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시기에 이런 기사가 올라온 것은 둘째 치고,

무척 민감한 문제입니다.

일반인들이 가장 살면서 간과하는 게 있는데, 한국의 의료체계는 공공재라는 겁니다.

모든 의료수가와 병원 운영지침은 국가의 통제하에 결정이 되죠.

병원에서는 사업적 이익을 내는 게 금지이기 때문에, 주주란 것도 존재하지 않으며, 이사진도 모두 월급쟁이들밖에 없습니다.

이익이 나면 모두 병원에 재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의료는 공공재이기 때문에, 모든 국민이 혜택을 받기 위해선 공익이 우선이 되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의료의 질을 유지하는 건데, 그것의 핵심은 교육입니다.

그 교육의 중심은 수련 및 대학병원이죠.

대학병원의 가장 큰 목적은 "최신의 치료와 후학 교육"이기에 환자들은 기본적으로 "교육에 협조한다"는 동의를 하고 접수를 하는 셈입니다.

물론 이건 강제성이 있는 법조항도 아니고,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칙도 아니기에, 어디까지나 협조와 양해를 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병원과 "거의" 모든 의사들은 이 부분을 잘 지킵니다. 예전에는 몰라도 최근에는 이처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특히 산부인과처럼 민감한 곳은 남학생 실습의 경우 제한되는 부분이 매우 많습니다.

가장 핵심에 되는 초음파 등은 애초에 환자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남학생 실습은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곳도 많습니다.

다만 앞서 말했듯이 의료는 공공재이기 때문에 환자들은 공익을 생각해야 합니다.

"최상의 치료를 받는 대신 의료의 질을 유지시켜 후대를 위해 교육에 협조한다"

만약 이것이 싫으면 교육 및 수련병원에 내원하지 않으면 됩니다.

최상의 치료는 받고 싶지만, 교육에 협조하고 싶지는 않다.

물론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이익에 우선이고, 희생은 원치 않겠지만, 앞으로 내 자식, 내 가족들이 받아야 할 의료의 질이 떨어질 것을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문제라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의료를 시뮬레이션과 모형으로 잘 연습하지, 굳이 환자에게 실습해야 할 필요가 있느냐 여쭤볼 수 있겠지요.

하지만 단언컨대 의료는 "임상 경험"입니다. 돌팔이도 명의로 만드는 것이 "경험"입니다.

인간이 백 명이 있으면 모두 다르게 생겼듯이, 몸속도 약에 대한 반응도 백 명이 모두 다릅니다.

이론과 시뮬레이션으로만 공부하라는 것은, 가장 평균이 되는 80퍼센트의 경우에 대해서만 알게 되는 셈입니다.

그것도 완벽하게 공부했을 때만 해당되죠.

나머지 20퍼센트 이상은 반드시 경험 외에는 배울 길이 없습니다.

현장에서 "나머지 20퍼센트를 맞닥뜨리는 것" 자체가 엄청난 경험임을 아셔야 합니다.

또한 나머지 80퍼센트도 이론에서 배운 것은 금방 죽은 지식이 되거나 잊게 됩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것은 거의 평생 동안 잊기 힘들지요.

그래서 더욱 경험이 명의를 만들게 됩니다.

어디까지나 이것은 강제성이 없는 제도입니다.

하지만 의료는 공공재입니다.

마치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면 안 된다는 것처럼, 굳이 지켜야 할 법이나 규칙은 아니지만, 공익을 위해 조금 불편하더라도 쓰레기통까지 가서 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모든 환자가 참관을 거부하게 되면 의료의 질은 현격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요즘 환자들은 참관과 교육 협조를 점점 더 거부하는 추세이긴 합니다.

그 연장선으로 지금 산부인과에선 남자의사가 씨가 말랐습니다.

일반적으로 남의가 수술을 더 잘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제 남의에게 수술받고 싶어도 60대 이상 고령의 할아버지들밖에 없는 실정이죠.

(물론 이건 선입견이긴 하지만, 실제로 환자들은 수술할 때는 남의를 찾습니다. 운전을 남자가 더 잘한다는 것과 비슷한 선입견입니다)

말이 길어졌는데, 한 사람이라도 이 글을 보고, "내 자식과 가족을 위해서, 더 나아가 사회를 위해서" 교육병원에서는 교육에 협조할 마음을 갖게 된다면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