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내공 : 어중간
시골에 내려와서 제대하고 보니... 할게 없더군요;;; 5월에 제대를 했으니...
뭐, 서울에 가서보니 학교 애들도 많이 바뀌었고... 또 그리 학교생활을 즐기던 놈이 아니었던
지라 친구도 없고 갈대도 없고... 복학전까지 시골에 눌러있기로 했습니다.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군입대 전 코스를 다시 그대로 밟게 되더군요... 처음 아르바이트 시작
한 금성대리점은 어느새 'LG'로 바뀌어져 있었고 대리 한분 빼고 사장님이랑 전직원이 그대로
저를 반겨 주었습니다. 아르바이트지만 근무시간은 정직원처럼 6시반까지 했구요...
오락실은 7시부터 도와드렸죠. 그런데 바뀐게 있었습니다.
그 전하고 일은 똑같았는데... 과외는 하기 싫어지더군요... 뭐, 말년 제대휴가 전까진 하루도
빼먹은 적이 없었는데... 어느순간부터 안가지게 되더라구요. 아저씨도 또 따로 말씀이 없으
셨고...
그런데, 어느날부터 삐삐에 이상한 문자가 오기 시작하더군요. 음성확인을 하면 아무것도
없는데... "0000" 이라는 숫자 네개만 찍혀서 오는 겁니다. 두세번 받을때까진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세번째 받는 날 갑자기 자영이가 아닐까란 생각이 들더군요. 근거도 없고 이유도
없었는데 그냥 자영이란 느낌이 들더군요... 대략 비슷한 시간대에 말이죠.
대부분 의미가 없는 삐삐 문자는 이성간의 메시지라는 걸 얼핏 들었던 기억이 있었거든요...
그리고 사실... 제가 그때까지 연애나 미팅같은 걸 해본적이 없더군요. 저랑 약간이나마 이성
관계라고 한다면 자영이가 전부였으니까요. 지레짐작일 수도 있지만, 이 문자가 정말로 자영
이가 보냈다고 해도 알 방법도... 또 물어본다고 솔직히 대답할 애가 절대 아니란 것만 알고
있었습니다...
한 2~3주간 하루에 꼬박꼬박 받다가... 어느날 자영이가 오락실에 잠깐 왔더군요.
아저씨도 볼일이 있어서 저랑 교대하고 나가시고...
뭐, 자영이가 오락을 하는것도 아니고 저도 카운터를 지키는 판이라 같이 앉아있다가 제가
대뜸없이 기습공격을 했습니다...
"야... 그런데 왜 맨날 삐삐에 0000 이라고 쓰냐? 무슨 뜻 있어? "
아주 밑도 끝도 없는 선제공격을 해버렸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저 그때 큰맘먹고 라스베가스
진출을 했어야만 했던거죠.
전 평소엔 약간 어두워보이는 눈동자가 그렇게 커지는 건 첨봤습니다. 정말 놀랬는지...
목에서 꺼지는 소리를 내더군요. " 어... 어.... " 하다가, 콜록 콜록 기침을 하길래...
' 맞군;;; '
이란 생각도 들고 또 제가 먼저 태연한척 자연스럽게 하지 않으면 안될거 같은 상황이라서...
등 두들겨 주며 "난 무슨 공포영화 찍는 줄 알았다. 초딩이냐? 그런 장난하게... "라며 얼버무
리게 됐습니다. 그런데, 그 때 제 느낌은... 더 어색한 분위기로 사이가 멀어지는게 약간은
무서웠다고나 할까요... ^^
그 다음부터는 장난문자(?)는 안 오더군요. 물론 자영이가 오락실에 오는 횟수나 머무는 시간
도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사실 말도 꺼내기 전에 나가버리는 분위기였죠.
그렇게 며칠이 지나다 보니...
이젠 제가 미칠 지경이 되더군요. -_-...
제 나이도 있고... (그때 23이었죠. 자영이는 18살) 또 환경도 있고... (절 아들처럼 생각하시는
오락실 아저씨...) 그리고... 이상하게 뭔지는 몰라도 아니다... 란 생각으로 꾹 참고 있었는데.
아주 예전부터 자영이를 여자라고 생각했었던 적이 많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각할 정도로 궂은 살림을 잘한다 생각하던 어린시절이 어른스럽게 느껴졌고, 남들 메이커다
엄마아빠다 투정부릴 때 혼자 있는 아버지에게 불평불만 한마디 하지 않고, 제 딴에는 자영이
미모(;;)의 절반도 못 따라오는 애들이 꼴에 남자친구랍시고 데꼬다니는거 보면 항상 자영이와
나도 모르게 비교를 하곤 했었는데... 그게 말로만 듣던 그 유명한 '사랑'이란 거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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