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저와 오락실과의 인생에 인연(8)

pwknai 작성일 06.06.16 04: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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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내공 : 어중간


시간이 조금 지나자... 일단 안되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정을 한다는 것 자체가 바보스럽단 느낌도 들었구요. 저도 그래서 그 유명하다는;;; "고백"

이라는 걸 해보고 싶었는지도 모르죠. 물론 상대가 좀 애매한 위치에 있었지만...

뭐, 사랑엔 국경도 없다란 말도 있잖습니까? ^^ 하하, 진작 들었는데 이럴때 쓰라고 있는말

인줄 첨 알았거든요...;

아무튼... 그날 저녁에 오랜만에 과외하러 갔습니다.


간만에 집에 놀러... 아니, 과외 하러 갔습니다. 아저씬 아직 오지 않으신 모양이더군요...

설겆이를 했던 모양인지 고무장갑도 벗지 않았더군요. (무드깨지게;;;) -_-;;; 네. 알고보면은

저도 이런놈이었습니다.


"공부하자~ "


뭐, 느닷없이 사랑한다~ 내 고백을 받아줘 상황은 아니고;;; ^^ 늘 하던대로 자영이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방안 가득한 베이비로션 냄새가 간만에 반갑더군요.

근데, 진짜 오랜만에 느닷없이 와서 공부하자니 자영이가 약간은 뻘쭘한 모양... 우물쭈물하게

설겆이를 끝낼지... 장갑을 벗을지... 말도 못하고 헤메더군요. 뭐, 저도 만만찮게 당황을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여태 은근히 시키는 분위기였던 오빠(?)였던지라...


"모해... 책 가져와. 저번(약 한달 반 전...; -_-)에 하라는 숙제 다 했어? "


사실 숙제 모 내줫는지 기억도 안났지만, 매일 내줬었고 또 분위기가 같이 헤멜 상황이 아니라

버럭 큰소리로 말을 했죠. (사실 당황하면 제가 좀 목소리가 커집니다.)

우물쭈물 하다 장갑 싱크대에 걸치고 앞치마에 손 닦으면서 오더군요...

그리고 와서 턱~ 앉았는데... 과연 공부가 될리가 없지요. 전 나름대로 큰소리나게 책 넘기면서

어디까지 내가 가르쳤었지...? 지금 진도는 어디냐...? 라고 침착하려 했지만... 작정하고 왔는데

제 목소리가 바이브가 되더군요. -_- 망할... 저 정말 긴장했습니다.

순간, 머리에 꼭지가 서더군요... 그리고 책을 넘기다 말했습니다.


" 야... 너 좋아한다. "


말하고 나니까 지금도 생각나는데 혀가 좀 타는 느낌이 나더군요.

정말 아무말 않고 20초가 지났는데, 옆에서 반응도 않고 고개를 푹 숙인 느낌이 나길래...

저도 좀 뻘줌했지만, 이왕 작심했으므로 죽이되든 밥이되든 밀어부쳤습니다.


" 야... "


대답이 없더군요...


" 나 너 좋아한다니까... "


... 한참후에, 기어가는 목소리로 답변을 하더군요.


" ... 저도요... "

" ... "


이 과정까지 약 2분여의 시간이 지났는데, 아마 전 평생 잊지 못할거 같네요. ^^


" 알았다... "


라는 말과 동시에 전 책을 덮고 일어났습니다. 그리곤, "오늘은 하지 말고 그냥 내일부터 하자."

라는 말만 내뱉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냥 집을 나왔습니다.


혹시... 이거 보시는 분들 중에 자기 심장소리가 귀에 울리는게 느껴지는 경험을 해보신 분

있습니까? 저 제 심장소리 다 들어본적 아마 그때가 처음이었을 겁니다.


"쿵쾅쿵쾅쿵쾅쿵쾅쿵쾅쿵쾅쿵쾅쿵쾅쿵쾅쿵쾅쿵쾅쿵쾅쿵쾅쿵쾅쿵쾅 * 100000000000"


거의 5채널 디지털 서라운드(-_-)로 생생히 들립니다.

와... 진짜 골목길이 볼록렌즈로 올라오는 것처럼 현기증이 나는데, 절라 안 달리면 머리가

하늘로 치솟을거 같더군요. 근데, 일단 사람들 많이 다니는 시간이므로 이성을 차리고 거의

비몽사몽기분으로 집에 왔습니다.

오자마자 바로 뻗고 천정을 쳐다보고 있는데 아무생각이 안 들대요... 그렇게 3시간이 넘게

아무생각없이 누워만 있었는데요. 제 삐삐가 그 때 당시 전문용어(?)로 "캔디삐삐(-_-);;;"

였었는데, 간만에 울더군요. (울리지 않으니 건전지도 거의 석달되야 갑니다. 경제적~)

번호를 보니...


"1.0.0.4"


망할... ^^ 그럼, 여태 1하고 4대신에 0을 두개 더 집어넣은 거였냐??? 란 쓸데없는 웃음

때문에 몸에서 긴장이 풀리더군요.


시간이 저녁 11시가 넘었었는데, 공중전화로 나와서 아저씨네 집에 전화를 했습니다.

뭐, 아저씨가 받으면 그냥 끊어버릴 각오로 했었죠. 근데, 세번이 채 울리기 전에 전화를 받더

군요. 그런데...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 왜... "


네. 저 이런놈이었습니다. 소신에다가 이성앞에서 비뚤어지는 요주인물이었던 거죠.

보통 근사한 남자들은 여자들이 재미있고 편안하게 분위기를 잡는다죠?

그냥 경험미숙으로 이해해 주세요... -_-;;;

잠깐 말이 없다가...


" 그... 냥... 요... "


... 라고 기어들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대답하더군요.


" 아빠 오셨어? "

" 아직...요... "


... 그 다음에 또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무지 보고 싶더군요. ^^


" 잠시 집앞으로 나와라. "


지금 시간 있으면 나올 수 있니~? ... 가 아니라 나와라... 였습니다. -_-;;; 쓰다보니 지금에야

생각해도 무척 매너없는 짓이었군요. 11시가 넘었는데 고등학교 2학년 여자애에게 나와라고

하는 저도 좀 이상하지만... 그 땐 그러지 않으면 안될거 같더군요...


" 저... ... 네... "


아주 약간 우물쭈물 하는 것 같았지만, 대답을 하고 같이 전화를 끊었습니다.

10분 정도가 지났나... 매일 머리핀을 다 동원해서 묶는 스타일인데 단발머리인채로 그냥

나왔더군요.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진짜 제가 감정제어가 안되서... -_-;;; 손을 와락 잡고

주택아파트 옆에 골목길로 데리고 갔습니다. 그리곤 그냥 ㅋ ㅅ 를... -_-


한 1분동안 덮치고(;;;) 나서... 조용히 말했습니다.


" 그럼 너 내일부터, 나랑 사귀게 되는거냐? "


아무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는 조금씩 끄덕이더군요.

전 알았다. 들어가라... 조용하지만 당당히 이야기 하고 돌아서긴 했었는데...

남자라 쪽팔려서 그렇지 저도 그 때가 첫키스였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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