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스타크래프트2의 그래픽 수준, 낮다? 높다?

아스키난드 작성일 07.06.18 04:3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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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한국에서 개최된 ‘2007 월드 와이드 인비테이셔널(이하 WWI)’에서 ‘스타크래프트 2’가 최초로 공개됐을 당시, 게이머들은 게임 그래픽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같은 3D인데도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슈프림 커맨더’, ‘커맨드 앤 퀀커 3: 타이베리움 워즈(이하 C&C3)’ 등 뛰어난 그래픽을 보유한 타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RTS) 게임에 비해 좋아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각종 게임 커뮤니티에선 많은 게이머들이 치열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정말 ‘스타크래프트 2’의 그래픽은 타 RTS게임들에 비해 수준이 낮은 것일까? 블리자드는 왜 ‘스타크래프트 2’를 지금과 같은 그래픽으로 개발했을까?

오늘 이 시간에는 ‘스타크래프트 2’와 ‘C&C 3’의 그래픽을 비교하면서 두 게임의 그래픽이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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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크래프트2’의 그래픽, ‘C&C3’에 뒤지지 않는다
게임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스타크래프트2’의 그래픽은 ‘C&C3’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정확히 표현하면 ‘C&C3’의 그래픽과는 그 성질이 다르다.

우선 이번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게임 그래픽이 만들어지는 일반적인 과정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본래 이보다 더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과정을 단순화 시켰으며, 전문용어는 최대한 배제했습니다.

① 오브젝트 만들기 : 오브젝트는 물체, 캐릭터 등 화면에 보이는 모든 것을 지칭한다. 오브젝트는 형태를 유지하는 ‘폴리곤’으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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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에서 처럼 네모 혹은 세모 모양의 도형(폴리곤)이 모여 물체의 형태를 만들어 낸다

② 텍스쳐 붙이기 : 폴리곤으로 이루어진 덩어리 표면에 벽에 벽지를 붙이듯 그림(텍스쳐)를 붙여 표면에 색을 입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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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리곤으로 이루어진 표면에 그림파일이 붙어 표면의 색과 질감을 나타낸다

③ 질감 입히기 : 2번에서 붙여진 텍스쳐 위에 특수한 텍스쳐를 덧입혀 광택, 반짝임, 쇠붙이 질감 등을 붙여 표면의 질감효과를 나태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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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굴의 미세한 광택효과를 보면, 2번 과정과는 확연히 달라진 질감을 볼 수 있다

④ 구체적으로 묘사하기 : 구체적인 묘사와 사실감을 위해 특수한 효과를 첨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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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른쪽의 단순 폴리곤으로 이루어진 다리에 특수한 효과를 집어넣어 왼쪽의 다리처럼 사실적인 표현이 가능하다

⑤ 빛과 그림자 표현하기 : 빛과 그림자를 다양하고 사실적으로 보이게 해 4번 보다 더 실물에 가깝게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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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과 그림자를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그래픽을 가능하게 한다

위 과정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3번과 4번, 5번이다.

‘C&C3’의 경우 3번과 4번, 5번 효과가 모두 사용됐다. 사실감을 끌어올릴 수 있는 특수효과들이 적재적소에 사용되어 유닛과 지형, 건물들이 마치 실제 사진과 같은 느낌을 강하게 준다. 때문에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진짜 사실 같은 그래픽’으로 비춰지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공개된 ‘스타크래프트2’는 사실적인 그래픽에 필히 들어가야 할 5번(빛과 그림자) 효과가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C&C3’가 3번 효과(광택, 질감효과)를 제한적으로 사용한 것에 비해 ‘스타크래프트2’는 매우 광범위하게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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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좌측)`과 `C&C3 (우측)`. 두 게임은 사진처럼 사실적인 그래픽을 추구하는 RTS 게임이다

‘스타크래프트2’의 플레이화면과 스크린샷을 꼼꼼히 살펴보면 맵 바닥은 물론 배틀크루저, 시즈탱크, 거상 같은 기계유닛들의 표면이 금속처럼 견고한 느낌을 준다. 이는 ‘스타크래프트2’는 3번 효과를 유닛, 건물은 물론 배경 맵 전체에 골고루 사용했기 때문이다.

‘스타크래프트2’가 이처럼 3번 효과를 광범위하게 사용한 이유는 블리자드 특유의 그래픽 스타일 때문이다. 블리자드의 MMORPG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살펴보면 이와 같은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스타크래프트2’ 역시 ‘WOW’처럼 애니메이션 같은 그래픽을 사용했는데, 이 경우 유닛과 건물이 종이박스처럼 얇고 가벼워 보여 게임의 재미를 저하시킬 수 있다. 때문에 3번 효과를 집중적으로 사용해 유닛과 건물이 단단하고 견고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처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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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상`의 표면을 자세히 보자. `스타크래프트2`는 `C&C3`와 달리 사실적인 그래픽 이 아닌 화려하고 보기 좋은 그래픽을 선택했다

‘스타크래프트2’의 그래픽은 컴퓨터 사양을 고려한 그래픽
WWI에서 ‘스타크래프트2’ 개발진이 밝힌 것처럼 ‘한국의 모든 PC방에서 원활하게 돌아가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선 게임의 사양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수 십, 수 백 개의 유닛과 건물이 등장하는 RTS 게임의 특성상 게임에 사용되는 특수효과가 조금만 추가돼도 게임사양은 천정부지로 올라간다. ‘스타크래프트2’는 이를 고려해 되도록 낮은 사양에서 구동될 수 있도록 사양의 부담을 높이는 4번과 5번 효과는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벤트 화면은 수준급이 될 것
플레이 동영상에 공개된 이벤트 화면을 보면 게임 중 컷-신은 수준급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개된 프로토스 오퍼레이터의 얼굴와 테란 장교의 얼굴은 상당히 정교한 그래픽 효과가 쓰였다. 두 인물의 이벤트 영상에선 위에서 살펴본 3, 4, 5번 효과가 충분히 사용되어 사실적인 화면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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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화면과는 달리 이벤트 화면은 다양한 특수효과가 사용되었다. 게임 내 컷-신은 그 어느 게임 못지 않은 수준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성질이 다른 ‘스타크래프트2’와 ‘C&C3’ 그래픽
결과적으로 ‘C&C3’는 빛과 그림자를 이용한 사실적인 특수효과가 여러 부분에서 쓰였고, ‘스타크래프트2’는 빛과 그림자를 사실적으로 나타내는 효과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질감을 강조하는 효과를 집중적으로 사용해 만화 같지만 가벼워 보이지 않는 그래픽을 택했다. 단순히 기술적인 면에서만 보면 ‘C&C3’가 더 높은 위치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2’의 그래픽은 전작처럼 만화적인 그래픽을 화려하고 멋지게 보이도록 하는 것이므로 ‘C&C3’같은 사실적 표현은 불필요했을 것이다.

Phase-Pr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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