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 님의 "유리창 1"

hyujiz 작성일 05.12.20 19:3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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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 1
               - 정지용

유리(琉璃)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없이* 붙어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다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치고,
물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肺血管)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산(山)새처럼 날아 갔구나!
(󰡔조선지광󰡕 89호, 1930.1)

*열없이 : 맥없이. 속절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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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의 시풍은 참신한 이미지의 추구와 절제된 시어의 선택에 있다. 이 시에서는 죽은 자식에 대한 그리움을 극도의 절제된 감정과 비정하리 만큼 차가운 객관주의로 표현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혈육과의 이별은 커다란 슬픔일 것이다.
이 시는 어린 자식의 죽음에 대한 아버지의 애절한 슬픔을 노래한 작품인데 시적 화자가 바로 슬픔의 주체인데도 맑고 차가운 감각적 이미지에 의해 그러한 주관적 감정이 과잉 노출되지 않고 절제되어 나타난 작품이다. 정지용의 초기시의 특징이 가장 성공적으로 표현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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