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엘더스크롤3, 모로윈드

휴테르만 작성일 06.11.09 15:2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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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내공 : 상상초월


게임, 특히 롤플레잉을 어느 정도 즐긴다면 엘더스크롤이라는 이름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실제로 짱공유 공유게시판 중에서 RPG 게이판에 들어가면 수도없이 난무하는 것이 엘더스크롤이라는 제목이었다. 필자 역시 그런 도배 덕분에 엘더스크롤을 접하게 되었으니 별로 싫은 소리를 할 처지는 아니다.
필자가 이번에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하는 것은 요즘에도 제법 잘 나가는 엘더스크롤4, 오블리비언이 아니라 세 번째엔 모로윈드다. 필자는 이 글에서, 모로윈드의 매뉴얼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을 만한 내용들은 접어두고, 느낀 소감만을 적으려 하니 필요하다면 검색 페이지에 가서 모로윈드 라고 쳐보기 바란다.


자유도(범죄)

엘더스크롤 하면 역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자유도다. 사실 필자는 자유도로 유명한 게임은 그리 많이 해보지 않아서 페이블이나 발더스 게이트를 비롯한 다른 게임들과는 비교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필자가 처음 모로윈드를 접했을 때, 그 자유도는 충격적이었다.
모로윈드에서는 집에 놓여져 있는 대부분의 물건들을 집어들 수 있다.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조그만 포크, 나이프, 책 등 못 집는 것이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남의 집에 들어가서 물건들을 쓸어 오려다가는 큰일 난다. 옆에서 가만히 보고 있던 주인이
"Die fetcher!"
"You will die where you stand!"
등등의 욕을 지껄이며 마구 공격해 올 것이다. -_-. 물론 옆에 경비병이 있다면 그 NPC의 편을 들어줄 것이다. 누가 뭐래도 도둑인 입장이니까 어쩔 수 없다. 벌금을 내거나 감옥을 가거나, 그것도 아니면 경비병을 비롯해 모두 죽이고 범죄자 신세가 되는 수밖에 없다.
범죄라고 하면 뭐니뭐니해도 살인이다. 지나가는 NPC에게 한번 주먹이나 칼을 휘둘러보라. 역시 똑같은 멘트로 욕을 하면서 공격할 것이다. 만약 그 NPC와 관계가 있는 다른 NPC가 주위에 있다면 같이 공격해 올 것이고, 가드가 있다면 ‘벌금 낼래, 감옥 갈래?’ 하고 물어올 것이다.
이렇게 마음 놓고 범죄를 지을 수 없으니, 누군가를 합법적으로 죽이고 싶을 때에는 약간의 스킬이 필요하다. Speechcraft라는 스킬은 NPC와 대화할 때 필요한 화술이다. 설득이라는 커맨드에는 ‘협박’, ‘조롱’, ‘칭찬’, ‘뇌물’ 등이 있는데, 조롱 커맨드를 몇 번 성공하면 난 공격도 안했는데 NPC가 발끈하면서 공격해 올 것이다. 이 때 공격해서 죽이면 난 정당방위니까 범죄가 아니다. 유유히 그의 좋은 아이템들을 전리품으로 챙기고 가드 옆을 지나갈 수 있다.
이 밖에도 주업이 도둑 같은 경우에는 은신 기술(sneak)을 이용해 소매치기(pick pocketing)도 할 수 있다. 물론 하다 걸리면 역시 욕을 하면서 달려드니 주의해야 한다.



자유도(시스템 상)

모로윈드에서는 못가는 곳이 없다.
남의 집 지붕 위든, 성의 첩탑 꼭대기든, 심지어는 스토리 설정 상 넘을 수 없게 되어있는 산맥 정상에도 우뚝 설 수 있다. 물론, 모두 버그를 이용하지 않고 가능하다. 시스템 상, 그것은 모두 가능하다.
부유 마법(levitation)을 써서 날아 올라갈 수도 있지만 순전히 물리적으로 올라갈 수도 있다. Acrobatic 이라는 스킬 수치가 높을 수록 점프도 더 높이 할 수 있고 더 가파른 길을 오를 수 있다. 눈앞에 있는 오르막 위에 보물 상자가 있어서 점프 키를 연타하면서 몇 분만에 겨우 올라가는 경우도 제법 있다.
이렇게, “난 로그 마스터다!” 라고 외치며 성의 지붕 위에서 이리저리 점프해 다니다가 추락하다가 재수 없으면 죽을 수도 있다. 역시, Acrobatic 이라는 스킬 수치에 반비례해서 추락 데미지를 입기 때문이다.



