랬?br>윱求? 어쩌죠. 밥은 다 먹어가고 그에게 말을 걸 건수는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나도 레포트를 내야 하는데 그가 애써 해준다고 말한 것을 다 듣지도 않고 됐다고 했으니...
호호 생각해냈습니다.
"테이프는 언제 줄거에요?"
나의 이말에 그는 갑자기 밥을 먹다가 캑캑거렸습니다. 좀 진정을 하고는 살며시
말을 건넸습니다.
"저... 그 테이프 누구 노래였어요?"
친구는 졸업반이라 바쁘네요. 빨리 가라.
그가 감사하게도 커피를 뽑아 주었습니다. 후배들것까지 애써 뽑아다 주네요.
조금 그와 걸었습니다. 이렇게 그와 화창한 봄길을 걷는 것이 참 좋네요.
걷다가 다정한 어투로 말해 버렸죠.
"제것도 해주시는 거죠?"
"예. 그럼요."
그가 씩씩하게 답을 해주었습니다. 그도 바쁜가 봅니다.
그말을 남기고 얼마후 그는 뛰어 갔습니다. 여전히 그의 뛰는 모습은 귀엽네요.
우연 #25
철이: 표지가 참 멋있습니다. 컴퓨터이해 레포트말입니다. 별로 안 어렵더군요.
이것참 그녀의 학번은 아는데 그녀 친구의 학번은 모릅니다.
어떻게 할까요? 그녀한테만 표지를 해주면 친구가 서운해할텐데...
일요일날 도서관에서 그녀를 만나기로 했습니다.
내일부터 시험기간이라 도서관에 사람이 참 많네요. 자리잡기가 좀 어렵겠는데요. 빈자리가
보이질 않습니다.
하하. 그녀가 저보다 일찍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상하게 그녀의 옆자린 비어 있군요.
인사를 하고 예의상 앉아도 되냐고 물어보았습니다.
"빈자린데 옆사람한테 물어보고 앉아요?"
좀 무안하군요.
그녀의 옆자리에 오랜만에 앉아 봅니다. 이제는 서로 아는 사이입니다. 아직은 단지 아는
사이지만...
민이: 새벽에 학교가는 첫버스를 탄 것 같습니다. 시험기간이니 도서관이 붐비겠지요.
오늘 그하고 도서관에서 보기로 했습니다. 레포트를 받아야지요. 중요한 레포트거든요.
컴퓨터교양은 레포트로 중간고사를 대체했습니다.
호호 내맘은 그게 아니라는군요. 본심은 따로 있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학교로 가는 길의 제과점에 아침빵이 도착했군요.
아침을 못 먹었는데 몇 개 사가지고 가야겠습니다.
도서관에는 이미 학생들이 많이 와 있었습니다. 아직 여섯시도 훨씬 못되었는데...
다행히 그가 자주 앉던 자리와 내자리는 비어있군요. 그는 아직 오지 않은 모양입니다.
자리에 앉아 책을 폈습니다.
도서관 좌석은 점점 학생들로 채워져 갑니다. 그는 나타나지 않네요.
옆자리가 불안하여 내 가방과 책 몇 권을 갖다 놓았습니다.
공부가 될 리 없죠. 그가 나타나는 것에만 신경을 썼습니다.
일곱시가 넘어서 열람실 입구에서 그가 두리번거리며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가 여기로 오기 전에 가방과 책을 치워야 겠죠? 그가 이런 모습을 보면 안 되는데...
공부하는 척 했습니다.
그가 좌석 앞에 섰습니다. 한번 쳐다보았습니다.
그냥 앉으면 되지 쑥스럽게 앉아도 되는지 물어봅니다. 봤을까요?
철이: 레포트를 건네주어야 하는데 그녀는 공부에 열중이군요. 신경이 쓰입니다.
그녀의 친?br>릿?어디에 앉아 있을까요? 그녀의 친구가 있으면 쉽게 말을 걸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위이잉.'
삐삐가 왔습니다. 전 삐삐가 없어요. 그녀의 삐삐가 울렸다는 말이지요.
기회가 왔습니다. 그녀가 삐삐를 보더니 밖으로 나갔습니다.
나도 레포트를 꺼내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녀가 전화기 앞에 서 있네요.
커피를 두잔 뽑았습니다. 그녀가 전화를 하고 나면 내가 이 커피를 그녀에게 줄 것입니다.
친한 사이같이 보이겠죠? 하하.
'야이 기집애야.'
그녀가 수화기에다 대고 터프하게 말을 했습니다.
난 그녀가 전화를 할 동안 옆에서 커피 두 잔을 들고 서 있었습니다.
그녀가 나를 쳐다보는군요.
내 겨드랑이 사이엔 그녀에게 줄 레포트가 끼워져 있습니다.
그녀가 드디어 전화를 끊었습니다.
