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 처음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한 번 글로 적어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적어야지 하면서도 먹고 살기 바빠 자꾸자꾸 잊어먹다가 갑자기 떠올라 어렵게 글을 적어봅니다.
서태지씨가 무려 몇 년만에 컴백을 하면서 컴백 전에 소격동을 아이유 버젼으로 발표하면서
난리가 났던 거 기억하시나요?
요즘 아이돌 노래는 노래도 아니라며 들은 체도 안하는 어머니가 정말로 오랜만에
한 번 들어봐 하면서 권해준 노래이기도 했습니다.
어머니는 소격동을 들으면 가슴이 아프다고 했습니다.
왜그런가 물어보니 어머니 젊었을 적을 얘기해주셨습니다. (어머니는 올해 환갑이십니다)
어머니가 20대 처녀적 얘기입니다
어머니가 사시던 곳은 부산에서 가장 높은 곳인데 (무슨 동인지는 까먹음)
아무리 비가 와도 침수 걱정이 없는 곳입니다
어머니는 그 때 공장에 일하러 다녔고 버스비가 아까워 그 높은 고갯길을 걸어다녔습니다.
어머니 집에서 한 3-40미터쯤 내려오면 바로 앞에 조그만 파출소가 있었습니다.
집으로 오려면 항상 그 앞을 지나야 되는데
어머니는 그게 싫어서 다른 쪽으로 빙 돌아서 왔습니다.
1분도 안 되어 올 수 있는 길을 근 10분을 빙 돌아서 오신 거죠.
왜 그랬는지 여쭈니 자기 퇴근 시간에 맞춰서 젊은 순경 하나가 늘 앞에서 기다려서 인사하면서
집적거리는 게 소름끼치도록 싫어서 그러셨대요.
이해가 안 갔습니다.
경찰이면 민중의 지팡이로 불리면서 나름 공무원이라 노후걱정도 없고 짤릴 걱정도 없는 직장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그냥 싫은 것도 아닌 소름끼치게 싫다니 참 이상했죠.
그러나 어머니가 말씀하시길
뭘 모르면 그냥 착한 사람으로 보였는데 그게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외할머니 댁이 워낙 작아 외할아버지 할머니, 어머니가 한 방에서 주무셨는데
창이 파출소 쪽으로 나있었습니다.
그런데 밤마다 파출소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더랍니다.
누군가의 성난 고함소리, 두들겨 패는 소리, 끙끙대며 신음하는 소리...
그땐 잘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고 생각하니
어머니 또래 운동하던 (민주화운동) 대학생들이 파출소로 끌려와 맞는 소리였대요.
그럴 때마다 옆에 누우신 외할머니께서
오늘도 또 몇 사람 죽겠구나... 하시던 목소리와
누군가가 고통에 못이겨 끙끙대던 신음소리와 흐느낌이 어머니 귓속을 파고들어
잠 못들게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사람을 개패듯 팬 사람이 다음날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웃으면서
자기한테 친한 척 인사하면서 자꾸 엮이려고 드니 어머니는 너무 소름이 끼쳤다고 하네요.
다행히 어머니가 외할머니한테 하소연하니까
외할머니가 그 자리서 파출소로 뛰어가서 난리를 치셨다고 합니다. (외할머니 용감...ㅎ)
덕분에 그 젊은 순경은 더 이상 어머니한테 알은 체 안 했고 어머니도 맘 편히 집에 오실 수 있었다고 하네요.
하지만 밤마다 들려오는 신음소리는 여전했다고 합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잊은 줄 알았는데 아이유의 소격동을 들으니깐
그 때 생각이 난다면서 아련한 눈빛을 하시더군요....
아주 늦은 밤 하얀 눈이 왔었죠
소복이 쌓이니 내 맘도 설렜죠
나는 그날 밤 단 한숨도 못 잤죠
잠들면 안돼요
눈을 뜨면 사라지죠
어느 날 갑자기
그 많던 냇물이 말라갔죠
내 어린 마음도
그 시냇물처럼 그렇게 말랐겠죠
너의 모든걸 두 눈에 담고 있었죠
소소한 하루가 넉넉했던 날
그러던 어느 날 세상이 뒤집혔죠
다들 꼭 잡아요
잠깐 사이에 사라지죠
잊고 싶진 않아요 하지만 나에겐
사진 한 장도 남아있지가 않죠
그저 되뇌면서 되뇌면서
나 그저 애를 쓸 뿐이죠
출처 - 울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