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의 디아블로

발아콩두유 작성일 07.11.20 21: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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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누나는 심장병이다.

달리는 것은 물론, 걷는 것도 굉장히 힘들어한다.


2001년, 12월,

우리누나는 3개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3개월 밖에 이세상에서 살수 없다는 걸

가족들이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누나는 어렴풋이 눈치챈 듯 하였고,




2001년 1월달 밤,

" 아빠, 나 친구를 가져보고 싶어요,"

.

.

그리하여 컴퓨터를 샀다

달리기는 커녕

밖으로 나갈 수 조차 없던 몸이기 때문에,,

누나는 인터넷이 그 유일한 즐거움이였다.



그렇게 누나는 인터넷에서

맨살클럽에 가입을 했지만,

학교에 다닌 건 옛날이였기 때문에,

친구들의 id를 알 턱이 만무했고,

여전히 외롭기는 마찬가지였다.



누나는 다시 컴퓨터를 멀리했고

그래서 새 컴퓨터의 덕을 본건 나였다.

그 당시 pc 방에서 디아블로를 즐기고,

집에서는 디아블로 모까페에서 놀았다.

누나는 디아블로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고,

내가 까페에 들어갔을 때에는

항상 내 옆에 앉아서 구경을 했다.




누나는 결국 디아블로 씨디를 샀고,

이제 하루 종일 디아블로를 즐기게 되었다.

누나는 까페에 가입을 했다.

누나의 닉넴은, 뛰어....... 였다.

'작명센스하고는'

난 이렇게 놀리고,

그날 밤 이불 속에서 한참을 울었다.




그리고 누나는 까페에 채팅방에서

처음 '라면' 이라는 닉넴을 가진 친구를 사귀었고

그 친구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같이 게임도 하면서 많이 친해졌다.





어느 날, 누나가 나를 불렀다.

'야 너 스타할 줄 알지? '

알고 보니 그 까페에서 사귄 사람들이

전부 디아를 안하고 스타를 하러 갔는데,

그 잠시라도 떨어져있는 시간이

누나는 몇 년 만에 처음 사귄 '친구'라는

존재와의 소외라는 불안함을 안겨줬었나보다.




결국 나는 누나대신 스타를 했고

보통 애들보다 약간 잘하던 내 스타실력 때문에

우리누나는 남-_-자 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누나는 그 후 스타를 연습했고 -_-

결국.....

스타 1000승 300패라는 -_-

여자로* 보기 드문, 스타실력을 갖게 되었다




누나는 의사의 예상을 뛰어넘어

2년 가까이 살았다.

친구를 갖게 된 행복이

병의 진행을 방지시켜서 그랬던 것일까.

아니면 처음으로 친구를 가져서

행복을 느끼는 누나에 대한

하느님의 축복이였을까....





디아블로 -_-;

여자가 하기엔 흔치 않은 게임...

실제로 약 15만여 명이 회원으로 있던 그 까페에서

찾을 수 있었던 여자는 약 3명 정도였다.

한 명은 아줌마 -_-;

두 명은 대학생.

그리고 우리누나..

거기에 있던 사람들은 당연히

나이 어린 우리누나를 좋아 했다.




그리고..

상처가 되는 질문들도 너무 많이 했다.

"학교는 어디 다녀? "

누나는 이 질문을 받고 한참 동안 멍하니 있었다.


어느 날.

누나가 나에게 물었다.

'야, 너는 너보다 나이 많은 여자랑 노는게 껄끄럽냐? '

' 글쎄. 아무래도 동갑이 좋겠지..'

왜 그런가 했더니,

거기서 처음 사귄 친구가 누나보다 한 살 어렸다.



그리고 누나는

혹시 그 친구가 누나를 껄끄러워 할까봐

나이를 속였다.

그리고 친구가 되었다.

' 나.. 얘랑 친구하기로 했어.. ^ ^ '

' 얘는 누나보다 한 살 어린데..? '

' 그렇긴 한데... '

' 누나........ '

' 응? '

' 누나도 영계가 좋구나 -_-; '





그날이후 누나는 밥도 많이 먹고

비록 별로 안 되는 거리이긴 하지만

침대에서 화장실까지 혼자서 걸을려고 노력했다.

그냥 누나는 이 행복함을 즐겼던게 아닐까 생각된다.

하지만...

행복함을 느꼈던건 나였다.. -_-;

여자라고 들어오는 무지막지한 아이템들 ..

누나는 자기는 게임에는 많은 관심이 없다면서

아템을 받고 게임을 할 때는

나에게 게임을 하라고 하고 내 옆에 앉아서 구경을 했다.




하지만 누나는

누나가 옆에서 * 않을 때에는

누나 id로 게임을 못하게 했다.

난 항상 게임을 하고 싶은데

누나는 누나가 없을 때에는 게임을 하지 못하게 했다.

심지어...

내가 pc 방에 가서 게임을 하다 온다고

비밀번호 좀 알려달라고 해도 절대 안 알려 줬다.




그래서 나는 친구에게 물었다..

' 야.. 누나가 어떤 키를 눌렀는지 알 수 있는 방법 없냐.? '

... 지금 생각하면 많이 후회된다..

그래서, 그 당시 많이 유행했던

디아블로 해킹프로그램을 우리 집에 설치하고

누나가 게임을 하기만을 기다렸다.

누나가 게임을 했고....

나는 비번을 알아냈지만 게임을 할수 없었다.





누나의 비번은

dnjfcjrdlek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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