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6월 월드컵 경기에서 한국 대 독일 경기가 있던 날이었습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 셋이서 수영장 가는 길에 농담 삼아 말했습니다.
“우리 내일 시청 앞에 가서 김밥 장사나 해 볼까?”
“사상 최대의 거리 응원전이 벌어진다는데 장사 잘 될 거야.”
그런데 저녁에 친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진짜 김밥 장사를 해 보자는 것입니다. 그길로 우리는 마트에 가서 쌀과 김밥 재료를 샀습니다. 이튿날 새벽, 압력솥에 밥을 짓고 계란과 햄, 단무지 등 재료를 넣어 김밥을 만들었죠. 장장 5시간에 걸쳐 총 360여 개를. 그러고는 상자에 넣어서 수레 2개에 나눠 묶고 낑낑거리며 드디어 시청 앞에 도착해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때가 오후 2시경, 벌써 광장은 인산인해였습니다. ‘이 많은 김밥 다 팔 수 있을까?’ 우리는 내심 걱정하며 이곳저곳 기웃기웃 했는데 어머머, 온통 김밥과 생수 장사 투성이였습니다.
게다가 우리 것보다 더 굵게 만 김밥 가격도 1,000원, 1,500원. 내심 그보다 더 비싸게 받으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우리는 1,500원으로 김밥 가격을 결정하고 판매에 들어갔습니다. 한 젊은 연인이 김밥 20개를 사 가는 것을 보고, 기분이 좋아 친구에게 “돈 받았어?” 하고 물으니 2만 원을 받았답니다. 얼떨결에 김밥 한 개에 1,000원씩 계산한 것이죠. 무사히 우리의 김밥은 맛과 정성을 인정받아 3시간 만에 모두 팔렸답니다.
어휴! 얼마나 걱정을 했던지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안도하는 숨을 몰아쉬었습니다. 그리고 집 근처 설렁탕 집에서 남편들을 불러내어 한 턱 내며 계산을 해 보니 원가와 설렁탕 값을 빼고 352,000원의 순수익이 남았습니다. 우리가 뭘 해서 몇 시간 만에 그 돈을 벌겠어요? 농담 삼아 했던 말을 실천으로 옮겨 힘은 들었지만 보람차고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