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의 유래를 굳이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다들 온라인게임의 기본개념에 대해서는 아실겁니다.
여러사람이 동시에 접속한 상태인 온라인에서 가상의 현실을 즐기는 게임의 일종이죠.
최근에는 리니지나 와우, 그리고 그와 유사한 형태의 컴퓨터를 통한 게임을 일컫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기본적으로 온라인게임의 목적이란 무엇일까요.
이러한 기본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에서 우리들은 한국적인 요소를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게임의 목적은 욕구해소, 즉 재미를 위한 것이 첫번째 목적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첫번째 요소를 위협하는 한국적 요소들 ... 금전적 관계, 네티켓의 부재, 그리고 상대방과 자기자신간의 차별을 두고서 그것을 즐기는 우월감과 같은 심리적인 요인들.
외국에도 게임의 관련 물품, 즉 아이템에 관한 거래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에서는 그것이 또 하나의 계층을 형성할 만큼 폐해가 크다는 것은 다들 아실겁니다.
또한 외국의 게이머들은 온라인상에서 자신의 아바타와 상대방의 아바타, 즉 캐릭터들 간의 "차이"를 두고 그것을 즐기는 형태이지만, 한국의 게이머들은 캐릭터들간의 "차별"을 두는 경향이 커보입니다.
"차이"라는 것은 상대방과 자신이 똑같은 높이에 있지만 다른 곳을 바라보고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고, "차별"이라는 것은 애초부터 상대방과 자신은 위치부터가 틀리다는 것을 인정하고, 자신이 상대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인식하며, 상대방을 자신의 아래에 두는 것을 뜻합니다.
단편적인 예를 들어보자면, 한국의 온라인게임은 만랩이라는 것의 개념이 애초부터 없었습니다. 무조건적인 삼각형구조였죠. 즉, 개발단계부터 유저들을 계층적으로 쌓아올리는 구조였다는 말입니다. 삼각형구조는 관리하기가 참 쉽습니다. 단순하면서도 안정적이고, 확장하는 방법이 무조건 위로위로만 올라가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외국의 네트워크기반의 게임들은 대부분 이러한 구조가 아닙니다. 뭐 외국이래봤자 일부 서구국가이겠지만 그들의 게임은 대부분이 만랩시스템입니다. 대표적으로 와우라는 게임을 들 수 있겠지만, 그 밖에도 대부분의 게임들이 만랩시스템 혹은 랩지향이라도 랩간의 계층을 크게 두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게임들의 시스템은 둥근원구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유저 하나하나가 게임속 세계의 한 톱니바퀴를 구성하여 세계가 잘 굴러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한국형 온라인게임의 유저는 밤새도록 게임을 하여서 삼각형의 꼭대기를 한없이 높혀야만 하는 삼각형 한쪽 귀퉁이의 한 조각에 불과하죠. 하지만 외국의 온라인게임의 유저는 만랩이 되는 순간 자신은 둥근원의 한 모서리가 되어서 둥근원을 끝없이 모험과, 도전, 발전을 향해 굴려야 하는 "환타지" 세계속의 한 구성원이 되는 것이지요.
게임의 목적성을 봐도 확연히 드러납니다. 한국의 온라인게임들은 그저 고래벨의 사냥터와 고래벨의 아이템과 유저간의 확연한 계층분화 만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으나, 외국의 온라인게임들은 유저간의 협동과 새로운 세계로의 모험, 제작자들이 꾸며놓은 세계를 경험 하는것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온라인게임들은 그 엔딩이 아예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아니... 그 게임전체가 가지는 역사적인 흐름조차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NPC 들은 개성이 없으며, 성격도 없고, 단지 물건을 사고파는 역활에만 충실할 뿐입니다. 게임 속 세계를 구성하는 요소는 NPC 도 아니거니와 유저들은 더더욱 아닙니다. 게임 세계관의 주체는 오로지 제작사와 편의대로 뒤바뀔게 뻔한 스토리라인 입니다. 최근의 몇몇 게임에서는 일관적인 스토리라인과 성격을 부여하고자 하는 노력이 많이 보이지만, 그 시작부터 사상누각이라 부족한 면이 많습니다.
외국의 온라인게임은 그 태생부터가 "환타지"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게임을 만드는 데에 어떠어떠한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2D 3D 프로그래머, 서버관리자, 그래픽디자이너 ?? 이들이 전부인듯 보이십니까. 게임이라는 것은 단순히 화면에 보여지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외국의 게임제작사의 유명한 디렉터들은 대부분 열렬한 환타지 팬이거나 기본적인 역사적 흐름의 센스, 수준높은 문장력, 등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들은 게임을 만들 때 번쩍거리는 광원효과와 래벨이 올라갈수록 화려해지는 캐릭터 아이템의 텍스처에 신경쓰는 일은 없습니다. 그런것들이 게임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그러한 겉모습보다 중요한 것은 게임 속 세계관의 일관성과 캐릭터들과 세계의 밸런스, 유저가 느끼게 될 감동과 몰입감 등입니다.
