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내공 : 어중간
진짜 멀긴 멀더라구요. 제대로 고속버스 타고... 시외버스만 두번 갈아탔으니... 와... 처음가서
그랬는지도 모르고 또 만날 생각에 속이 타서 그런지 몰라도... 아마 제가 30년동안 버스를 탄
체감시간과 거의 동일한 기분이었다고 오바 좀 해보죠. 쩝...
그렇게 어찌어찌 가서... 근처까지 택시를 탔습니다.
그리고... 무작정 기다렸죠...
한두시간이 지났을까... 멀리서... 아저씨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낯선곳이지만, 뭐 한눈에 알아
봤습니다. 그 분 말마따나 제가 양아들이고... 저도 아버지 이상으로 오랫동안 생각하며 지내온
사이이니 오히려 낯선곳에서 더 빨리 눈에 띄더군요. 분명한건 아저씨도 그 거리에서 저를 알아
보신거 같더군요. 지금 생각해도 신기할 노릇이지만...
아무튼, 뚜벅뚜벅 계속 걸어가는데 아저씨도 오더군요. 사람들 비켜 지나가고... 그 아저씨는
같은 걸음으로 계속 오는데 전 이상하게 가끔 감정 제어가 안되나봐요. 걸음이 빨라지더군요.
아저씨 앞으로 점점 갈수록 머리는 까매지는거 같고 아저씨의 앞에 서자마자, 전 그냥 털썩
무릎을 꿇었습니다. 아저씨... 그냥 지나가시대요;;; 순간 화끈~ =-_-=... 근데 저한테 오기가
있다는 걸 그 때 알았습니다. 다시 일어나서... 아저씨를 앞지르고 가서는 다시 또 털썩 무릎을
꿇었죠. 아저씨 오기도 만만치 않더군요;;; 또 그냥 지나갑니다... 그리고 또 무릎꿇었는데,
그냥 지나가시고... 그렇게 한 다섯번 했나?
아저씨가 제 앞에 서더니 대뜸 그러시는 겁니다.
" 자네... 도대체 왜 이러나... "
'자네...? ' 아저씨가 저한테 자네라고 부른건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그 전 호칭은 대부분
'ㅇㅇ아...' 아니면 '우리 아들~'이란 농담식의 호칭이었거든요. 무척 어색하더군요. 갑자기
바뀐 분위기 덕분에 할 말 다 까먹었습니다. 사람도 많이 지나다니는 길바닥이었는데...;;;
전 일단...
" 죄송합니다. 아저씨... "
아저씨는 잠깐 서 계시더니 " 사과할거 없네. 딸을 잘못 기른 내 탓이지... " 란 차가운 어조로
말씀을 하시더니 다시 가시더군요. 저도 그럴거 같아서 미리 섰습니다.;;; 그리곤 팔을 붙잡고
"아저씨... 제 이야길 잠깐만 들어주세... "
... 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리를 버럭 치시며 제 팔을 뿌리치시더군요.
" 이거 놓지 못해?"
사람들 다 쳐다보긴 했지만, 적어도 타지라 그렇게 창피하진 않았습니다만... 아저씨의 표정을
보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더군요. 하지만, 여기까지 온 고생도 고생인지라 전 다시 매달리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아저씨는 완강하시더군요. 평소의 인자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요...
아무튼... 전 포기한듯 제자리에 가만히 있었고... 아저씨는 다시 갈길을 가시더군요...
하지만, 전 포기하진 않았습니다. 멀찍이 몰래 따라가며 아저씨를 미행하게 됐죠. 쩝...
그리고 어느 집으로 들어가시는것 까진 확인했습니다. 계속 쳐다보고 있는데... 그 들어간
2층집의 옆 계단을 이용해 2층까지 올라가시더군요. 아마 2층에 이사를 하신듯...
아저씨가 집에 들어가시고... 문이 닫힌 순간에도 전 창가에서 눈을 뗄수가 없더군요. 혹시라도
자영이가 창가에서 보지 않을까... 아냐... 지금 학교에 있을지도 몰라... 근처 고등학교가
어디지.. 이런 생각을 하며 있다보니... 어느새 저녁때가 다 되더군요.
뭐든 오래 기다리지 못하는제가 4시간을 밖에서 기다렸다는게 정말 신기했어요. 쩝...
기다리는 동안 이상하게 집구조가 분석이 되더군요. 겨울이라 해가 짧아서 5시가 되니 방이
세개는 되보이는데 한쪽에서 불이 켜지더군요.
' 아저씨 방이군... 그럼 나머지 하나가 자영이 방인가... '
... 란 생각을 하며 있는데, 그 나머지 방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불이 켜지는 겁니다.
이런... 애초부터 자영이는 집에 있었던 거죠. 2층에서 보이는 거실이 환히 보이는데 그렇다면
4시간동안 거실한번 안 지나다니고 방에 있었다는 이야기란 말야???
아무튼, 황당하더군요... 혹시나 내가 잠시 한눈을 판사이 거실에서 지나다녔을지도...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창가에서 마냥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작은 돌도 던져볼까 생각을 했었
는데, 재수없게 아저씨 방에 맞을까봐 엄두도 나지 않고...
그렇게 우물쭈물하며 있다보니 집밖에서 7시간이 넘게 있었네요. 하하하... ^^
막차시간이 다 되서 전 집에 가야만 했습니다.
뭐, 아무리 창문을 쳐다봐도... 정성엔 하늘이 탄복한다네 어쩌네 해도... 결국 창문가에 그림자
하나 보지 못하고 집에 내려왔습니다... 다음날 출근도 있었지만... 일주일 후엔 제가 복학을
하기 위해 서울로 저 또한 이사를 가야 할 상황이었으니까요.
그렇게 우린 이제 못 만나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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