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과학자는 도파민이라는 신경 전달물질에 따라 사랑의 유효기간이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1일 방송된 KBS 1TV `피플 세상속으로`가 전한 사연은 사랑에 유효기간이 없음을 보여줬다. 방송에 따르면 강원도 인제에 사는 김병설(73) 송계순(76) 부부에겐 남다른 사연이 있다. 바로 아내인 송계순 할머니가 20년전부터 난치병인 파킨슨병으로 투병하고 있었던 것. 할아버지는 사랑하는 아내의 병에 충격을 받았다.
“눈앞이 캄캄했어요. 가망이 없으니까 눈물이 핑돌더라고요...”
그는 아내의 병을 고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 다녔다. 급한 마음에 굿도 벌였다. 안해본 일이 없었지만 할머니의 몸은 점점 굳어갔다. 돌이킬 수 없었다. 할아버지는 그 상황을 지켜만 봐야 했다. 대신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손과 발이 되기로 결심했다.
집안일과 할머니 운동은 물론, 수저조차 들 수 없는 할머니에게 밥을 먹인 후에야 자신의 식사를 챙겼다. 또한 병에 걸리기 전 깔끔했던 아내를 위해 손수 목욕을 시키고 화장품까지 꼼꼼하게 발라줬다. 이제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전부가 됐다. 할머니 역시 마찬가지였다.
짐짓 할아버지가 “나 어디 내빼도 돼?”라고 농담을 던지면 할머니는 남편의 손을 꼭 붙잡으며 “내 빼면 안돼”라고 나지막이 속삭였다. 그 순간 할아버지는 아내가 하루 빨리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기적 같은 소망을 빌었다. 그런 남편을 지켜보는 할머니의 마음도 편치 않다.
“같이 죽자 그런 말을 하더라고...눈물이 핑돌면서 붙잡고 울었어요. 우리 팔자가 왜 이러나...”
하지만 사랑하는 아내를 그렇게 보낼 수 없었다. 3년전부터 할아버지는 할머니 치료에 관한 투병일지를 꼼꼼히 기록하고 있다. 아내가 회복되길 바라는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 놓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더 잘 보살피지 못했던 미안함과 죄스러운 마음도 고백해 놓았다. 남편은 조심스럽게 그 마음을 아내에게 털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