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본 체험기를 읽기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두 가지 있다.
1. 본인은 `스타크래프트`를 잘 못한다는 것.
2. 체험판에서는 상당한 제약이 있었다는 것.
3. (중요)그러나 블리즈컨에서 `스타크래프트 2`를 직접 해 봤다는 것.
그래서,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 2)`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 유저분들에게는 본 체험기가 김빠진 맥주만큼이나 싱겁게 느껴질 수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초보입장에서 `스타 2`를 바라보는 평가는 척노리스의 발차기만큼이나 자비심 없을 것이며 스티븐시걸이 악당의 목을 꺾는 패턴보다 더 다양할 테니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만 읽어보자.
1. 그래픽: 누가 봐도 이건 스타다.
동영상만 보고 ‘이건 스타가 아니야’라고 생각하시는 유저분들께 당부 말씀 드리자면, 게임이라곤 고스톱밖에 모르는 친구녀석에게 보여줘도 ‘이거 스타 아니냐’라고 물을 정도로 전작의 분위기를 그대로 계승했다. 브루스윌리스가 머리 박박 깎았다고 해서 다이하드가 트리플X가 되진 않으니 그런 걱정 붙들어 매시라.
당연한 말이겠지만 풀3D가 되면서 유닛의 표현이 디테일해졌고 기술 표현은 더 박력 있다. 마린을 죽일 때 개틀링건으로 맞추면 피를 쏟으며 터지는 모습을, 포탄으로 맞추면 7갈래로 찢어지는 몸과 갈비뼈까지 친히 확인할 수 있다. 벙커 안에서 두리번거리는 마린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이렇듯 유닛의 세부묘사가 디테일해졌으니 유저들은 눈시울이 붉어질 감성과 손수건 한 장만 있으면 된다.
▲(좌)총 맞은 마린 (우)포 맞은 메딕.
(어떤무기에 피격되느냐에 따라 효과가 다르다)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유닉들이 풀3D화 되고 레이저 계열의 무기와 이펙트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는 것이다. 1:1 경기에서는 큰 문제가 안되지만, 그 이상의 멀티경기에서는 서로 부딪치면 관람하는 입장에서는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워크래프트 3(이하 워 3)`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영웅/일반 유닛 할 것 없이 너무 화려했고 각종 버프 스킬이 화면을 점령하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스타 2` 개발자 역시 `워 3`를 만들면서 많은 피드백을 받았고 유닛들이 다양해지고 화려해짐에 따른 문제점을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 2:2대전 관람하면서 느꼈던 것은 4명이 동시에 붙어도 지나치게 강조된 플레이어 색상 덕분에 혼란스럽지 않았다는 것이다. 빨간 애들은 페인트통을 뒤집어 쓴 것처럼 빨갛고 녹색애들은 역병에 걸린 것처럼 파릇파릇하다.
2. 사운드: 이건 신경 쓰지 말자
RTS에서 사운드는 멸치볶음에 들어가는 꽈리고추 같은 거다. 굳이 개마고원에서 재배되는 고랭지 고추를 꼭 써서 음식의 퀄리티를 높일 필요는 없다. 국산이라면 좋고 아니면 그만이다. 마린은 여전히 락앤롤과 GOGOGO!를 외치는 일자무식 총각이지만, 전장에만 투입되면 더욱 묵직해진 라이플 사운드가 귀를 즐겁게 해준다. 시즈탱크의 통통통 타격음은 삭제됐지만, 시즈모드의 폭격음은 여전히 상대방의 가슴을 오그라들게 한다.
▲일부는 통통통 일부는 시즈모드 전술은 `스타 2`에서도 먹힌다
RTS도 사운드가 매우 중요하다 라고 반문하시는 유저분들이 있어 노파심에서 말하지만, 김밥에 인삼 넣으면 당연히 건강에 좋다. 하지만 한 줄에 10만원이라면 다른 거 먹고 만다.
3. 인터페이스/콘트롤: 이젠 너무나 쉽다
`스타 2` 수석디자이너 ‘더스틴 브루더`가 충열된 눈을 부라리며 말하길, 모든 연령층이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고 했다. 또, 게임해설가 김태형씨는 인터페이스가 편해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가 사라질까 두렵다고 했다. 본인이 유닛 80마리 뽑아 직접 조정해보니 옆에서 외신기자가 와~ 하면 감탄사를 연발했었다. 시쳇말로 조금만 노력하면 누구나 `신컨`처럼 보일 수 있다.
옆에 지나가고 있는 강민씨에게 ‘스타 한판 붙어볼까요’ 라고 말할 엄두가 안 나는 것은 내 손가락은 그보다 느리고 전략이라곤 5드론 초반러쉬 밖에 모르는 내 머리 때문이다(적어도 스타에서는). `스타 2`에서 전략과 손놀림, 이 두 가지를 커버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만드는데 블리자드가 성공한다면 나도 당당하게 강민에게 도전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쉬운 인터페이스와 콘트롤 체계를 강조하기 위한 개발진의 설명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인터페이스가 아무리 좋아져도 물량을 뽑는 건 빠른 손가락이고 전략은 뇌에 누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펼쳐지기 마련이다(김태형씨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3. 밸런스: 뭐 이런걸 다
▲좌측이 업그레이드 우측이 노멀상태
완성도 안된 게임을 가지고 밸런스를 논한다는 것은 웃기지도 않는 코메디다. 지금 프레스룸에서 기사를 쓰는 도중에도 `스타 2` 개발자인 더스틴 브루더와 랍팔도가 돌아다니고 있지만, 내가 그들에게 이단옆차기는 날릴 수 있을지언정 밸런스에 대한 질문은 못하겠다. 다 만들어지면 그때 말하자.
