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선]삼국지 개그.. 개그.. 손권편

나카자와유코 작성일 09.05.02 03:4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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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나라의 초대 황제인 손권은 ‘너무 오래 살아 흉한 꼴을 보인

케이스’ 에 속하는 대표적인 인물 중 한 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는 그가 젊은 시절에는 나름 영명한 자질을 보였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점차 독단적이 되고 쓸데없는 집착과 의심이 강해져서

신하들을 함부로 내치거나 불필요한 피바람을 부르는 일이 종종

생기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그 중 유명한 것이 황태자 책립, 즉 후계자 문제였습니다.

 

원래 황태자였던 맏아들 손등이 요절하자 손권은 셋째아들 손화를 황태자로

세웁니다(둘째는 맏아들보다 먼저 사망). 그런데 그러면서도 넷째 아들 손패를

아껴 노왕으로 봉하고 대우를 황태자와 동등하게 하는가 하면, 손화를 폐하려는

듯한 뜻을 얼핏얼핏 보이는 것 같기도 했지요.

 

손권의 이런 애매한 태도는 후계구도를 불분명하게 하여

신하들이 손화파와 손패파로 갈라져 분란이 생기는 원인이

되었기 때문에 많은 신하들이 제대로 정리할 것을 간했지만

손권은 이를 듣지 않고 제 고집만 부렸습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오나라로서는 참으로 아까운 인재 한 명이

휩쓸려서 유명을 달리하고 말았으니, 그가 바로 육손입니다.

 

삼국시대의 오나라에서 뛰어난 야전 지휘관을 꼽아 보자면 육손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겁니다. 그는 연의와 실제 역사를 막론하고 형주

탈취와 이릉 전투에서 크게 활약했을 뿐 아니라 이후에도 여러 번

위나라의 침입을 막아낸 유능한 지휘관이었습니다.

 

육손은 각 장수들의 사병집단 단위로 군대가 편제되는 일이 많았던

오나라에서 이들을 통합한 대군의 지휘를 ‘제대로’ 행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한 명이었지요.

 

바로 이 육손이 고옹의 뒤를 이어 승상이 된 이후 ‘적자와 서자의

대우에 차별을 두어야 한다’ 라며 황태자인 손화에게 확실히 힘을

실어줄 것을 누차 강조했는데, 손권은 이에 앙심을 품은 손패파가

육손을 모함하자 대뜸 그 모함을 믿어버리고는 누명을 씌워다가

그를 추궁했습니다.

 

이에 육손은 너무나 분이 차올라 결국 화병으로 죽어버리고 말지요.

 

일설에는 그 육손이 손책의 사위이고 지위와 권한과 신망도 어지간히

높다 보니 손권이 그걸 영 껄끄러워하다가 기회가 생긴 김에 철저하게

몰아붙여 죽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어찌되었거나, 후계 다툼에 대해서 제대로 방침도 세워두지 않고 제 권위만

살리겠다고 고집을 피운 손권이 당시 오나라 최고의 야전 지휘관인 육손을

화병으로 죽게 만든 셈이니, 이는 말하자면 자신의 권위라는 작은 이익과

맞바꾸어 국방 안전이라는 큰 이익을 잃은 것입니다.

 

그렇게 억울하게 화병으로 죽은 육손을 사람들이 어찌나

아쉬워하였는지, 당시 오나라의 어느 선비는 육손의 죽음에

얽힌 일화를 이런 식으로 기록했다고 합니다.

 

 

쥐새끼가 꽉 막혀서 공(육손)이 저항하니,

교활한 주인은 노하였다. (이에)공이 죽었다.

 

 

삼국지 독자분들은 아시다시피 ‘쥐새끼’란 관우가 손권을 비하하여 칭한

말이었지요. 자국의 황제에게 이웃나라 장수가 붙인 비칭인 ‘쥐새끼’ 라든가

‘교활한 주인’ 이라는 표현을 쓴 것을 보면 손권이 자그마한 이익이나 고집

때문에 오나라 국방의 간성이라 할 수 있는 육손을 죽게 만든 것에 기록자가

얼마나 분개하였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 기록이 알음알음 돌게 되면서 사람들은 무능한 권력자가 자그마한

이익을 탐내어 나라(특히 국방)에 큰 손해를 끼치는 것을 빙 돌려서

비판할 때 손권이 자기 고집을 지키느라 국방의 중심이 되었던 유능한

사령관인 육손을 죽게 만들었던 사건에 분개했던 이 선비의 기록을 종종

인용했다 합니다.

 

또한 후세에는 公이 여러 의미를 가짐을 이용하여 고집 센 권력자가

‘공론의 저항’에 노하여서 ‘공론을 죽여버리는’ 일에도 이 기록의 표현을

종종 사용하였다 하지요.

 

여하간 이 말이 바로

 

 

 

 

 

 

 

 

 

 

 

 

 

 

 

 

 

 

 

 

 

 

 

 

 

 

 

 

 

 

 

 

 

 

 

 

 

 

 

 

 

 

 

 

 

 

 

 

 

 

 

 

 

 

 

 

 

 

 

 

서울공항, 활주로 공사

 

(鼠鬱公抗 猾主怒 公死)

 

-쥐새끼가 꽉 막혀서 공이 저항하니, 교활한 주인은 노하였다. (이에) 공이 죽었다.-

 

 

 

입니다.

 

 

 

용례

A : 일단 짓는 겁니다. 실제로 안전하냐 아니냐는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여하간 법적으로 틀리지 않다고만 하면 문제없어요.

 

B : 누구보다 국방을 걱정해야 될 녀석들이

서울공항 활주로 공사를 하겠다니, 제정신이냐.

 

 

 

 

-절대평범지극정상인-

 

 

 

 

P.S : 저 기록의 ‘쥐새끼’는 어디까지나 손권입니다. 관우가

손권을 쥐새끼라고 한 건 삼국지 독자라면 누구나 아시겠지요.

 

P.S 2 : 아, 물론, 개그 때마다 말했습니다만, 진지하게 들으시면 지는겁니다.(후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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