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게 기꺼이 받겠네

훈제오리 작성일 05.12.09 12: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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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소식이 끊겼던 친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그 동안의 안부를 물으며 꼭 만나자고
하기에, 오랜만이라 반갑기도 하고 소식도 궁금하기에 기쁜 마음으로 약속장소로 나갔다.친구는
예나 지금이나 깡마른 체구에 변한 게 없었다.단지 나이탓인지 좀 늙어 보였을 뿐이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회포를 풀고 있는데,친구가 갑자기 작은 반지 상자를 내보였다.

"이거 변변치 못한 거지만 받아 주게나"

"아니.웬 반지를...내가 자네한테 반지 받을 만한 일이라도 했단 말인가."

깜짝 놀라 기절했더니 그가 정색을 하며 차근차근 이야기를 시작했다.

"실은 집사람이 늘 자네 이야기를 하면서 고마움을 잊을 수가 없다고 한다네. 지난날 우리
집사람이 중병으로 두 번 수술을 받았을 때 기억나나?"

친구의 밀을 듣자 오래 전 일이 어렴풋하게 떠올랐다.

"그때마다 자네가 문병을 와서는 봉투를 침상 밑에 놓고 가곤 했다며.어려울 때 정말 요긴하게
사용했다더군.집사람이 그 일을 잊지 않고 늘 가슴속에 담고 있다가 이렇게 작게나마 보답하는
마음으로 마련한 거라네.집사람의 뜻이니 거절하지 말고 받아 주게나."

30여 년이 지난,내가 까맣게 잊고 있는 일이었다.그 일을 잊지 않고 간직해온 친구 부인의
아름다운 마음에 감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보게,기꺼이 받을 테니 자네가 직접 내 손에 끼워 주게나."

친구에게서 소중한 마음의 반지를 받아 손에 끼고 나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리고 후덕하고 마음씨 고운 부인을 만난 친구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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