확실한 건, 제한시간이 20분인 시연장에서 대다수가 승부를 못냈다는 것. 이루 미루어 짐작할 때 테란과 프로토스의 밸런스는 제대로 맞춰져가는 것 같다.
4. 속도: 빠르다니깐!
한국을 대표하는 ‘빨리빨리’ 문화는 한국으로부터 비행기로 12시간 떨어진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난다. 개발자가 받는 질문 중 열에 하나는 플레이속도가 왜 이렇게 느리냐다. 나는 WWI에서도 이런 질문 하는 기자들을 수 없이 보았다. 개발자들은 바싹 마른 장작만큼이나 무미건조하게 말한다.
‘이번 것은 테스트 버전이라 그렇고 `스타크래프트` 만큼이나 빠르게 할 수 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스타 2`에서는 게임속도를 5단계로 설정할 수 있고 블리즈컨에 시연된 컴퓨터는 Faster(4단계)로 설정되어 있다. 한번 더 질문하면 쵸크슬램이든 드롭킥이든 둘 중 하나는 분명 날린 태세다.
직접 플레이 해본 소감은 `스타`만큼이나 빨랐다는 것. Fastest(5단계)로 해보면 더욱 빠를 것이니 이제 그만 질문하자. 지금 옆에서 `워크래프트 3` 프로게이머인 장재호씨가 `스타 2` 멀티플레이를 하고 있다. 그의 유닛은 빨갛게 칠하지 않았어도 일반유저보다 3배는 빠르다(진짜다).
▲ 장재호의 스타2 플레이.
(촬영제지로 짧게 찍을 수밖에 없었다)
5. 기술적인 측면: 가장 중요한 문제
PC게임을 아직 애들 놀이라고 치부하는 한국 풍토에서 특정 게임이 9시 뉴스에 나온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보통 ‘중독’이나 ‘충동적 범죄’라는 타이틀과 곁들여져 소개가 되는데 `스타크래프트` 만큼은 ‘열풍’이라는 수식어로 포장되었다. 문명의 이기가 거꾸로 돌아가는 군대에서 조차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게임이고, 군사교육자료로 채택되기도 했다(논산 훈련소에서 볼 수 있다 -_-).
컴퓨터라곤 만져보지도 않으셨던 우리 어머님께서도 `스타크래프트`는 알고 계신다. 이런 엄청난 대중화에는 ‘최적화된 시스템 사양’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후진 컴퓨터라도 `스타크래프트`만 돌리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다.
그럼 `스타 2`의 시스템 사양은 어떻게 될까?
뻔한 질문이니 물어보지 말라고 프레스킷에 미리 답변까지 적어놓았다. ‘결정되면 알려드리겠습니다.’
체험장에서 시연된 컴퓨터는 DELL XPS 710으로 짐작되며, 스펙은 아래 이상으로 예상된다.
프로세서: 인텔 코어™2 듀오 E6420(2.13GHz, 4MB L2 캐시, 1066MHz FSB)
메모리: 1GB (2x512) DDR2 SDRAM 667MHz 메모리
그래픽 카드: 256MB GeForce 8600GTS
블리자드는 `스타 2`는 최대 8명까지 멀티플레이를 지원할 예정이며 다이렉트10과 윈도우 비스타에 완벽히 호환될 것이라 말하고 있다.
6. 플레이: 전작과 같지만 같지 않다.
저그 밖에 모르는 일자무식 플레이어지만, 이것만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스타 2`에서 물량을 뽑아내는 속도는 전보다 2배는 빠를 것이다.
테란의 경우 배럭이나 팩토리에서 TECH LAB, TECH REACTOR 이 두 가지 부족건물을 만들 수 있는데 TECH LAB은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는 건물이고 TECH REACTOR 유닛을 두 마리 동시에 뽑을 수 있는 건물이다.
▲팩토리 부속건물을 Reactor로 지으면 유닛 두 개를 한 번에!
포로토스 역시 이와 비슷한 형태로 유닛을 대량으로 뽑아낼 수 있다. 이는 모든 종족이 빠르게 물량을 생산 할 수 있게 때문에 하나의 유닛을 대량 생산해서 어택땅 하는 게 아니라 최대한 다양하게 뽑아 상성에 따른 플레이를 펼쳐야 한다. 한 예로, 레이저 계열기술을 쓰는 프로토스 유닛 거신은 마린 10마리를 수 초안에 녹일 수 있지만 시즈모드된 탱크 앞에서는 힘 한번 못쓰고 죽는다.
7.총평: 일단은 잘 했어요. `스타 2` 어린이!
이와 같이 `스타 2`는 유닛을 빠르게 생산할 수 있어 대규모 물량전을 지원한다. 이점은 비주얼적인 면에서 게임의 박진감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반대로 4:4대전에서 이런 물량전이 펼쳐질 경우 원할한 게임 진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 두자.
인터페이스건 빌드오더건 전작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는 것도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전작을 조금이라도 해봤다면 한 시간이면 적응이 끝나고 두 시간이 지나면 당신도 이제 프로게이머다. 문제는 인식이다. 비정상적으로 판매된 전작의 패키지량 때문인지 기대감이 너무 높다. 혼자 너무 올라간 까닭에 안티도 많이 생겼다. 스타크래프트2는 전작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이미 검증된 시스템을 잘 짜인 세계관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트렌스포머를 보고 예술성이 없다고 태클 걸지말고 김기덕 영화을 보고 재미없다고 따지지 말자. 다 자기만의 갈 길이 있으니 일단 해보고 입에 맞는지 안 맞는지 결정하는 것은 당신 몫이다(물론, 전 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