한국의 온라인게임의 광고 타이틀을 보면 대부분이 똑같은 내용들입니다.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풀 3D 스펙타클 무한액션 웅장한스케일 화려한비쥬얼 등등... 즉 한마디로 겉보기 화려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모두 똑같은 방식의 래벨링노가다 수준의 게임들이죠. 외국의 온라인게임의 광고문구에는 저러한 말들이 전혀 없습니다. 게임소개란에 조그맣게 "3D 로 구현되어 사방의 경치를 자유롭게 구경할 수 있습니다." 라는 문구가 보이는 정도이죠.
즉, 한국의 온라인게임은 그래픽이라는 것, 아이템과 래벨이라는 것 그것들은 단지 게임의 컨텐츠를 표현하는데 필요한 "도구"일 뿐인데... 그것에 너무 얽매이고 있다는 거죠. 게임이 어떠한 장르인지 어떠한 스타일인지, 무엇을 통해서 게이머에게 감동과 흥미를 줄것인지에 대해서는 거의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것은 단지 예입니다만, 와우의 경우를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와우는 장거리 이동시 그리폰을 타고 필드 위를 날아다니지 않습니까? 그 비행경로라는 것은 제작자가 가장 경치 좋은 곳들로 일부로 그렇게 꾸며놨다고 하더군요. 그리폰을 타고 필드를 다니면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 커다란 붉은 용과 드워프들이 전투하는 장면, 혹은 드워프들이 만들어 놓은 비행장에서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장면 등등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필드에서 그러한 곳을 찾아가보려고 하면 갈 수가 없습니다. 즉, 그러한 그리폰에서 내려다보는 장면들은 제작자가 그리폰 탑승자가 화면들 돌리다가 우연찮게 보게되면 눈요기를 하라는 의미에서 혹은, 그지역의 문화코드를 보여주기 위해서 배치해 놓았다고 합니다.(공식적인 질문과 답변을 받아보았습니다.)
리니지2 에서는 마을간 이동할때 아데나를 지불하고 눈깜짝 할 사이에 워프를 해버립니다. 하지만 와우에서는 몇분간의 시간을 들여 그리폰을 타고 꾸준히 날아갑니다.
이러한 차이점이 작다면 작은 것일 수도 있지만, 이미 이 한부분에서 게임의 문화적 코드가 크게 어긋나 버립니다. 단지 쉽게 즐길거리를 찾고 또 그러한 것을 만들어내는 한국의 온라인게임에 비해서 외국의 온라인게임은 전혀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내고자 하는 노력의 결과물이죠.
외국의 온라인게임이 그래서 즐기기가 어렵다(?) 따위의 말을 하기 전에 문학적으로 문화적으로 게임을 평가해본다면, 한국의 대부분의 온라인게임들은 게임이라기 보다는 조잡하고 반짝거리는 텍스처 덩어리에 불과하다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외국의 환타지게임들 중에는 수많은 고전과 명작들이 있습니다. 그러한 게임들과 현재의 한국 온라인게임들과 단지 같은 글자가 같다고 해서 같은 게임의 한 종류라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조잡한 구성에 화려한 비쥬얼만을 앞세운 것이 온라인게임이라고 한다면 깊이 있는 스토리라인과 구성, 전혀 불가능한 네트워크 기능을 가진 것이 기존의 명작, 대작 환타지게임들이죠.
이 두가지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다면 말 그대로 대작 게임이 나오겠지만... 현재 한국의 게이머들 수준을 봐서는 절대로 불가능한 듯 합니다. 소파에 파묻혀 앉아서 한손으로 담배를 꼬나물고, 혹은 컵라면을 먹으면서 한손으로만 까딱까딱 마우스 버튼을 누르는 것이 현재 한국의 온라인게임 유저들 입니다. 인터넷은 온라인게임 이라는 신경지를 개척해냈지만 그 편안함과 안락함은 게임유저를 양분해 버렸습니다. 아이템파밍과 래벨노가다만으로 기쁨을 느끼는 유저가 있는가 하면, 절대로 새로운 모험을 찾아서 새로운 경험을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유저가 있죠.
