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맥주마시러 갈래?"
전 (0.35초의)고민끝에 물어봤지만,
그녀는 "아 맥주는 배불러서 싫어 소주먹으러가자." 라고 했더랬죠.
저는 쌩큐베리캄사를 속으로 외치며 역시 허름한 술집은 여자의 매서운눈흘김에
메뉴판이 찢어질수도있으니 전 13층에 위치한 심야의 조명들이 훤히 내다보이는
분위기있는 술집으로 그녀를 데려갔죠.
창가에 위치한 좌석에 앉아 소파에 가방을 두고, 간단한 탕요리와 안주거리를 시킨후
그녀와 전 대화를 했죠.
그리고 안주가 도착하고 술이 도착하자 그녀는 술병을 말아잡더니 손바닥으로 탁탁
치면서 씩웃었답니다.
탁탁
그녀의 손바닥은 마치 소주병부분을 치기위해 존재하는것처럼 느껴졌답니다.
그녀의 주량이 겁이 났어요. 소개팅첫날부터 저런 본격!소주치기쇼를 보여주다니..
전 마음을 굳게 다잡았죠. 여기서 지면 노력했던 오늘하루가 공중분해될테니깐요.
"니 술잘먹나? 나 완전 잘마신디."
술병을 곱게말아잡고있는 그녀의 눈빛은 오늘하루본것중 제일 초롱초롱거렸답니다.
군시절행군도중 땀을 닦다가 무심코 보았던
롯데 오리온별자리가 이렇게 빛났었나 싶었죠.
"그냥. 남들 마시는만큼은 마신다."
전 허세부리고싶진않았어요.그리고 지고싶지도 않았답니다.
그때 제 지인이자
자칭 카사노바 타칭 그저 저스트 쓰레기인 녀석의 조언이 번뜩떠올랐죠.
[과거회상:"여자한테 술먹일려면 게임이 최고야 게임을 해 임마.]
전 소주꼭따리 부여잡고 땡꼬모아 저푸른하늘로뿅뿅뿅이란 게임이 생각났답니다.
어린시절 가위바위보를 통한 시련의 땡꼬싸움은
오늘을 위해 존재한게아니었나란생각이 들정도로 전 긴장이 되었죠.
"게임할래?"
전 소주뚜껑을 살짝살짝말면서 최대한 건전하게보이려 노력하며 말했답니다.
"좋아. 대신 넌 두잔 난 한잔."
맙소사. 지면 두잔이나 먹어야된다니.
분명 대한민국법전에는 모든 국민이 평등하다고 명시되어있을테고.!
국민들은 수십년간 평등을 위해 노력해왔으며 오늘도 많은 톡커님들이
밤낮으로 남녀평등을 부루짖으며 아비규환으로 싸우고있을 이 중요한시기에
이건좀 불공평해! 그럴순 없어! 그럴순 없다고!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질리가 없단 생각에 하기로했죠
전 이쯤말았으면 됬다싶을 소주뚜껑을 아주 반바퀴정도를
마이크로컨트롤로 더 말았버리는 꼼수를 썼죠.
그래요. 나 좀 치사했어요. 그치만 이기고싶었다구요 흙흙.
그리고 애기적에 젖병빨던힘까지 손가락에 집중했죠.
눈을 감으니 전세계아가들의 젖병빠는소리가 들릴정도로 집중했어요.
탁.
소주뚜껑은 맥없이 꺽였지만 날아가진 않았어요.
아 망했다.ㅋㅋㅋㅋㅋㅋㅋ
그녀는 히힛 웃으며 가볍게 그것을 가볍게 날려버렸답니다...
잠시뒤 세번의 결투끝에 세번다 진 저는 결국 소주 6잔을 냅다 마셨지만, 그녀는
단한번도 봐주지 않았어요. 매정하게도요. 그녀가 미워질뻔했답니다.
그래도 다행스럽게도 어찌어찌 취하진 않았어요.
생각해보니 어린시절 맨날 술만먹던 외삼촌이 술을 멀리하셨던 우리아바마마에게
술잔을 까딱까닥거리며 술한잔 합죠?하고 술배틀을 신청했다가
그대로 집에 아이고나죽네 엉금엉금기어갔었던게 생각이났어요.
그렇네요. 나 유전적으로 좀 강했나봐요.
어찌됬든 그녀는 자신의 말과는달리 급속도로 술에 취해만 갔어요.
그녀는 같은 말을 반복하며
취한사람들이 전형적으로 구사하는 자기가 취하지 않았다를 주장했어요.
"나 안추ㅣ했다닉강? 야아. 너. 웃지마아. 안취했어 아 ㄴ취했다고"
그리고 열심히 머리를 양손으로 뒤집어 까댔죠.
그녀의 아름답던 머리카락이 저러단 우리집 돼지똥꾸멍(고양이.암컷.2세)털처럼
되지않을까란 걱정에 테이블위에 소중 세병을 바라보며 후회가 밀려왔답니다.
자기가 아무리 쎄다했어도 여자에겐 조금만 마시게했었어야했는데.
그녀는 그 쓰디쓴 술을 한병정도나 먹었거든요.
쎄다며 ㅠㅠ 니말에 책임을져라구. 져란말이야.
게임때문에 결국 내가 다 마셨잖아 이 여편네야!
란생각도 잠시했지만,
문제는 이여자가 완전히 취하기 전에 뭔가 조치를 내려야 한다는 것이었죠.
당시 그녀는 말이 점점 빨라지고있었고, 혼자서 중얼중얼거리며 손을 이마에댄체
흔들어대고 있었거든요. 그건 마치... 그래요. 티비에서보던 힙합전사같았어요.
우리의 영웅 힙합전사요. 전사를 안붙이면 곤란해요. 붙여주세요.
그녀는 금방이라도 두손을 머리위로 뻗으며 그녀만의 비트를 읊조릴것만 같았기에
전 자리에서 일어나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여기서 랩배틀이 시작된다면 곤란하니깐요. 그녀를 여전사로 만들고싶진 않았어요.
거리에 나오자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서 기분이 좋았답니다. 전 바람을느끼며
시간을 확인했죠. 시간은 11시쯔음이었던거같아요.
"괜찮나?"
그녀는 바람에 날리는 머리를 부여잡느라 바빠보였지만
그래도 다행히 술은 좀 깬것같더군요.
"오늘은 안되겠다. 집에가자. 데려다줄께."
솔직히 음흉한 생각도 들었지만, 곧 고개를 휘휘 저었답니다.
우리는 택시를 타고 안에 탔죠. 그냥 택시번호만 외우고 집에가거나
택시비만 쥐어주고 잘가 해버리면 나야 편했겠지만 요즘 세상이 흉흉하잖아요.
성범죄도 많고. 밤늦게 이런 골뱅이가 된 그녀를 보니 왠지 안쓰러웠답니다.
의도치않게 이렇게 되버린탓에 다음부턴 어떤 여자를 만나도 흥분해서 소주배틀을
하진 않겠다라는 다짐을 하고있는데 갑자기 술에 취한줄 알았던 그녀가
눈을 똥글똥글 뜨고 저를 쳐다보고 있던 것입니다아!
"야. 그냥 집에갈꺼가?"
어? 술..취한줄 알았던 그녀가. 너무도 생생하고 또렷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답니다.
맙소사 제가 어리석었던거에요. 사실 요즘세상에 누가 술한병으로 취하겠어요.
제가 너무 순진했었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