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금실이 좋기로 소문이 난 노부부가 있었다.
그들은 부유하지는 않았지만
서로를 위해주며 아주 행복하게 살았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아파서 병원에 치료를 다니면서부터
할머니를 구박하기 시작했다.
"약 가져 와라."
"여기요."
"물은?"
"여기요."
"아니, 뜨거운 물로 어떻게 약을 먹어?"
그러면서 할아버지는 물컵을 엎어 버렸다.
그래서 할머니가 다시 물을 떠왔더니,
"아니 그렇다고 찬물을 가져 오면 어떡해?"
하면서 물을 또 엎었다.
손님들이 찾아오자, 할아버지는 먹을 것을 가져 오지 않는다고 소리쳤다.
"당신이 하도 난리를 피우는 바람에 저도 지금 정신이 벙벙해서 그만...."
"이기, 어디서 말대답이고?"
"손님들 계신데 너무하시네요."
할머니는 결국 눈물을 훔치시며 밖으로 나갔다.
보다 못한 손님 중의 한 사람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어르신네, 왜 그렇게 사모님을 못살게 구세요?"
그러자 한참 동안 아무말도 안 하던 할아버지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저 할망구가 마음이 여려서 나 죽고 나면 어떻게 살지 걱정이 돼서..."
할아버지의 눈엔 어느새 눈물이 가득 고였다.
얼마 뒤 할아버지는 돌아가셨다.
그리고 그 무덤가 한 켠엔 우두커니 서서
눈물을 훔치고 있는 할머니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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