"잠깐만 들고 계세요."
풋. 그녀가 한잔은 자기 것인지 알았나봅니다.
전 아무말도 안 했어요.
어. 왜 열람실로 도로 들어가 버리죠?
민이: 그가 자리에 앉은 후 도통 말이 없군요.
오랜만에 그와 나란히 앉았는데, 조용한 도서관 분위기 때문인지 그는 말이 없습니다.
내가 먼저 말을 걸어 볼까요? 으으.. 삐삐가 왔습니다. 친구네요. 도서관에 나온다더니...
집입니다.
이제는 나와도 자리도 없는데 삐삐는 왜 쳤을까요? 전화는 해주어야 겠죠.
전화기 앞에 서 있을 때 그가 휴게실로 들어왔습니다. 그가 들고 있는 게 나에게 줄 레포트
같습니다.
나하고 얘기할려고 나온 게 틀림없네요. 호호 그가 커피까지 두잔을 뽑았거든요.
친구는 오후나 되어야 나올 것 같다고 합니다. 자기는 체질적으로나 적성적으로 메뚜기가
좋답니다.
레포트를 받았냐고 물어봅니다. 전화를 끊고 열람실로 들어왔습니다.
뭘 가지러 들어온 것이지요.
호호 그는 내친구에게는 관심이 없나봅니다. 친구의 레포트 표지에는 이름이 없습니다.
흠 그가 아직 내 학번을 기억하고 있었군요.
나도 그가 보냈던 편지를 간혹 읽어보기에 그의 학번을 잊어버리지 않았습니다.
그와 휴게실에서 잠시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철이: 그녀가 열람실로 들어갔던 건 빵을 가지러 간 것이었군요.
아침을 안 먹었을까요? 빵이 세개나 ?br>絳求? 나에게 두개를 주었습니다. 그녀는 하나만
먹어도 된다는군요.
제과점 생크림빵입니다. 맛있습니다. 언젠가 비슷한 맛의 빵을 도서관에서 먹은 적이 있지요.
레포트를 보더니 그녀가 밝은 모습을 짓습니다.
그래요. 제가 정성을 좀 들였죠.
그녀와 단둘이 잠시 공유된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는 친구가 날 보더니 부러운듯한 표정으로 모르는 척 해주고 지나갔습니다. 눈치가 빠르군...
민이: 오늘은 아무래도 일기를 써야 할 것 같군요. 그와 참 오랜 시간 좋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친구는 결국 도서관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점심때는 그가 갑자기 사라지는 바람에 나 혼자 밥을 먹었지만 저녁은 같이 먹었습니다.
아직은 어색한 듯 정다운 말 오고 가진 못했지만 분위기는 좋았습니다.
그가 버스를 타고 갔습니다.
그는 나에게 버스정류장 앞에 있던 꽃집에서 장미 한 송이를 사서 주었습니다.
꽃보다 더 화려한 포장이 한 송이 꽃을 주눅들게 했지만 화병에 꼿히는건 꽃이겠지요.
음반점에서는 포근한 음악이 새어 나옵니다.
철이: 그녀와 이런 시간을 가지게 되는 것을 꿈꾸어 왔는데 조금은 어색합니다.
그녀와 단둘이 저녁을 먹게 되었지만 그렇게 할 말이 떠오르지 않네요.
그녀에 대한 기억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편지얘기를 애써 꺼내지 않았기에
무슨 말을 해야할 지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서 좀 떨었습니다.
그래도 그녀는 잔잔한 미소를 지어줍니다.
어떤 분은 '사랑해. 수민이. 이리와.(신성일 어투)' 이렇게 말하라고도 하지만
그럴 용기 있었으면 편지 보내고 했을 필요가 없었겠죠.
그녀의 모습이 버스 뒷 창문으로 비추어집니다.
이놈의 버스는 항상 짜증나게 날 기다리게 만들더니 오늘은 정말 빨리 와 버렸습니다. 늦게
오길 바랬는데...
한송이 꽃을 든 그녀의 모습이 사라져 갑니다.
음반점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때문에 마음이 떨어올라 그녀에게 장미 한송이 선물했습니다.
혹시나 음악 때문에 테이프내놔라 걱정했는데.. 잘 선물한 것 같습니다.
민이: 시험기간 동안 그를 자주 볼 수는 없었습니다. 그는 매일 도서관을 나갔을까요?
몇 번 인사를 하고 지나쳐지기는 했지만 그도 시험 때문?br>?바쁜가 봅니다.
그에게 줄려고 했던 편지는 그한테 받은 편지와 함께 내 책상서랍 한 곳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겠죠.
시험이 끝나면 그에게 오랜만에 편지를 써볼까요?
흠. 다음주는 축제기간이군요.
내일이면 시험도 끝나고 설레이는 날들이 올 것만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