모드 추가

엘더스크롤이 자유도가 대단하기는 하지만 만약 이 기능이 없다면 그렇게 대단한 게임이라고까지 평가받지 못했을 거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모로윈드는 기본적으로 모로윈드 오리지날, 확장팩인 트리뷰날, 블러드문 총 세 개로 이루어져있다. 확장팩은 없어도 되지만 보통은 이것이 기본적이다. 이것만으로는 모로윈드의 재미를 느끼기 힘들다.
모드는 개인 스스로가 모로윈드를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게 만든다. 심지어는 확장팩에 버금가는 스토리까지 추가시키는 모드들도 제작되었다.
모로윈드를 하면 일단 비주얼적인 문제가 시급하다. 시작하자마자 보이는 NPC들의 흉측한 얼굴들. 물론, 게임성 자체는 훌륭하니 그 정도는 덮어두자고 할 수 있지만 더 좋은 게임을 하기 위한 게이머들의 노력은 ‘모드 제작’으로 승화되었다. NPC 리플레이서 등의 모드를 설치하고 추가하면 캐릭터들의 외양이 훨씬 나아진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이렇게 비주얼에 관련된 모드는 수도 없이 많아서, 파이널 판타지 7의 JENOVA's CHILD 얼굴은 물론, 여러 가지의 예쁜 여성 얼굴들과 문근영같은 연예인들의 얼굴들까지 여럿 있다. 물론,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제작해서 올린 것이다. 자신의 캐릭터를 멋지게 꾸밀 수 있고, 예쁜 여자 노예를 끌고 다닐 수도 있다. 역시 모드로 추가된 여러 가지 옷들도 여자 캐릭터에게 입혀볼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게임 공략 자체보다 모로윈드를 심즈 버전으로 플레이하기도 한다.
모드는 비주얼적인 측면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이벤트를 추가할 수 있게 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Underground라는 유명한 모드가 있는데, 이 모드는 뱀파이어와 관련된 여러 가지 퀘스트들을 추가하고 엄청나게 방대한 새로운 맵들을 추가해준다. 압축을 모두 풀고 설치를 하면 모드 자체만으로도 1기가가 넘어가는 자료이니, 모로윈드 메인 퀘스트보다도 더 긴 스토리가 가능한 것일 것이다. 이것 외에도 Reign of Fire라는 퀘스트는 모로윈드 각지에서 나타나는 부활한 용들을 죽이고, 마지막에 죽인 드래곤 로드의 알을 부화시켜 육성시키는 시스템까지 추가시킨다. 용을 죽지 않게 열심히 키우다 보면 나중에 커져서 타고 다닐 수도 있게 된다.
이밖에도 모드는 더욱 많은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준다. 낚시 등을 가능하게 해주는 모드는 물론이거니와 배고픔 같은 것을 추가시켜서 정기적으로 음식을 먹어야 하게 만들어주는 모드도 있다.(필자는 그렇게 게임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 설치하지 않았지만 꽤나 인기있는 모드이다.) 찌르기, 베기, 치기를 조합한 콤보 기술을 만들어주는 모드도 있고 노예를 살 수 있게 하는 모드도 있다. 어떤 모드는 레벨업을 하는 말하는 검을 추가해서 검을 들고 싸우는 동안 검이 수다를 떠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이상 모드에 대해 말하자면 끝이 없으니 모드에 대한 내용은 접도록 하겠다.



단점(취약한 스토리)

사실 취약한 스토리는 어떻게 보면 불가피한 속성일지도 모른다. 자유도와 탄탄한 스토리가 양립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로윈드를 하다보면 어느새 메인퀘스트에 소홀해져있는 자신을 발견하기 십상이다. 차라리, 모드로 추가한 퀘스트가 더 재미있기 때문이다.(물론 사람들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다.)
대부분의 퀘스트는, 어디 어디에 위치한 무슨 무덤에 가서 누굴 죽여라, 라든지, 어디에 가서 뭘 가지고 오라 이런 부류가 많다. 어쩌다 누군가에게서 어떤 정보를 얻어오라는 퀘스트를 받고 가보면, 그 인간이 ‘정보를 받으려면 나에게 호의를 베풀라. 그러니 어느 유적에 가서 뭘 가져와라’ 라는 둥의 레퍼토리로 진행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하다보면 지겹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서 이것으로도 충분히 즐거움을 느끼며 플레이를 하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메인 퀘스트와는 상관 없는, 무수히 많은 서브퀘스트들이 있기 때문에 필자는 더 이상 스토리의 취약함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지 않다.



