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저와 오락실과의 인생에 인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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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결과발표도 한참 남았고...
실제 수능이 끝나면 백수가 따로 없죠. 전국에 11월 중순부터 1월초까지 답이 없는 백수들은
아마도 고3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진짜... 학교는 가긴 가는데 공부할 분위기는 도지히
아니고... 맨날 재탕 삼탕의 비디오도 질리고...
저야... ^^ 당연히 출석일수는 진작 끝났고 간간히 오락실에 갔죠. 가서 아저씨 대신에 가게도
보고 또 오락도 하고요... 이제서야 하는 이야긴데 몇몇 어른손님들 중에는 제가 오락실아저씨
아들인줄 착각하시는 분들도 꽤 되드랍니다. 뭐, 아저씨가 가끔 "그럼~ 우리 아들이나 다름
없지... " 웃으시면서 농담삼아 말씀하시기도 하구요. 생각해보니... 정식으로 제 돈 넣구서
오락한것도 몇번 안되네요;;; 아무튼간~ 아무튼간~ ^^
그렇게 또 한두달 보내다보니 어느덧 대학 합격자 발표일이 나왔습니다. (사실 수능 성적발표
까지 썼었는데, 걍 지웠습니다. 이야기 전개상... -_-);;;
과연 결과는...?
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 ^^
네... 예상과는 반대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성적은 상위권이라 치부했지만, 오락실 가게까지
봐줄정도로 오락실과 친했던 깡촌의 어느 꼬마 한넘이 동네에 일을 냈습니다. ^^
다행이 그 수능제도란 놈이 단순한 암기에 약한 저에게 놀라운 결과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제 이름 석자가 대학발표 다음 다음 날 동네 밖에 붙여져 있더군요. ^^
농담같은데 진짜입니다. ^^
뭐, 학교 메리트는 아직까지 건재하지만 별 전공과도 아닌데 아무튼 시골 촌동네에선 제가
서울에 있는 명문대에 합격했다는게 놀랍기만 한 모양이었죠. (아! 일단 절대 설대는 아닙니다.
걍 거기보다 좀 안 좋은 대학...;;;) 아무튼...
전 ARS로 합격자 발표를 들으며 부둥켜 앉는 부모님의 장단?을 잠시 맞춰준 후, 바로 버스를
타고 시내로 가서 오락실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곤 들어가자 마자
"아저씨! 저 합격했어요!!! "
물론 아저씨는 저보다 더 좋아라 하셨고 벌떡 일어나시더니 동전주머니를 들고는 기계마다
돌아다니며 손님들 앞에 동전을 한뭉텅이씩 놓으시더군요. 우리 아들같은놈 대학 합격했다고
좋아하시면서요.
그때 생각을 해보니 저에겐 아버지 같은 분이 한 분 더 계셨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대학교란 곳에 처음 들어갔습니다. 물론 촌놈이 도시에서 뭐 볼거 있나란 것도 있어서
그렇다치고... 방학땐 다시 오락실에 가서 아르바이트 하다시피 했죠. 사실 오락실 아저씨한테
돈 받기는 처음이었습니다. 근데, 이젠 어엿한 성인이고 남들 일하는 시간에 도와주는 것이니
용돈 하라고 몇푼씩 쥐어주시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처음엔 절대 받으려는 생각이 아니었는데
그냥 여태 아들 용돈 줘본적 없으시다면서 소원풀이?라고 하시길래 어찌되다보니 가끔씩
용돈도 타가게 되네요. ^^.
사실 오락실 봐주는게 걍 가게나 한두번 닦고 동전 묵엇다고 소리치는넘들한테 가서 동전 넣어
주는 일뿐이었죠. 예전엔 동전도 교환했는데 그 시기부터 자동교환기가 있어서 걍 가끔씩
지폐 꺼내고 동전 뭉탱이 집어넣는 일 빼곤 아무것도 할게 없었으니 미안하기도 했죠.
편의점보다 무지쉬웠다고나 할까요...?
아... 한가지 더요.
처음 봤을 때 초등학교 3학년이던 딸이 어느새 중학생이 되서 제가 가끔씩 책을 가져 오라고
해서 공부도 시켜줍니다. 사실 그 때쯤 되니까 사회나 국사는 도무지 생각이 안나더군요;;;
그래도 영어와 수학은 기본은 쫌? 되서 두개만 가르쳐 줬습니다. 오락실에서 뿅뿅~ 소리
들으면서 "아이엠어 보이~ 유아어 걸~" 과외랍시고 한다는것도 웃기더군요. 와... 한 3년을
보고나서 겨우 "오빠... 이건 머예요..." 하는 정도가 대화의 전부입니다. -_- 아주 독종입니다.
지금 시대에 따져보자면 "사랑은 아무도 못말려"란 드라마의 희수 정도로 생각하심 됩니다.
배우 이름은 잘 모르겠고... 생긴거나 성격이 거의 판박이입니다.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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