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저와 오락실과의 인생에 인연(3)

pwknai 작성일 06.06.16 03:5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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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내공 : 어중간


그로부터 1년넘게 오락실에 가지 않았습니다. 뭐 한 반년은 아버지의 약속이었다고 하지만

나머진 중3 입시기간이라 갈 시간도 없었죠. 사실 성적이 떨어지긴 했지만 바닥은 아니었고;;

중상위 정도라 그래도 제정신을 차리니 금방 상위로 올라가더군요. 덕분에 고등학교는 1년

장학금 미리 타놓고 가는 쾌거도 이루었습니다.

전 졸업식이 끝나자 마자 오락실로 달려갔습니다. 매일 앞에 지나가면서도 그래도 부모님께

미안해서 간간히 동전을 바꿔주고 있는 아저씨 얼굴 한번 힐끗 보고 버스에 오르곤 했었는데.

부모님께 허락맞고 오락할 용돈까지 넉넉히 받으니 정말 기분이 좋더군요.

오락실에 가보니 아저씨가 어떤 초등학생 꼬마여자애와 점심을 먹고 있었습니다.


" 아저씨~~~ ^^ 저 왔어요! "


아저씨한테 대뜸 소리치고 갔는데, 처음엔 절 몰라보시더군요. 하긴 중 2부터 갑자기 키가 좀

커졌었거든요. 얼굴 크기도 변하고... 그러시더니 아~~~ 하시면서 젓가락을 놓으시고 일어

나셔서 크게 웃으시는 겁니다.


"어이구. 그래... 그 동안 많이 컸네. 몰라보겠다."


반가운 마음에 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딸인듯한 초등학생 꼬마애는 밥먹기 뻘쭘한지

아저씨 옆에 있다가 책가방 들고 그냥 집에 가더군요.

식사하시는데 괜히 방해하는 것 같아서 "아저씨 저 오락 좀 할게요." 라고 말하고 동전을 바꾸

려는데, 오늘 간만에 온 기념이라며 50원짜리를 한웅큼 집어주시는 겁니다.


게임 몇판 하다... 다시 동전 집어들고 와서 동전통에 부어들고 의자하나 땡겨서 아저씨 옆에서

앉았습니다. 사실 너무 오랜만에 와서 아는게임도 없고 목적이 오락은 아니었거든요.

아저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도 했습니다. 오락실 못다니게 해서 밤에 장풍쏘는 꿈도 꾸고 떨어진

성적 올릴려고 기를 쓴거 하며 신나게 이야기 하는걸 아저씨는 그저 허허 웃으시면서 듣고

계시더군요. 아무튼...


그 때부터 또 오락실에 자주 갔습니다. 단, 고등학교때는 생각없이 놀려고 간건 아니었습니다.

뭐, 중학교 때 정신없이 오락만 하다 성적 떨어져 부모님이 쫓아오신 경험도 있기 때문에 최소

제 성적은 유지하면서 간간히 오락실에 놀러 왔습니다.

가끔 아저씨가 볼일을 볼땐 틈틈히 제가 가게도 봐드리고 했습니다. 아. 이 이야기를 깜박

했습니다. 오락실 아저씨... 아주 예전에 부인이 집을 나가셨다고 하시더군요. 딸 한명 있는데,

세살부터인가 혼자서 키웠다고 합니다. 별 일 다 해보다가 정착한게 여태 오락실을 하신다는

거였더군요. 방학때 오락실에서 있을때면 가끔 점심때 그 초등학생 꼬마애가 점심 도시락을

가져다 주는데...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밥하고 반찬을 챙겨서 아저씨 점심도시락을 가져다

주곤 했답니다. 귀엽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해서 가끔 사탕도 사주려고 말을 꺼내보면 성격이

그리 밝은 편은 아닌지 1년 넘게 봤어도 정을 안 주대요. ㅎㅎㅎ ^^

아무튼... 그렇게 즐겁게 지내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더군요. 아저씨께 제대로 인사를 하고

입시기간이니 얼굴 자주 못뵐거라 말씀을 드리곤 고등학교 3학년 4월달이었나...? 아무튼간

학기 시작하고 나서 입시전까지 서운할까봐 딱 두번 인사치레를 가고 공부만 했습니다.

그 때 수능제도가 시작된지 2년째 되던 해라 학력시험과는 다른 엽기문제(라고 불렀습니다.)

라는 소문 때문에 수험생들 무지 긴장했었드랬죠.

입시날이 다가오고... 시험을 치긴 했습니다. 그런데... 솔직한 제 심정으로는 문제자체가

우회전을 많이 해서 그렇지 참 단순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문제는 다른 애들은 어렵다고 하는데

제가 더 불안하더군요. 아무튼, 수능끝나고 부모님과 집안 어른들께 잘 다녀왔다고 인사를

하고 시내에 나왔습니다. 간만에 또 보는 오락실 아저씨... 무지 반갑더군요.

그런데, 미안한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아저씨가 저 수능치는 날인줄 알고 전날 엿까지 사서

아침일찍 학교앞에 오셨었나 봅니다. 그런데 저희 수험생들은 6시에 시외에 있는 다른 고등

학교로 시험을 치러 버스를 타고 진작 떠낫드랬죠. "선배님들! 힘내십쇼~" 란 우렁찬 소리를

뒤로 하고요... 어째 먼가 좀 서운하더라니... ^^ 아무튼. 그래도 엿은 받았습니다. 아저씨가

집에 가서 심심할때 먹으라곤 했는데... 그래도 좀 미안하긴 하드랬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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