갖가지 문제점들

모로윈드의 가장 큰 문제는 시스템의 불안함이다. 그리고 그 원인은 대부분 모드 추가에서 기인한다. 모로윈드 관련 까페같은 곳에 가면 질문게시판에 수도 없이 올라오는 것이 ‘모드 추가했더니 이상해졌어요. 도와주세요.’같은 문구이다. 실제로 모드는 개인이 만들어서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서로 다른 모드끼리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모드를 추가하는데에는 신중해야 한다. 필자 같은 경우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서, 가장 이상적인 모드 리스트를 만들어서 열심히 플레이했다. 아마, 모드를 제대로 설치하는 데만 해도 하루가 꼬박 걸렸을 것이다. 하지만 일단 모드를 제대로 설치하고 잘 돌아가는 것을 보면 엄청난 뿌듯함과 함께 보람을 느끼게 되니 의미없는 일은 아닌 셈이다.
사실, 모드 관련 문제는 게임 자체에 내장된 문제는 아니니 모드 제작자들의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모로윈드 자체의 문제들을 꼽아보자면 역시 완벽하지 않은 자유도이다.
일단, 그래픽적인 측면이다. 모든 곳에 갈 수 있다... 라는 의미는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끼일 수 있다’는 의미도 품고 있다. 잘 가고 있다가 황당하게 이상한 벽 안에 끼어서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많을뿐더러, NPC 머리위에 떨어졌을 때 그 머리 위에 공중부양한 상태로 있는 경우도 볼 수 있다.
그래픽적인 문제 말고도 또 있다. 모로윈드는 NPC의 행동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만들어놓으려 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비현실적인 모습이 되기도 했다. NPC와 나 사이는 순전히 호감도라는 수치에 의해 결정되고, 때문에 메인 스토리 상 나와 굉장히 가까워야 하는 NPC보다도, 호감도가 100이 되어버린 적이 더 친절한 경우가 많다. 검을 들고 앞에서 설쳐도 가만히 있는 NPC는 굉장히 답답하다. 때로는 몬스터와 싸울때 돕기 위해 달려온 가드를 실수로 한 대 쳤더니 가드가 날 공격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게 싫어서, 인간류를 진정하는 마법을 사용해서 마구 쓰고 다니면 날 공격하려던 암살자가 갑자기 공격을 멈추고 멀뚱멀뚱하게 서서 쳐 죽일때까지 반격을 하지 않기도 한다. 이래저래, 완벽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총 평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지만, 모로윈드는 필자가 지금까지 해온 게임들 중 가장 획기적인 게임이었다. 비록 불완전하지만 자유도는 상당히 완성도가 높았고, 앞으로 더욱 발전할 가능성을 많이 보여주었다. 그리고 다음 작인 오블리비언에서 조금 더 발전된 시스템을 만들어냈지 않았나 싶다. 필자는 아직 오블리비언을 제대로 돌릴 수 없는 사양이어서, 저사양판을 돌려봤다가 그래픽에 실망하고 때려친 상황이라, 오블리비언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하지만 틀림없이 모로윈드에서 더욱 발전된 것일 거라고 생각한다.
모로윈드는 게임 불감증에 걸린 사람들에게 한번쯤 꼭 권해보고 싶은 게임이다. 처음에 까다로운 ‘모드 설치’와 적응하기 힘든 시스템에 곤란을 겪고 때려치는 경우도 많지만, 일단 조금 하다 보면 계속 알아가도 더 많은 것이 있는 방대한 세계관과 시스템에 푹 빠져들고 말 것이다. 필자는 아직도 연금술이나 인챈트같은 것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많기 때문에 여전히 배우는 중이다. 방대한 맵을 다 돌아다니고, 모로윈드의 시스템을 완전히 꿰뚫어 이해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플레이해야 할지 도무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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