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저와 오락실과의 인생에 인연(11)

pwknai 작성일 06.06.16 04: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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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내공 : 어중간


서울의 학교 근처에 이사를 오게 되고... 짐이랄것도 없어서 하루만에 집정리가 끝나더군요.

그렇게 정신없다 갑자기 멍해지니 정말 사람 기운빠질 노릇이더군요.

시간이 거의 9시가 됐었나....? 어디선가 삐삐가 울리는거 같은데, 이사짐을 정리한지 얼마

안되서 삐삐가 어디있는지도 모르고 약간 가물거리며 졸던 상태라 귀찮아 가만이 졸았는데요.

잠결에 한 20분 간격으로 계속 울리는 겁니다. 혹시나... 란 생각이 들며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그래서 짐정리해 놓은거 다시 헤집으며 -_- 삐삐를 찾아대기 시작했어요. 망할... 정리하는건

시간도 오래걸리는 일인데, 다시 뒤집으며 어지러놓는건 순식간이더군요. 아무튼 정신없이

찾아서 번호를 찾아보니... 대략 10개정도의 확인안한 메시지...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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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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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X) XXX - XXXX (우리집;=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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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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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에서 튀어서 바로 공중전화기로 갔습니다. 비번을 누르는데 네자리 연속 절라 급하게 누르

니까 버벅대대요. ^^ 음성을 확인해보니...


" 저 이제 갈게요..."


???... 자영이가 맞기는 한데 웬 뜬금없는 소리가 나오는 겁니다. 계속 듣다보니...

이 아가씨가 8시 30분 정도에 서울역에 도착해서 (한달전부터 제가 서울로 복학할 예정이라

어제 이사한다는거 압니다.) 여태까지 기다렸다는 내용이더군요. 마지막 세개는 확인 할 겨를

도 없이 지값을 쥐고 택시장으로 날랐습니다. 그리곤 서울역으로 갔죠. 거리상 얼마 안되는데

저 그 때 수명 또 줄었습니다. 제길...


음성메시지에 남겨져 있던 기다리던 장소를 먼저 뛰어가보니 없더군요. 바로 표를 파는 곳으로

가서 지금 시간대에 XXX까지 가는 최근기차가 몇시에 있었냐고 하니까 1시간 20분전에

있었고 15분 정도 후면 다음기차가 온답니다. 다행이었습니다. 음성시간대를 맞춰보니 전시간

기차는 아닌거 같았고 다음기차는 아직 시간이 있어서 기차라도 쫓아간다는 심정으로 열라

쫓아서 가려고 보니... 망할; 기차표 없이는 기차근처도 못간다는 군요. 경비 비슷한 사람한테

열라 졸랐는데 안된답니다. 그래서...;;; 다음표 기차 샀습니다;;; 욕 한마디만 씁니다. ㅅㅂ.

기차표 내던지듯 보여주고 열라 기차까지 뛰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뛰어서 찾아볼 요령으로

내려갔는데... 저기에 서있더군요. 자영이가... 네. 물론 옷도 틀리고 뒷모습이었는데요...

아저씨때와 마찬가지로 한눈에 알아봤습니다... 전 그 집안에 '후광'이 내력인줄 착각했었죠.

거리가 점점 가까워질수록 다리가 풀리대요... 아저씨 봤을땐 집념과 오기가 생기드만. -_-;;;


가까이 가서 가만히 서있기만 했는데... 앞에 비친 제 그림자 때문인지 아니면 제가 온걸 느낌

으로 알았는지 뭐에 놀랜것처럼 뒤를 보더니...

저를 보고는 진짜 왕눈이 눈을 글썽거리며 아무말도 않고 쳐다보는 겁니다...

근데 참을수가 없더군요. 그 먼 거리를 시간개념도 없이 나를 만나러 찾아왔다는 것이 정말이지

기가막히고 아무생각없는 걔가 미웠다고나 할까요. 제가 난생 처음으로.. 그리고 자영이의 뺨을

때려본게 그때가 처음이었던 거 같습니다. 근데... 사람이 신체적으로 무언가에 타격을 주었을

때 느껴지는 통쾌감;;; 이나 쾌감이 없었어요. 무슨 건드려선 안될걸 세게 친것 같은 느낌이랄

까요? 보드라운 느낌에 뭔가 찰싹 치자마자 기분이 팍~ 나빠지면서 가슴이 아파 죽겠더군요.

아파서인지 제 얼굴을 보기가 그랬던지... 뺨을 맞고는 한참 가만히 있대요...

그리곤


"오빠... 너무 보고 싶었어요..."


울먹이는 목소리로 딱 이 한마디 하더군요...

그래서...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는 애를 덥썩 껴안고 저도 같이 울었습니다.

엉엉... 이요. -_- 엉엉... ;;;

사람들 절라 많이 지나다니는 아파트 서울역에서 둘이 통곡하는데 지금 생각하면 제 인생에

제일로 쪽팔린 기억이 아니었나 싶네요. 쩝...

암튼, 그렇게 우린 결국 만나게 됐네요...



그리고 어느새 정신없이 7년이란 세월이 흘렀군요...

그 후로 어느 큰 병원에 입사해서 여태 그냥 살고 있습니다. 이젠 그 시절도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추억으로 남아져 있구요. 진짜 지금 생각해보면 저라는 한 사람에겐 참

좋은 추억이 아니었나... 란 생각이 드네요. 그래도 제 딴에는 정말 그 시절이 따뜻했으니까요.

그 후로도 자영이와는 계속 만나왔습니다. 철이 들기 전부터 제 인생의 주위엔 그 애 밖에는

없었으니까요. 물론 어릴때부터 군시절 딱 1년을 제외하곤 거의 같이 붙어있다시피 한 제

지식선의 일인데, 물론 여자쪽도 초보니 제가 미숙해도 할 말은 없겠지요. ^^


아무튼...

지금 그 아가씨는... 저어기 침대위에서 베개에 얼굴 파묻고 잠들었네요... 옆엔 아무리 이불을

덮어줘도 차고자는 제 5살박이 딸과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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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여기서 배울점은... 돈없고 철없던 꼬마 하나가 어떻게 오락실 주인 딸과 결혼하느냐

라는 과정을 상세히 적었습니다. -_-;;;; 네 죄송합니다. 농담이구요...


어린마음에 오락실서 꿀밤맞은 철없던 작은 헤프닝만 적으려 했는데 어느덧 제 인생을 다

써버렸네요;;; 휴... 길다...

이곳 게시판에는 순수하게 게임에 대한 열정과 회상과 사랑에 대한 감정의 글이 많은데...

어설프게 오락실 추억 쓰다가 느닷없는 3류 연애 스토리로 빠진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뭐, 글재주 없는건 죄가 아니니 양해 바라구요...


걍... 써봤어요. ^^ 저한테 오락실은 추억만이 아닌 제 인생과도 인연이 있었으니까요...

물론 오락실 본질 자체는 아니었지만요. ㅎㅎ

여기까지 읽으신 분도 대단하지만... 아무튼, 재미도 없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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