실제로 모사이트에서 설문조사 한 것을 보니, "게임을 고를때 어떤 것을 제일 먼저 보는가?" 라는 질문에서 아이템과 래벨업 관련 항목이 상당히 높은 수준을 차지하더군요. 아이템과 래벨업을 쉽게해도 원망을 할 것이고, 어렵게 해도 원망을 할건 뻔한데 말이죠.
마치 자동차를 살 때, 이 자동차로 어디어디를 가보고 싶어 혹은 가야겠구나. 라는 목적과 요구때문에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이 자동차는 직렬8기통에 풀오토시스템이면서 악셀의 느낌이 힘있어서 구매한다 는 것과 비슷하군요.
약간 사족스런 말입니다만, 한국은 서구의 여러 선진국들보다 민주주의의 역사가 짧습니다. 하지만 그런 서구의 여러나라들보다 너무 수다스럽게 평등과 인권을 외칩니다. 우리네가 아픈 역사를 가져서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왠지 메스미디어등을 접할때면 너무 오버하는 듯이 평등과, 인권, 민주주의를 외치는 모습이 거슬리기도 합니다. 민주주의 본고장인 영국이나 프랑스에서는 아직까지도 사회적인 묵인하에서 계급이라는 것이 잔재해있습니다만, 그것이 위에서 말 한 것처럼 "차별"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민주주의와 공존할 수 있는것이지요.
연결해서 말하자면, 한국의 온라인게임에서는 영웅이 탄생할수가 없습니다. 모든 유저가 영웅이 되고 싶어하기 때문이지요. 여기에서 영웅이란 지존이라는 것과는 의미가 다릅니다. 플레이타임 2년 모든 아이템에 강화를 +10까지 성공해서 현재 래벨 99랩 99% 의 캐릭터가 가지는 지존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유저들에게 인정을 받고, 게임속 세계관을 구성하는 거대한 원의 조각들 중 조금 더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여겨지는 그러한 캐릭터를 말하는 거지요.
하여튼 한국의 온라인게임에서는 영웅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영웅 이라는 것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수많은 비난과 질시를 받을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서로 깍아내리기에 바쁠테지요. 이미 캐릭터들 하나하나가 영웅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것을 그러한 타이틀에 목숨을 거는 우리네만의 습성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에는 그러한 과정이 좀 더 수월하겠지요. 그들의 문화적, 관습적 특성상. 그들은 쉽게 영웅을 인정하는 편입니다. 차라리 그들은 영웅과 한시대에 존재했다는데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듯 보입니다.
온라인게임 이라는 것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나갈지는 모르겠으나, 다분히 한국적인 취향만을 고려해서 게임이 만들어진다고 하면, 이제 더이상의 발전은 없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끈임없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고, 그 속에서 수많은 유저들이 서로 관계를 맺으면서 모험과 투쟁을 향해서 전진해 나간다면 온라인게임은 계속해서 발전해나갈 것이지만, 새로운 세계의 창조에 인색하고, 상대방을 인정하는 것에 인색하며, 불확실한 모험보다는 반복된 노가다만을 추구한다면 이미 몇년전에 한국의 온라인게임은 그 끝을 보았습니다.
ps . 은근히 와우라는 게임을 내세우는 듯한 뉘앙스가 많이 풍겼습니다만, 사실 와우만한 온라인게임은 없다고 인정하는 편입니다.^^ 한국유저들 특성상 아이템에 목말라하고 만랩제한에 불만을 가지고서 아이템파밍에만 열심히인 유저들이 많으니, 그러한 것들이 수월하지 않은 와우가 좋은 평가를 받기는 어렵겠지요. 와우의 영웅시스템을 보고 한국의 유저들은 다들 불만섞인 목소리를 내는데, 영웅이 되지 못하면 어떻습니까. 왜 영웅=지존 이라고 생각하는지 그게 더 신기할 따름입니다. 영웅의 곁에는 또다른 영웅이 있다는 것을 왜 인식하지 못하는지 그게 한심스러울 뿐입니다...^^;
온라인게임이라는 것은 단순히 폴리곤과 텍스처만으로 구성된 2D 3D 의 화면으로 보여지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게임 전반을 아우르는 역사관과 사건들의 필연성, 계연성 그 속에서 캐릭터가 차지하는 비중의 조율. 단순한 프로그래밍의 영역이 아니라 수권의 소설을 쓰는 것보다 더한 기술적, 문학적 도전을 필요로 하는 작업입니다.
그러한 것들을 한국의 게임업체들은 1년에도 수십개씩 하고 있으니 놀라울 따름이죠.^^; 뭐 게임의 수준에 대해서는 둘째치고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