젝웰치의 뒤를 이어 GE의 회장이 된 제프리 이멜트(Jeffrey Immelt)가 지난 4월 와튼스쿨에서
강의한 내용으로 한경닷컴 권영설 칼럼에서 발췌했습니다 - KTBnDaily
제가 GE 회장으로 취임한 꼭 나흘 뒤에 9.11 테러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뒤이어 엔론(Enron) 타이코(Tyco) 사태가 벌어졌지요.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악재가 이어진 것이지요. 그래서 제 주변엔 저를 걱정해 주는 사람이 많습니다. 다행히 취임 8개월째를 맞는 지금까지 GE는 대내외적인 돌풍을 이겨내며 순항하고 있습니다. 저는 GE의 힘을 믿습니다.
사실 GE의 이런 가치는 아직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아오지 못하고 있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잭 웰치 조차도 그가 한 일에 비해서는 턱없이 모자란 대접을 받았습니다. 안할 말 같지만 저는 여기 와튼스쿨에서도 우리 회사를 콩글러머레이트(conglomerate: 공룡기업, 재벌)라고 부르는 교수들이 적지 않아 유감입니다. 콩글러머레이트는 실제로는 아무 일도 벌이지 않는 지주회사 (holding company)에 불과하단 말입니다. 우리는 다릅니다. 오히려 멀티비즈니스 회사 (multi-business company) 라고 불러줘야 옳을 겁니다. 하고 있는 비즈니스의 각 부문끼리 서로 연관된 경험과 아이디어를 축적하고 교류하는데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룡 GE가 아닌 날렵한 GE
GE가 성공한 비결은 적지 않지만 크게 보면 네 가지입니다. ▲비지니스 모델에 대한 끊임없는 재평가와 수정 ▲기업문화 강화를 위한 줄기찬 노력 ▲재무건전성 제고를 위한 전사적인 집착 ▲ 최고의 인재 채용 등입니다. 이들 네가지가 합해져 오늘의 GE를 만든 것입니다.
최고경영자로서 저는 앞으로 GE를 보다 더 날렵하고(leaner) 빠르며 고객지향적인 회사로 만들 계획입니다. 우리 회사는 현재 지원부서와 전방부서(R&D포함)의 비율이 50 대 50 정도입니다. 이 가운데 지원부서는 현재도 너무 크다고 봅니다. 인터넷 덕분에 이 부분은 앞으로 60 내지 80 % 정도를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줄인 것들을 전방부서를 강화하는데 재투자하면 날렵하면서도 강하고 빠른 회사를 만들 수 있겠지요. 조직은 그 움직임이 정말 빨라야 합니다. 저는 매 분기마다 갖던 재무 보고회의를 없앴습니다. 대신 매월, 매주 회의를 갖습니다. 인터넷 덕분에, 책상에 앉으면 모든 수치를 볼 수 있는 '디지털 조종실(digital cockpit)'을 갖추고 있으니 이것도 결코 충분히 빠르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지요.
많은 이들이 빨라지기 위해서는 회사 규모도 작아야 한다고 오해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은 다릅니다. 비즈니스에서 크기(size)나 규모(scale)는 아름다운 것입니다. 큰 것은 정말 아름다운 겁니다. GE가 크기 때문에 작은 비즈니스를 키울 기회도 자연히 많아지는 겁니다. 일정한 규모가 되기 때문에 어지간한 실수에도 큰 타격을 받지 않는 것이기도 합니다. 덩치가 크기 때문에 재정적으로도 압박을 덜 받아 같은 신규 사업을 벌여도 느긋하게 몇년씩 기다릴 수 있는 것입니다. 주머니가 작은 회사는 첫 이익을 내기까지 수년을 기다리지 못해 망하고 말지요.
물론 규모만으론 우리의 성장중심 전략이 완성되는 건 아닙니다. 영향을 미치는 세가지 요인이 더 있습니다. 첫번째는 매출 모델입니다. 일정한 규모의 매출이 꾸준히 발생하기 때문에 회사는 굴러 갑니다. IT기업들이 왜 어려워졌습니까? 매출이 제대로 발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두번째 요인으로는 지속적인 세계화 전략을 들 수 있습니다. 앞으로 GE는 구조적 변화 때문에 기회가 있는 EU(유럽연합)와 그 크기 때문에 매력적인 중국을 집중 공략할 계획입니다. 마지막 세번째는 꼭 필요한 기업을 적시에 인수하는 작업입니다. 갖추지 못한 것 가운데 꼭 필요한 것은 잘 나가고 있는 기존 기업을 인수하는게 최선입니다.
자기 원칙을 가진 리더가 성공한다
GE 자랑만 한 것 같습니다. 중요한 점은 직장 선택을 할 때 반드시 그 비즈니스 모델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참 묘하게도, 취업희망자들은 물론 투자자, 때론 한 지역 모두가 엉터리 비즈니스 모델에 현혹될 때가 있습니다. 제가 MBA를 마칠 때인 지난 82년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졸업생을 가장 많이 뽑아간 회사는 Atari였습니다. 당시 18명을 채용했지요. 어떻게 된 줄 아십니까? 3년 뒤 모두 그 회사를 떠났습니다. 자기 원칙을 갖고 일하며 리더로서의 자세를 잃지 않을 때 비즈니스맨은 언제 어디서든 성공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리더는 이런 사람입니다. 첫번째, 뭐니뭐니해도 일을 잘해야 합니다.
목표 수치를 반드시 달성하고, 뛰어난 두뇌회전력을 보이며 역경을 이겨내는 인물이어야 합니다.
두번째, 매일 배우려는 자세를 갖춘 사람입니다. 배우기를 절대로 멈추지 않으며 하루라도 뒷처지면
어쩔 줄 몰라하는 편집광적인 사람입니다. 우리 회사에서 실패자는 더 이상 자라려 하지 않고 더 이상
배우려 하지 않는 이들입니다. 세번째, 팀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활력을 불어넣는 사람입니다.
끝으로, 자기가 속한 지역과 단체에 반드시 보답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상은 저희 GE의 리더상이지만,
어느 업종 어느 기업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