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내공 : 어중간
사귀기는 했지만, 그 후로 그렇게 튀는 진전은 없더군요. 원래 소극적이고 조용한 애라...
막상 대놓고 우리 둘 사겨염~ 표지판을 들고 다니는 것도 아닐 뿐더러 더군다나 다음날부터
아저씨 얼굴 보기가 괜히 서먹하고 미안해 지더라구요. 가끔 같이 걸어다니는 거나 영화를
보는 것도 똑같고 집에서 밥 얻어먹는 것도 똑같았지만... 다른 점은 서로 보는 시선이 약간은
틀려졌다는 겁니다. 가끔 아저씨 몰래 제 자취방에 와서 설겆이랑 방청소도 해주게 되구요.
아... -_-;;; 그리고 약간의 신체적인 접촉부위가 늘어났;;;; 흠... (미성년자 의식)
그렇게 반년이 지났나... 네... 상상하신 대롭니다. 집도 가까운 남자자취방에서 과연 무슨일이
일어났을까요... -_-;;; 뭐, 그거까진 설명할 필요없고... 중요한건...
자영이가 저와 사귄다는걸 아저씨가 눈치채시게 된것과 들통나진 않았지만 자영이가... 임신;;
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시기가 안 좋으니까, 기쁨반~ 슬픔반~이 되더군요.
네... 지금은 말로 재미있게 쓰는거 같죠? 후후... 저 그때 딱 외국으로 데리고 튀고 싶더군요.
자영이는 1달만 있으면 고3이고... 전 학교 복학을 해야 했거든요...
물론 욕하셔도 할 말은 없습니다... 쩝.
아무튼... 임신 2개월째인 걸 모르시고 아저씨가 어느 날 저를 부르시더군요. 뭐, 대충 내용이야
처음에 놀랐지만 저를 잘 안다... 아들처럼 생각한다... 우리 자영이는 아직 학생이다... 그냥
오빠 동생처럼 건전한 만남은 이해한다... 란 식이었죠. 아저씨 다운 말씀이셨어요. 물론 이것
때문에 더더욱 임신은 들켜선 안될 상황이었죠.
결과부터 말하자면... 같이 병원 갔습니다. 휴...
... 근데, 글이지만 쓰다보니 농담할 기분은 아니네요... 쩝...
그리고 병원에 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결국 아저씨께 들키게 되었습니다.
이유가 참 황당했죠. 수술 당일에는 저녁까지 괜찮았는데, 다음날 학교에서 계속 하혈을 하는
바람에 양호실 가고... 병원 가고... 하다가... 들켰다네요. 오후에 만난 친구 말로는요...
연락이 안되서(자영이가 삐삐가 없음) 제가 아는 자영이 친한 친구에게 연락을 했었거든요.
아...;;; 저 스토커가 아니고, 전날 일도 있고 해서 아무래도 너무 소식이 궁금했어요...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더군요... 병원에 가보니 아저씨가 먼저 와계셨는데, 뭐 이미 다 알고
계셨었던 상황인지라...
아저씨 앞에 가서... 앉지도 못하고 서서 우물쭈물 하는데 일어서시더니... 주먹으로 제 얼굴을
딱 한대 치시더군요. 펀치도 꽤 아팠지만, 저도 걱정되서 점심도 못먹어 휘청대던 상황인지라
그냥 병원 복도에서 자빠졌습니다; 쿨럭...
그런데, 예전에 많이 배우셨다는 분이라던데 확실히 뭔가 틀리더군요. 제가 만약 그 상황이었
다면 다시 세워서 아작을 냈을 판인데... 절 여태 아들로 생각했었다면서 그냥 나가시더라구요.
얼얼한건 금방 사라졌었는데... 미안하고 마음이 아파지는 건 더 심해지더군요... 금방 안정을
취하고 잠들었다고 환자 면회도 거절당하고...
이루 말할 수 없는 불안하고 안 좋은 기분으로 집에 돌아왔습니다.
아침에 대리점 출근하고... 버릇처럼 오락실에 가려다가 차마 못가겠더군요.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다음날 점심때부터 고민하고 벼르고 있었습니다.
제가 자영이를 책임지겠습니다... 아저씨... 어릴적부터 봐온 저를 모르세요? 전 그래도 제가
할 일은 지금까지 누구도 실망시킨 적 없습니다. 몇번이나 신뢰가 가고 믿을만한 대화도 생각해
가면서 멘트를 정하고... 오락실 아저씨께 사죄하고 떳떳히 자영이와 만날 결심으로 가고 있었
는데, 진짜 발걸음이 천근 만근이더군요... 연애 한 반년 하면서 사람 수명 주는게 이렇게 쉬운
일인지 그 전엔 몰랐습니다. 쩝...
그런데...
오락실 문이 닫혀 있었습니다. 여태까지 자영이 할아버지 제사때와 아주 특별한 일을 제외한
제 기억으로는 오락실 문이 잠겨져 있는 것을 보지 못했었거든요. 이상하긴 했지만... 그 전날
저도 그렇지만 아저씨는 오죽 낙담할 일이었겠냐... 란 생각에 그냥 허탈하게 집에 왔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날도 닫혀 있었다는 거죠. 첫날은 제가 안 가봐서 모르겠지만, 4일이나 오락실이 문을
열지 않아서 도대체 무슨 일인가 궁금했습니다. 자영이 소식은 꿈도 꾸지 못하구요...
그래서 자영이 친구에게 부탁해서 학교밖에서나마 잠시 볼 생각으로 점심시간에 대리점에서
학교로 갔습니다. 그리고 자영이 친구를 만났는데...
병원에 입원하고 다음다음날 갑자기 이사를 갔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저희 시골집에서 몇시간
거리의 지역으로 이사를 갔다는 것입니다. 정말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어이가
없었던 건지 몸에 힘이 빠졌는지 모를 이상한 예감과 함께 도저히 체면차리고 자영이 친구앞에
서 있을수가 없었습니다. 잠깐 벽에 기대니 금방 정신은 차려지더군요...
친구에게 주소를 물어보니... 알리가 없지요. 학교측에다도 갑자기 통보했다고 하던데... 아직
전학수속도 끝나지 않아서 어느학교로 간지도 모르겠다고 합니다. 정말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그래서...
전 일단 정신을 가다듬고 동사무소로 갔습니다. 일단 이사를 갔으면 전출지의 기록이 있을것
이다라는 기본하에... 그 전에 상근예비역(이 된걸 저 정말 감사히 생각했습니다!) 시절 친했
었던 동사무소에 근무하는 형에게 2시간을 매달렸었나요. 음료수 다 사다주고... 또 그 형이
자영이와 저와의 관계를 어느정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결국...; 이사간 동네와 번지 앞자리
까진 알려주더군요;;;
일단 근처를 알아내고 정신을 차려보니... 사무실에서 삐삐를 한 20통 쳤더군요. -_-;;;
사무실에서 또 죄송하다고 빌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휴가까지 얻어내고...
전 바로 자영이가 이사간 곳의 표를 끊었습니다.
걍 보고 싶더군요.
지금이야 핸드폰이 널렸지만 그 때는 삐삐가 대중화되었고 초창기라 핸드폰이 금값이었죠.
물론 극히 일부 친구를 빼곤 자영이는 거의 활동성이 없는 성격이다보니... 있을리가...;;;
아무튼 아무 생각없이 무작정 차를 탔습니다.
pwknai의 최근 게시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